태풍 장마 때 우산 뺏어갂던 은행들 너도나도 조선 협력사 지원

채명석 기자

2026-05-14 11:01:21

하나·신한·우리, HD현대·삼성·한화와 금융 지원 협약 체결
침체 빠지자 사양산업 치부하며 지원 거부했던 태세 전환
“반갑지만, 언젠간 또 변심할지 모른다” 의심의 눈초리 여전
HD현대. 중동전 위기 극복 위해 7400억 원 규모 별도 지원안 마련
모 그룹 산하인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은 중동 지원책은 없어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 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 HD현대중공업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조선산업 협력사 지원을 위해 대규모 금액을 쏟아낸다.

조선사가 저가수주와 수주가뭄에 어려움에 빠졌을 때 지원의 손길을 뿌리치고 사양산업 치부하며 폐쇄를 주장했던 금융권이, 주요 조선사들이 수주를 늘리며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자 언제 그랬냐는 듯 목돈을 들고 찾아온 것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은 지난 13일 울산시 동구 소재 호텔현대 바이 라한에서 진행된 ‘K-조선 미래비전 간담회’에 앞서 조선 산업 수출 경쟁력 강화와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다자간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대한민국 수출 산업 발전을 위한 생산적 금융 지원에 앞장선다고 밝혔다.

이날 협약은 △3개 협약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 주요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하나은행은 무보와 조선 3사, 협약은행들과 함께 조선 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 및 중소․중견 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총 1조 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하나은행은 HD현대중공업과 함께 중소 조선사와 기자재 협력업체의 경영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총 4000억 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신속히 이행키로 했다. 양사는 지난 1월 총 280억 원(하나은행 230억 원, HD현대중공업 50억 원)을 무보에 출연하고, HD현대중공업 추천 협력사 대상 우대금융 지원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 하나은행은 무보, 협약은행들과 함께 민․관 협력 생산적 무역금융 확대를 위한 총 15조원 규모의 전략적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하나은행을 비롯한 협약은행들은 무보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을 통해 각각 총 5조 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지원을 국내 수출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공한다. 이를 위해, 하나은행은 지난 2월 무보와 3년간 총 5조 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공급을 목표로 전방위적 상호 협력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신한은행 이날 삼성중공업, 무보와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신한은행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178억 원과 35억 원 등 213억 원을 무보에 공동 출연한다. 무보는 이를 기반으로 삼성중공업 협력업체에 총 3000억 원 규모의 특별보증을 공급한다. 지원 대상은 삼성중공업이 추천하는 협력업체로, 선정된 기업은 특별보증을 통한 유동성 지원과 보증료 전액 지원을 함께 받아 자금 조달과 금융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우리은행은 한화오션과 함께 협약’을 맺옸다. 우리은행은 한화오션과 공동 출연을 통해 총 3000억 원 규모의 상생금융을 공급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이 178억 원, 한화오션이 35억 원을 각각 출연하며, 무보의 보증 프로그램을 활용해 공급 여력을 늘려 조선 산업 공급망 內 중소⸱중견 협력사에 무역금융과 기업운전자금대출 등 생산적 금융 지원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각 은행은 이날 협약 체결을 계기로 조선산업 지원에 적극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협약식에 참석한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K-조선 산업의 성과를 수출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하고, 중소 조선사와 협력업체들의 경영 안정과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앞으로도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적극 동참하고,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축인 수출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민․관 협력을 선도적으로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맞춰 조선업 수출 공급망을 구성하는 중소·중견기업의 실질적인 금융 부담을 덜어주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조선업을 비롯한 국가 핵심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 맞춤형 금융지원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숙 우리은행 외환사업본부장은 “대한민국 대표 수출 산업인 조선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융이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우리은행은 생산적 금융 확대를 통해 국가 전략산업과 중소 협력업체의 지속 성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HD현대는 금융권과의 협약과 별도로 중동 전쟁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 지원을 위해 총 7400억 원 규모의 자재대금을 최대 9일 앞당겨 지급한다고 이날 밝혔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협력사의 자금 부담이 커진 데 따른 조치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먼저, 조선·해양 부문의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가 약 5680억 원의 자재대금 선지급에 나선다. HD현대마린엔진, HD현대마린솔루션도 각각 257억 원과 100억 원의 자재대금을 협력사에 조기 지급할 계획이다. 에너지 부문의 HD현대일렉트릭 역시 1,330억 원을 조기 집행한다.

건설기계 부문의 HD건설기계는 중동 사태 장기화로 원자재 및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를 위해 원자재 가격 변동분을 납품 대금에 반영하는 하도급대금 연동제의 조정 주기를 단축하고, 협력사의 긴급 요청 사항을 신속히 지원하는 등 협력사 지원을 강화한다.

HD현대 관계자는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협력사의 안정적인 사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며, “협력사는 운명공동체인 만큼 앞으로도 동반성장을 위한 상생 방안을 지속적으로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HD현대는 올해 4월에도 중소 협력사들의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고 경영 안정을 돕기 위해 선박 건조 핵심 원재료인 에틸렌, 도료 원료 등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협력사 지원에 나선 바 있다.

모 그룹을 끼고 있는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중동 전쟁과 관련한 별도의 지원책은 마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2009년 금융위기 직전, 조선업이 최절정의 호황기를 누릴 당시 경상남도와 전라남도 지역을 중심으로 중견·중소 조선소 설립에 투자금을 댔다가 업황이 나락에 빠지자 대출금 회수를 위해 회사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자산을 무차별 매각한 것이 은행들이었다. 또 수주 계약 체결에 필수적인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저가수주 방지라는 모호한 이유로 거부하는 데다가, 수주 가이드라인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기준을 만들어 국내 중견 조선사들이 두 눈을 뜨고 선주들을 중국 조선소에 빼앗기게 만들었다.

은행들 덕분에 조선소의 고급 인력들이 작업 현장을 떠났고, 이들을 불러들이려고 해도 “은행이 R/G를 잘 내주지 않으면 가봤자 또 망할 것”이라며 복귀를 하지 않는 상황이 지금도 재현되고 있다. 중견 해운사들도 금융 리스크를 안고 있는 국내 조선소에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선박을 발주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중견 조선소를 살리긴 했지만, 경영난을 부추겨 생존 위기까지 내몬 이들도 바로 은행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은행들의 지원자금도 결국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빅3와 연관된 생태계에 속한 협력사에 집중되고, 그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조선사들은 얻을 것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특히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가 밀어부쳐 마지 못해 지원에 나섰지만, 업황이 기세가 꺾이면 언제라도 손절 할 것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버리지 않고 있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