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50년 돌아보기-33] 1만3100TEU급 초대형 컨선 시대 열다

채명석 기자

2026-05-05 14:41:43

8600TEU급 발주 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신조 발주 제한
용선 통한 선대 확충 전략으로 전환해 초대형 선박 확보
2011년, 국내 선사 중 최대 1만3100TEU급 신조 발주
세계 두 번째 ‘컨테이너선 개조’ 성공, 연료비 획기적 절감

2014년 당시 국내 최대 최대 크기였던 현대상선의 1만31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현대 프라이드’ 호가 항구에 정박해 있다. 사진= HMM 50년사
2014년 당시 국내 최대 최대 크기였던 현대상선의 1만31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현대 프라이드’ 호가 항구에 정박해 있다. 사진= HMM 50년사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현대상선은 2005년에 86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4척과 4700TEU급 컨테이너선 5척 등 총 9척을 동시에 발주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투자 규모가 워낙 커서 당시에도 화제가 되었다.

이때 발주한 8600TEU급 컨테이너선 4척 가운데 첫 번째 선박이 건조 완료되어 2008년 1월 인도되었다. 현대상선은 이 선박을 ‘현대 브레이브(Hyundai Brave)’호로 명명했다. 이를 계기로 현대상선의 주력 컨테이너선대는 8600TEU급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현대 브레이브호는 길이 324.82m, 폭 45.6m, 높이 21.01m로 축구경기장 3개를 합쳐 놓은 정도의 규모이다. 10만8920마력의 주엔진으로 시속 27노트약 50km까지 운항하는 초고속 선박이기도 하다. 현대상선은 현대 브레이브호를 아시아~유럽 항로 가운데 하나인 SCX(South China Express) 항로에 투입했다.

이어 나머지 3척의 8600TEU급 컨테이너선도 2월에 ‘현대 커리지(Hyundai Courage)’호, ‘현대 페이스(Hyundai Faith)’호 등 2척, 3월에 ‘현대 그레이스(Hyundai Grace)’호 1척을 차례로 인도받아 SCX 항로에 투입했다. 비슷한 시기에 동맹선사인 APL과 MOL이 8000TEU급 신조선을 각각 2척씩 같은 항로에 투입하게 되면서, 5월 말경 SCX 항로의 연간 수송물량은 기존의 약 26만TEU에서 약 43만TEU로 60%가량 대폭 늘어나게 되었다.

8600TEU급과 함께 발주한 4700TEU급 컨테이너선 5척도 4월 중순부터 6월 말 사이에 순차적으로 인도받아 미주 서안 항로와 지중해 항로 등에 투입했다. 이에 따라 2008년 현대상선의 컨테이너 선단은 사선 20척, 용선 44척을 합쳐 총 64척 규모를 갖추게 되었다.
86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비롯한 신조 선박 9척이 취항한 직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발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되면서 중장기 투자계획에 따른 추가 발주는 사실상 어렵게 되었다. 열악해진 재무 여건과 시황 악화로 인해 신조 발주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해운시장의 경쟁 구도가 규모의 경제를 지향하며 빠르게 대형화하는 추세였으므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선대 확충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에 현대상선은 자체 신조를 확대하기보다는 장기 용선을 통해 선복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먼저 2011년 7월 중장기 선대 확보 및 영업 물량 확보를 목표로 50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에 대해 12년 장기 용선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상선은 이 선박들을 2013년 인수하여 취항시켰다.

이어 2012년에는 그리스의 선주사인 다나오스(Danaos)가 현대삼호중공업(현 HD현대삼호)에 발주한 1만31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을 12년 동안 용선하기로 계약했다. 그리고 2012년 2월부터 이 선박들을 차례로 인도받아 ‘현대 투게더(Hyundai Together)’호(나중에 현대 아너(Hyundai Honor)호로 개명), ‘현대 테너시티(Hyundai Tenacity)’호(나중에 현대 리스펙트(Hyundai Respect)호로 개명), ‘현대 스마트(Hyundai Smart)’호, ‘현대 스피드(Hyundai Speed)’호, ‘현대 앰비션(Hyundai Ambition)’호로 각각 명명하여 취항시켰다.

1만3100TEU급 컨테이너선은 길이가 366m, 폭이 48.2m에 이르는 초대형 선박으로 당시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이었다.

2013년 12월에는 영국의 선주사인 조디악(Zodiac)으로부터 1만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용선하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용선기간은 2016년부터 12년이며 선박 건조는 대우조선해양이 맡았다. 이 선박들은 한창 진행 중인 파나마 운하 확장 공사가 완료되면 파나마 운하 통항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조기에 선박을 확보하여 아시아~미주 동안 항로에 투입하기로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현대상선은 신조보다는 용선 방식으로 대형선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했다. 다만 빠르게 대형화하는 시장의 변화 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신조가 불가피했다. 한 번에 많은 화물을 나를 수 있고, 엔진의 효율성이 높아 원가 절감과 영업력 강화를 위해서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꼭 필요했다.

