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금호석화, 곳간경영으로 내실 다져...미래 준비 '착착'

조재훈 기자

2026-03-18 09:45:16

영업현금흐름 2배 급증, 화학업 침체 속 경쟁사 대비 안정성 부각

금호석유화학 울산 고무공장 전경. /사진=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울산 고무공장 전경. /사진=금호석유화학
[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이 지난해 중국발 저가 공세 등으로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이 ‘곳간 경영’을 통해 내실을 다지고 있다. 외형 성장세는 둔화됐지만 영업현금흐름이 두 배 이상 증가하고 현금성자산이 크게 늘어나는 등 재무 체력이 오히려 강화된 모습이다. 경쟁사들이 적자 확대와 차입 부담 증가로 구조조정 압박에 직면한 것과 달리, 금호석유화학은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기반으로 불황을 버티는 동시에 다음 업황 반등을 준비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의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은 6조9151억원으로 전년 7조1550억원 대비 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718억원으로 전년 2,728억원과 거의 동일한 수준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약 3.9%로 소폭 개선됐다. 당기순이익은 2922억원으로 전년 3485억원 대비 16.2% 감소했다.

매출 감소는 중국산 저가 합성수지의 글로벌 시장 잠식과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판가 하락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다만 사업부문별로 보면 선별적인 경쟁력은 유지됐다. 합성고무 부문은 라텍스 수요 회복과 EPM·EPDM 등 특수고무 제품 스프레드 개선으로 수익성이 반등했다. 에너지 사업 역시 여수 열병합발전소 가동률 상승 효과로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주력 사업의 체질 개선이 실적 방어의 기반이 됐다.

영업이익단에서는 지분법 이익 증가가 두드러졌다. 금호미쓰이화학 등 관계기업에서 발생한 지분법 이익은 1311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이 영향으로 세전이익은 3488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을 상회했다. 관계사 실적 개선이 연결 수익성에 직접적인 기여를 한 셈이다.

이번 실적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현금흐름이다. 2025년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7153억원으로 전년 3223억원 대비 121.8% 증가했다. 순이익 규모를 크게 웃도는 현금 창출력으로 실질적인 재무 체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의미다. 전체 현금흐름을 보면 투자활동에서 3725억원, 재무활동에서 1213억원이 각각 유출됐다. 환율 변동 효과까지 반영한 결과 연간 순현금은 2212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현금성자산은 2024년 말 4293억원에서 2025년 말 6504억원으로 51.5% 늘었다. 불황 속에서도 현금을 축적하는 구조를 만든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현금흐름 개선의 배경에는 비현금 비용 증가와 운전자본 구조 변화가 꼽힌다. 감가상각비, 충당금 전입 등 비현금 항목이 더해졌고 재고자산 및 매출채권 감소로 자금이 회수되면서 현금 유입이 확대됐다. 전년도에는 운전자본 증가로 현금이 묶였지만 2025년에는 흐름이 반전된 상황이다.

재무 안정성 지표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의 부채비율은 35.7%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38.0% 대비 2.3%p 하락한 수치다. 이같은 부채비율은 경쟁사 대비 안정적인 수치로 보인다. 같은 기간 LG화학은 95.6%에서 114.5%, 한화솔루션은 183.18%에서 196.32%, 롯데케미칼은 72.87에서 76.52%로 모두 늘어났다. 금호석유화학만 유일하게 감소한 셈이다.

차입 구조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단기차입금은 588억원 순상환됐고 유동성장기부채 상환으로 1024억원이 유출됐다. 동시에 사채 995억원 발행과 장기차입금 550억원 신규 조달을 통해 만기를 장기화하며 유동성 리스크를 낮췄다는 평가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에서는 1213억원이 순유출됐지만 주주환원 정책이 병행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실제로 2025년 배당금 지급액은 575억원이며, 자기주식 취득에는 500억원이 투입됐다. 총 1075억원이 주주에게 환원됐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현금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영업현금 창출력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쟁사와의 실적 격차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화솔루션은 353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롯데케미칼 역시 9436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업황 충격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LG화학은 연결 기준 매출 45조9322억원, 영업이익 1조1809억원을 기록했으나 순손실은 9771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다만 일부 리스크 요인도 존재한다. 외부 감사인인 삼일PwC는 재고자산 평가를 핵심감사사항으로 지정했다. 2025년 말 기준 재고자산은 1조1751억원으로 총자산의 13.9%를 차지한다. 석유화학 제품 특성상 가격 변동성이 크고 시황에 따라 순실현가능가치가 원가를 하회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재고자산 평가에 대한 경영진의 판단이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판단이다. 감사인은 재고 물량, 단가, 시가 비교 등 절차를 집중 점검했다. 감사의견은 ‘적정’으로 제시됐지만 장기 미결 소송과 환경 관련 부채는 잠재적 불확실성으로 별도 명시됐다.

금호석유화학은 업계 전반이 구조조정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유지하며 ‘버티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미국 관세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부타디엔(BD) 원료 가격 변동과 함께 합성고무 수익성 둔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2분기 이후 관세 영향이 본격 반영될 경우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합성수지 부문 역시 불확실성이 크다. 중국발 공급 과잉이 지속되는 한 수익성 회복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글로벌 화학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수급 균형 회복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분법 이익 역시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금호미쓰이화학의 MDI 사업 실적이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만큼, 증설 효과가 본격화될 경우 2026년 지분법 이익 확대 가능성이 거론된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의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편”이라며 “업계가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국면으로 재무 여력이 있는 기업만이 다음 사이클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훈 빅데이터뉴스 기자 cj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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