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인도” HD현대, 글로벌 조선 네트워크 확장 잰걸음

채명석 기자

2026-03-17 10:34:10

타밀나두주 투투쿠디에 연간 350만~400만t 규모 조선소 설립 추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필리핀 이어 인도, 미국까지 네트워크 확장
세계화 추진했다 모기업 해체로 좌절한 대우·STX 사례 돌아볼 필요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바라본 일출. 사진= 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바라본 일출. 사진= HD현대중공업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HD현대가 인도에 조선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건조기지 확충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17일 인도 현지 언론 이코노믹 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HD현대의 중간 자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투투쿠디 지역에 연간 350만~400만DWT(재화중량톤수) 규모의 신규 조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약 40억 달러(약 5조9792억 원)의 투자 비용이 소요되며, 방파제 및 준설을 포함한 산업 단지 인프라 구축에 추가로 400억 루피(6472억 원)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HD현대가 단독으로 추진하며,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외 파트너들과 함께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의 주요 항구이자 산업 도시인 투투쿠디에 조선 공급망 전체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코노믹 타임즈는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 정부는 애초 타밀나두, 안드라프라데시, 구자라트, 마하라슈트라 또는 오디샤에 연간 총 400만~450만DWT 규모의 조선소 3~4곳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HD한국조선해양은 계획된 조선소 중 단 한 곳만으로도 최대 400만 톤의 생산 능력을 달성할 수 있어, 매우 대규모의 조선 사업을 운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HD현대는 2025년 12월 7일 타밀나두주 정부와 ‘신규 조선소 건설에 관한 독점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했으나, 투자 규모 및 구체적인 투자 구조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단, 투투쿠디에 건설될 이 신규 조선소 프로젝트는 HD현대와 인도 코친 조선소가 합작 투자로 설립할 예정인 선박 부품 제조 공장과는 별개의 사업이다.
소식통은 “HD현대는 투투쿠디 지역에 거의 완전한 자율 운영이 가능한 최첨단 조선소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선 및 선박 수리 산업에 장기 자금을 지원하는 인도 해양 개발 기금(MDF)이 이번 협력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인도 팀이 이미 한국을 방문했으며 이번 달에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 현재 HD현대의 기술팀 20여 명이 투투쿠디 지역에 머물러 있다”라고 밝혔다.

인도 정부 소식통은 “타밀나두 산업개발공사(SIPCOT)는 새로 건설될 조선소에 10~12%의 지분을 보유할 그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주 정부가 제공한 토지와 기반 시설의 평가액에 상응하는 금액이다. MDF는 20~25%의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HD현대는 경영권을 확보하여 사실상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유일한 투자자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체 계획의 일환으로 인도 정부는 조선 개발 계획(Shipbuilding Development Scheme)을 통해 신규 조선소 인프라 개발에 필요한 사업비의 10~12%에 해당하는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타밀나두주 정부는 신규 조선소 건설에 필요한 자본 지출 비용의 25%를 산업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토지 및 부대시설 비용의 10~12%를 추가로 지원할 것입니다. 따라서 신규 조선소 사업에 대한 총보조금은 45~47%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인도 정부는 조선소 완공 후 인도되는 선박에 대해 15~25%의 조선 보조금 또는 생산 연계 인센티브(PLI)를 제공할 예정”이라면서, “종합적으로 HD현대가 제안한 조선소 프로젝트는 경제적으로 타당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HD현대가 투투쿠디 지역에 있는 주요 조선소 외에도 이 지역에 완전한 조선 지원 산업 체인을 구축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투투쿠디 지역의 조선 산업 단지는 약 3000에이커(약 1214만㎡)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며, 기업 지원을 위한 부지를 확보해 둔 상태다. 현재 HD현대는 해당 지역에 공장 설립에 관심 있는 기업 목록을 타밀나두주 정부에 제출했다. 주 정부는 이들 기업에 공장 건설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유치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포스코는 타밀나두주 정부와 협의해 해당 지역에 제철소를 건설하는 데 유리한 정책 패키지를 제공받을 수 있는지 논의 중이다.

또한 HD현대는 투투쿠디 조선 클러스터 내에 해상 크레인 제조 기지를 설립할 계획이다. 2025년 12월, HD현대는 인도 국방부 산하 국영기업인 BEML과 크레인 사업 협력 확대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설계, 생산, 품질 검증 등 크레인 제조 공정 전반에 걸쳐 협력하고, 향후 인도 조선소에 초대형 크레인 및 컨테이너 크레인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리프팅 장비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HD현대는 “인도 타밀나두주와 신규 조선소 설립을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나 세부 사항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라고 밝혔다.

이번 조선소 건설은 해외로 조선소 네트워크를 확장하려는 HD현대와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조선 산업을 일으키려는 인도 정부의 의지가 맞아떨어져서 추진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조선 산업에서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전념하고 있다. 현재 인도는 세계 조선 시장의 1% 미만을 점유하고 있지만, 2030년까지 세계 10대 조선국, 2047년까지 세계 5대 조선국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HD현대도 자국 건조 주의와 통상 압박 등으로 갈수록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하고 있는 조선 시장에서 중국 업체와 비교 우위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실 HD현대로서는 글로벌화가 상대적으로 뒤처진 감이 있다. 최근 매각을 했지만, 2000년대 중반 신규 조선소 부지로 군산을 낙점했을 때도 이미 베트남에 진출해 성과를 거두고 있었던 만큼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대주주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정치적 여론 정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낙점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HD현대는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조선 부문 세계 1위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 국내 조선소 규모를 키운다 △국내외 조선소를 인수한다 △해외에 조선소와 제휴하거나 직접 조선소를 건설한다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하다가 해외 전략 국가에 조선소 네트워크를 마련하기로 했고, 첫 번째 시도가 2010년대 중반 시작한 사우디아라비아 조선소 건설 프로젝트다. 이어 한진중공업이 건설했다가 매각한 필리핀 수빅 조선소의 부지를 임차해 군함 MRO(유지‧보수‧관리)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조선소 위탁 운영 가능성도 열어놨다. 미국은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현지 조선소 인수나 지분 참여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추세에서 조선‧해양 부문에서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HD현대의 큰 그림이다.

다만, 비슷한 전략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대우그룹과 STX그룹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세계화의 핵심은 ‘HD현대’라는 이름으로 건조 공정이나 기술, 선박의 품질 등이 모두 균일화된 일종의 ‘프랜차이즈화’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한국 본사에 매우 강력한 기술 제공 능력과 통제력이 요구된다. 앞서 두 기업은 이를 성공하지 못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프랜차이즈화를 추진하기도 전에 모기업이 해체됐디.

따라서, 조선업계는 HD현대가 방대해진 조선소 프로젝트를 어떻게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해 낼지가 세계화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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