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난협, 텔레코일존 체험 점검 결과 발표…설치·운영·교육 '삼중 부실' 확인

한난협 체험크루는 청각장애인 당사자와 일반 시민이 팀을 꾸려 민원실, 공연장, 복지관, 버스정류장 등 다중이용시설 여러 곳을 직접 방문해 텔레코일존 설치 현황과 실질적인 이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장에서 확인된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안내 표지에는 텔레코일존이 있다고 표시됐지만 시범사업 종료 후 가동이 멈춘 곳이 있었고, 정상 작동 중인 시설에서도 이용 안내판 미비와 직원의 조작 미숙으로 정작 장애인 이용자는 도움을 받지 못했다.
김재덕(가명, 대구 거주 청각장애인) 씨는 "장비가 있다는 것 자체를 알 수 없었고, 직원도 사용법을 몰라 필담으로 대화할 수밖에 없었다"며 "운영이 뒷받침되지 않는 제도는 무의미하다"고 했다.
이번 점검에서 드러난 문제는 △낮은 설치율 △특정 공간 설치 편중 △이용 안내 미비 △직원 교육 부재 △정기 점검·유지관리 시스템 미비로 요약된다. 공연장과 강의실, 대형 민원창구, 교통시설 등 이용자 밀집 공간에서 음성 접근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청각장애인의 사회 참여가 실질적으로 가로막히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의무화 조치가 시행되는 2026년 11월 이후 더 큰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장총 권재현 사무차장은 "이번 법 개정의 핵심은 장비를 갖다 놓는 것이 아니라 청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라며 "안내 표준화, 교육 의무화, 유지관리 체계 마련이 제도 시행과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법은 형식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난협은 공공기관·지자체를 대상으로 △청취보조장비 설치 확대 △운영 매뉴얼 정비 △정기 점검 의무화 △이용 실태 조사 △예산 조기 편성 등 5대 정책 과제를 공식 제안하기로 했다. 체험크루 활동도 전국 규모로 확장해 현장 점검과 정책 제언을 지속할 방침이다.
유영설 이사장은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청각장애인이 매번 마주하는 불편은 눈에 보이지 않아 간과되기 쉽다"며 "법이 시행되기 전에 충분한 준비가 갖춰지지 않으면 또 한 번 소외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령화로 인해 난청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청취 접근성 문제를 특정 집단의 사안이 아닌 전 사회적 과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번 시민 참여형 점검 활동이 정책 변화와 공공 인식 개선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황인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hi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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