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주가 조작'에 등장한 고려아연…영풍 "최윤범 수사해야"

성상영 기자

2025-09-01 15:10:58

주식 매집 활용된 1000억대 '하바나1호' 편드
고려아연이 99.8% 출자…"최 회장 연루 가능성"
경영권 분쟁 '확전'…고려아연 "입장문 낼 것"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고려아연 최대 주주인 영풍이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주가 조작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가담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최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영풍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이 SM엔터 주식 시세 조종 사건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영풍은 1일 입장문을 내고 "SM엔터 주가 조작의 실질적인 자금줄이었던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대표를 즉각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과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에 각각 징역 15년과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카카오가 2023년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 상대인 하이브를 방해할 목적으로 주식 시세를 조종했다고 봤다. 카카오가 한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 매수가보다 높게 고정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판단이다. 당시 하이브는 SM엔터 지분 25%를 1주당 12만원에 공개 매수하려 했다. 그러나 원아시아 측이 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이며 주가가 높아졌고 하이브는 SM엔터 인수에 실패했다.

영풍은 카카오의 SM엔터 주가 조작 연결 고리로 지목된 원아시아와 고려아연이 깊숙이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원아시아가 '하바나 제1호 펀드'를 통해 SM엔터 주식을 대량 매입했는데 그 자금 출처가 고려아연이라는 것이다. 영풍은 하바나1호에 99.82%를 출자한 주체가 고려아연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영풍이 형사 재판에서 나온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내용을 보면 고려아연의 하바나1호 출자와 해당 펀드의 SM엔터 주식 대량 매집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배 전 투자총괄은 2023년 2월 10일 지창배 원아시아 대표에게 "SM엔터 주식을 1000억원 규모로 매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 영업일 기준으로는 이틀 뒤인 2월 14일 하바나1호는 정관을 개정해 투자금 출자 요청(캐피탈콜) 기간을 1영업일로 줄였다. 그 다음 날인 2월 15일 고려아연은 하바나1호에 1016억원을 출자했다. 이 자금은 같은 달 16~17일 SM엔터 주식 매집에 활용됐다.
원아시아가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통상 2주 이상 걸리는 펀드 정관 개정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게 영풍 측 주장이다. 영풍은 특히 "최윤범 회장이 자금 출자자이자 실질적 의사결정 주체로 기능했음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 개입 없이 하바나1호의 캐피탈콜 하루 만에 고려아연이 1000억원 넘는 돈을 출자할 수 있었겠느냐는 의혹이다. 지창배 대표와 최 회장이 중학교 동창으로 친분이 두터웠다는 점도 영풍이 의심하는 대목이다.

SM엔터 주가 조작 재판 과정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측 투자 담당 임원이 최 회장과 김범수 센터장 간 회동 사실을 증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에 힘을 싣고 있다. 영풍에 따르면 해당 임원은 최 회장이 SM엔터 주식 공개 매수 저지 직후인 2023년 3월 김 센터장과 만나 "배재현 투자 책임이 이번에 아주 훌륭한 일을 해서 좋은 성과가 있어 축하드린다"며 "저희(고려아연)하고도 간접적으로 서로 협력을 잘해보자"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영풍이 최윤범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양측 간 공방은 확전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영풍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싸고 최 회장 측과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부터 SM엔터 주가 조작 관련 의혹을 제기해 왔다. 최근에는 고려아연이 미국 해저 광물 채굴 회사 더메탈스컴퍼니(TMC)에 투자한 사실을 문제 삼으며 최 회장을 공격하기도 했다.

영풍이 제기한 의혹과 관련해 고려아연 측은 "별도 입장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howing19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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