더욱이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가 2011년부터 1만8000TEU급 선박을 대규모로 발주하며 대형화에 속도를 내고 있어 이에 대응하는 대형 컨테이너 선단 확보가 절실했다. 현대상선은 2010년 6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때마침 경기 불황의 여파로 신조가도 합리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어 투자에 적기라고 판단해 발주를 결단했다.

현대상선은 2011년 8월 1만31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에 신조 발주했다. 이때 발주한 선박은 길이 365.5m, 폭 48.4m, 높이 29.9m로 축구장 4개를 합친 크기에 해당하며, 국내 해운회사가 발주한 선박 중 가장 큰 규모였다. 또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최소화하고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한 친환경 엔진을 탑재했으며, 해적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외부에서 선내로 들어오는 계단을 없애고 C-Deck(승무원 데크)도 방탄유리로 설치했다.

취항 초기에는 아시아~유럽 항로(AEX 항로)에 투입했지만, 2016년으로 예상되는 파나마 운하 확장 후에는 파나마 운하 통항도 가능하게 건조함으로써 향후 미주 노선 투입도 가능한 다목적용으로 건조하기로 했다. 5척의 발주 가격은 총 6950억 원에 달했다.

발주한 선박들은 2014년 2월부터 8월 사이에 순차적으로 인도되었다. 현대상선은 이들 선박을 ‘현대 드림(Hyundai Dream)’호, ‘현대 호프(yundai Hope)’호, ‘현대 드라이브(Hyundai Drive)’호, ‘현대 빅토리(Hyundai Victory)’호, ‘현대 프라이드(Hyundai Pride)’호로 각각 명명하고, G6 얼라이언스의 아시아~유럽 항로를 중심으로 배치했다.

이들 선박은 당시 국내 선사가 보유한 컨테이너선 중 최대급으로, 불황기에도 대형선 공동운항을 통해 네트워크 확장과 대형선의 경제성을 달성하며 주력 항로아시아~유럽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들 선박이 취항함에 따라 현대상선의 1만31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용선 5척을 포함해 모두 10척으로 늘어났다.

2013년 무렵 해운업계는 고유가로 인해 연료비 부담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선사들 모두가 연료 효율 향상을 모색하느라 고심했다. 그런데 대형화와 더불어 또 하나의 경쟁 요소였던 고속화가 연료를 더 소모한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 때문에 선박 운항 시 연료비 절감을 위해 저속으로 운항하는 현상이 잦아졌다.

저속 운항 조건에 맞춰 개조한 구상선수(Bulbous bow) 모습(왼쪽)과 구상선수 조작업을 완료한 8600TEU급 컨테이너선 현대 브레이브호. 사진= HMM 50년사
저속 운항 조건에 맞춰 개조한 구상선수(Bulbous bow) 모습(왼쪽)과 구상선수 조작업을 완료한 8600TEU급 컨테이너선 현대 브레이브호. 사진= HMM 50년사

현대상선은 고속 운항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선박들의 실제 운항 패턴이 저속 운항 위주로 바뀐 점을 고려하여, 고속형으로 설계된 선수부 앞부분의 형상을 저속 운항 조건에 적합한 형태로 바꾸는 개조를 시도했다.

이 작업은 선박의 선수부 하단부에 둥근 공처럼 튀어나온 ‘구상선수(Bulbous bow)’를 돌고래 형태로 개조하는 공사로, 위치를 기존보다 약 1.5m 낮추고 둘레와 무게를 줄이는 일종의 ‘성형수술’을 말한다. 이를 통해 연료 효율을 최적화하여 연료 절감, 항속 효율 개선, 운영 비용 절감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 이렇게 개조하면 약 3% 이상의 연료 절감 효과가 예상되었다.

현대상선은 8600TEU급 컨테이너선 현대 브레이브호를 첫 대상으로 개조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2013년 8월 현대 브레이브호는 연료비 절감을 실현한 선박으로 재탄생했다. 건조 당시 구상선수가 고속형(27노트)에 맞춰 설계되었으나, 운항 패턴이 저속 운항으로 변화함에 따라 저속형18노트으로 구상선수를 고친 것이다. 이 같은 개조 작업은 국내에서는 최초이며 세계에서도 세계 1위의 해운사인 머스크에 이어 두 번째였다.

개조 이후 현대 브레이브호는 운항 여건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평균 약 1040t(60만 달러)의 연료를 절감하며 약 3% 이상의 연료절감률을 실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HMM 50년사>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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