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창배 '유죄'에 영풍, 고려아연 '친분 투자' 공세…'꿩 대신 닭'

성상영 기자

2025-10-23 13:05:10

法, SM엔터 주식 시세 조종 1심 판결
김범수에 '무죄' 지창배엔 '유죄' 선고
영풍, 시세 조종 대신 '횡령'으로 선회
"고려아연의 투자, 내부 통제 무너진 것"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카카오(035720)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가 회사 주식 시세 조종을 공모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법원이 무죄 판결했지만, 고려아연(010130)의 5600억원 출자와 관련한 의혹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영풍(000670)은 법원이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에 유죄를 선고한 사실을 들어 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고려아연 최대 주주인 영풍은 23일 "(지난 21일) 법원 판결은 단순한 투자 실패를 넘어 최윤범 회장 체제의 도덕적 해이와 내부 통제 붕괴가 드러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무죄를 받은 김 창업자와 달리 자금줄로 지목된 지 대표에게는 유죄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펀드를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기소된 지 대표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영풍은 재판부가 판결문을 통해 "펀드 출자자들이 일반 투자자가 아니고 피고인과 특별한 관계에 있다"고 언급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최 회장과 중학교 동창 사이로 알려진 지 대표가 개인적 친분을 이용해 고려아연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는 것이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원아시아 출자가 통상적인 회사 자금 운용이 아닌 '친구에게 맡긴 돈'이라는 성격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영풍은 검찰 수사 내용을 인용해 고려아연이 출자한 자금이 원아시아의 SM엔터 주식 대량 매집에 활용됐다고 주장해 왔다. 검찰은 원아시아가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사들인 행위가 의도된 시세 조종 행위라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시세 조종으로 볼 근거가 부족하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창업자와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에게 모두 무죄를 내렸다. 애당초 SM엔터 주가 조작과 연관지어 최 회장을 정조준한 영풍으로서는 공격 지점을 잃어버린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에 영풍은 재판부가 지 대표의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사실을 새로운 포인트로 삼은 모양새다. 재판부는 김 창업자 등이 주가 조작을 공모하지는 않았지만, 지 대표가 펀드 자금을 유용한 행위는 횡령에 해당한다고 봤다. 고려아연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설립한 '코리아그로쓰제1호'와 '하바나1호' 등을 포함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원아시아 측에 총 5600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은 지 대표의 횡령 사실을 고려아연이 알고도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영풍 관계자는 "지 대표가 펀드 자금을 유용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것은 고려아연의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 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내부 감시 기능이 무력화된 상황에서 수천억원의 회사 자금이 최 회장 개인 판단에 따라 운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의 8개 펀드 중 6개 펀드 지분을 90% 넘게 보유했던 고려아연이 지 대표의 횡령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게 영풍의 논리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단일 투자자(LP)로 구성된 펀드는 운용사(GP)로부터 상세한 투자 보고를 받는다. 만약 자금 흐름에 이상이 생기면 투자자가 이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SM엔터 시세 조종 의혹이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자 영풍이 '꿩 대신 닭'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이 해당 사건 1심 판결에 항소를 검토 중이지만, 주가 조작 혐의를 다시 입증하기 쉽지는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검찰청이 내년에 폐지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각각 수사·기소 기능이 이원화될 예정이어서 항소심에서 보강 수사가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howing19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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