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논단] 이란의 한국선박 나포…‘조용한 외교’가 답이다

기사입력 : 2021-01-12 15: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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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남영진
빚 갚을 돈이 있어도 줄 방법이 없으니... 답답하다. 한국이 이란에게 줄 석유대금 지급 길이 막혀있어 우리 선박이 이란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 새해 벽두인 지난1월4일 중동 페르시아만에서 우리 선박이 이란해군에 나포됐다는 뉴스가 떴다. 이란이 미국의 정권교체기를 틈타 한국과 미국을 동시 압박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트럼프대통령이 2년 전 이란과 2015년 맺은 핵합의를 3년만에 ‘탈퇴’했다. 합의파기가 아닌 ‘탈퇴’란 이 합의가 미국 이란간만이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등 6국이 함께 맺은 국제협약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제기하는 이란의 핵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최소 15년간 3.67% 이상의 우라늄을 농축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이란에 대한 국제제재를 푸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국이 일방 파기했다.

이후 미국은 이란의 고위 군장성과 핵물리학자를 사살해 이란은 보복을 다짐하는 등 양국관계가 최악이다. 나포 전날인 3일은 미국이 드론 공격으로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암살한 지 1주년 되는 날이었다. 지난해 말인 11월27일엔 핵과학자 모흐센 파흐리자데가 숨졌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행위로 본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란 내 강경 여론이 들끓자 ‘보복’을 다짐했다. 12월20일 이라크 바그다드의 미국 대사관을 노린 것으로 보이는 로켓탄 공격이 있었다. 이에 미국은 이후 핵을 탑재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 B-52를 3번이나 페르시아만에 띄웠고 핵잠수함 조지아, 항모 니미츠를 이 지역에 파견했다.

그런데 왜 이란이 지난1월4일 적대국도 아닌 우리 화학물질 운반선 ‘한국케미호’를 ‘환경오염’을 덧씌워 공해상에서 나포했을까? 이란은 한국을 미국의 가까운 우방으로 본 것이다. 중국언론은 한국이 미국이 파놓은 구덩이 빠진 것이라고 보도했다.미국 국무부도 이란이 국제제재를 완화하기 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한국선박 나포당일 이날 이란이도 우라늄 농축도를 기존 4.5%에서 20%까지 올리는 작업을 시작한데 주목한다. 핵무기 제조용 고농축 우라늄의 농축도는 90% 이상이다. 이란은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5월 ‘이란 핵협정’을 일방 파기한 뒤에도 이란은 이 틀을 유지해왔지만 이제 선을 넘은 것이다.

이란 외교부는 “한국 선박이 바다를 오염시켰기 때문”이라는 주장으로 일관한다. 우리 정부도 해양오염에 대한 ‘기술적’ 조치라고 주장하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래야 조기 협상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해군 청해부대 최영함(4400t급)을 호르무즈해협에 급파했다. 고경석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을 실무반장으로 하는 대표단에 이어 최종건 제1차관이 수도 테헤란으로 날아갔다. 외교부는 “선박 및 선원들의 조기 억류해제가 목표”라고 말한다.

이란의 진짜 의도는 억류 자산을 반환받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약 70억 달러(약 7조7600억원)에 달하는 원유 수출대금을 빨리 받지 못한 게 원인이라는 것이다. 한국과 이란은 2010년 미국의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이후 달러송금이 안되기 때문에 한국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의 계좌를 통해 원화로 무역 결제를 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2019년 9월 이란을 특별지정국제테러조직(SDGT)으로 선정해 양국 간 교역마저 사실상 중단됐다. 그에 따라 돈이 한국에 있는 은행에 묶여 있는 상태다. 이란은 지난해 7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한국 정부를 제소하겠다”며 송금을 압박해왔다.

이란 정부 대변인도 5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선원 인질설’에 “인질극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우리 돈 70억달러를 근거 없이 동결한 한국 정부탓일 것”이라고 돈 문제임을 시사했다. 이란도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해 심각하다. 따라서 미국 영국 것은 안 되더라도 중국 러시아 것이라도 백신 확보가 급한 상태다. 이란은 우선 코로나19 백신 공동구매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 백신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한국 내 동결자금으로 결재할 방법을 한국정부에 몇 번 요청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미 재무부와 협의해 이란이 한국 내 동결 자금으로 ‘코백스 퍼실리티’ 백신을 확보하는 방안을 특별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원유의 국제 거래는 달러로만 되기 때문에 송금 과정에서 미국 은행으로 원화가 들어가면서 미국 정부가 압류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따른다. 이란 정부도 이 때문에 선뜻 결정을 못 내리고 한국정부가 적극 나서 해결하라는 압박이라는 분석이다.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은 선거유세 때 중동에 대한 외교정책으로 “취임 후 이란과의 핵협정에 복귀하겠다”고 말해왔다. 이란이 트럼프 정책을 뒤집는 바이든 당선자를 상대로 ‘맛보기 도발’에 나선 것이다. 미국은 국내에서 셰일가스와 원유가 충분히 확보되어 원유공급지로서의 중동의 중요성은 좀 낮아졌다. 그러나 핵문제는 다르다. 중동의 유일한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의 생존이 걸려있어 이란의 핵개발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게 미국의 중동 전략이다.

우리로서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다. 한국은 원유 전부를 사우디 쿠웨이트 바레인 이란 등 이 지역에 의존해 있다. 천연가스도 마찬가지다. 이란과 척지고는 페르시아만의 목젓인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야만 하는 원유수송선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국가 안보가 걸려있다.

70년대 이란의 건설 붐때 한국의 많은 건설회사들이 진출해 돈을 벌어왔다. 서울에 테헤란로가 있는 이유다. 우리로서는 ‘정통외교’회복을 공언한 바이든 새 대통령에게 이란에 대한 백신공급이라는 인도적 지원을 강력히 호소하는 길밖에 없다. 이란에게는 ‘해양오염’ 일정부분 시인과 재발방지 약속으로 선박과 선원을 구하는 ‘조용한 외교’밖에는 답이 없는 것 같다. 그래야 앞으로도 문제가 없다. 그래서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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