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불허 7개월 만에 결실...주당가 23% 낮추고 지분 '전량 처분'
호텔롯데 순차입금 7조1541억→6조3371억...부채비율 119%대로
부산롯데호텔 순차입금 -1732억원...'순현금' 상태로 전환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신용평가업계 등에 따르면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지난 11일 렉시콘코리아홀드코와 롯데렌탈 지분 61.17%(호텔롯데 38.14%, 부산롯데호텔 23.04%)를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가액은 1조3105억원(주당 5만9000원)으로 호텔롯데가 8170억원, 부산롯데호텔이 4935억원을 나눠 받는다.
렉시콘코리아홀드코는 미국계 글로벌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롯데렌탈 인수를 위해 세운 투자목적회사(SPC)다. 거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등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된 날로부터 14영업일째 되는 날 종결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앞서 어피니티와의 계약 해제 직후 연내 매각 마무리를 목표로 내걸었는데, 이번 계약 체결로 일단 그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이번 매각은 그룹 입장에서 '눈물의 재추진'이었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2024년 12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2025년 3월 지분 56.2%를 1조5729억원에 파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SK렌터카 지분 100%를 보유한 어피니티와의 결합이 국내 렌터카 시장 경쟁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공정위가 올해 1월 승인을 거부하면서 계약은 지난 5월 최종 해지됐다.
재추진 과정에서 조건은 달라졌다. 매각 지분율은 56.2%에서 61.17%로 늘려 보유 지분 전량을 처분하는 구조로 바뀐 반면, 주당 매각가격은 종전 7만7115원에서 5만9000원으로 약 23% 낮아졌다. 지분을 더 팔면서도 총액은 오히려 2624억원 줄어든 셈이다. 시너지가 없는 재무적 투자자에게 전략적 매수자 수준의 웃돈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데다 1년 넘게 미뤄진 자금 유입을 더는 늦추지 않으려 롯데가 가격 방어보다 거래의 확실성을 택한 결과로 풀이된다.
TPG는 전 세계 30개국 오피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다. 국내에서는 제일은행, 하나로텔레콤, 삼화 등에 투자한 이력이 있으며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2대 주주(지분율 약 14%)다.
매각대금이 들어와도 정작 받는 쪽인 호텔롯데의 사정은 녹록지 않다. 매각대금 8170억원은 연결 자산총계 23조9652억원(2026년 3월 말)의 3.4% 수준에 그친다. 순차입금(7조1541억원)이 7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8000억원대 현금 유입으로는 차입 부담의 구조적 완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매각 반영 후에도 순차입금/EBITDA는 10배를 웃돌아 현금창출력 대비 차입 부담이 과중하다는 평가다.
자금 소요처도 산적해 있다. 호텔롯데는 약 7200억원 규모의 뉴욕호텔 토지 매입과 서울호텔 리뉴얼, 월드부문 신규 어트랙션 도입 등 사업경쟁력 강화 투자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인천 송도에 의약품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추가 출자도 예정됐다.
호텔롯데는 2025년 12월 롯데바이오로직스 지분 19.07%를 2144억원에 취득하며 주주에 이름을 올렸으며 올해 7월에도 486억원을 추가 출자하기로 했다. 여기에 2025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신종자본증권으로 총 4000억원을 조달했다. 또한 기발행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조기상환) 행사 시점도 다가오고 있다.
호텔롯데 입장에서는 지주체제 밖에서 그룹의 '뒷배' 역할을 해온 부담도 여전하다. 지난 5월 본지([롯데그룹 줌인] 석화 부진에 사업재편, 신사업 투자로 극복 노력...재무부담은 관건)가 짚었듯 호텔롯데는 화학 부문 부진으로 여력이 줄어든 롯데지주를 대신해 계열사 자금 지원의 축을 맡아왔다.
호텔롯데는 롯데건설 유동화 펀드와 관련해 2026년 3월 말 기준 총 1조5000억원(프로젝트샬롯 1조3000억원, 엘피스제일차 2000억원)의 이자자금보충을 제공하고 있고 2025년에는 롯데건설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자금보충약정 7000억원 중 4000억원을 부담하는 계약도 새로 맺었다.
이 때문에 매각대금이 온전히 호텔롯데 자신의 빚을 갚는 데 쓰일지도 미지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기업평가는 매각대금이 자체 차입금 상환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유동성 대응이나 계열 지원에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거래 종결 여부와 함께 매각대금의 실제 사용처와 이에 따른 재무부담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 측이 매각대금을 재무건전성 개선과 호텔 부문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차입금 감축과 투자·계열 지원 사이의 배분이 향후 신용도 방향을 가를 변수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각 자체가 재무지표에 주는 효과는 뚜렷하다. 한국신용평가 추정에 따르면 호텔롯데의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2026년 3월 말 7조1541억원에서 거래 이후 6조3371억원으로 8170억원 줄어든다. 순차입금/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차감 전 이익) 배수는 11.5배에서 10.2배로, 순차입금의존도는 31.8%에서 28.9%로 내려온다.
매각가액이 2026년 3월 말 매각예정자산 장부가액인 5703억원을 크게 웃돌아 처분이익이 발생하면서 자본도 2111억원 늘어 부채비율은 121.5%에서 119.2%로 낮아질 전망이다.
매각 효과를 가장 뚜렷하게 누리는 쪽은 부산롯데호텔인 것으로 파악된다. 연결 기준 부산롯데호텔의 현금성자산은 2026년 3월 말 183억원에 불과했지만 매각대금 4935억원이 들어오면 5118억원으로 불어난다. 순차입금은 3203억원에서 마이너스(-) 1732억원으로 돌아서며 빚보다 현금이 많은 '순현금' 회사가 된다.
부채비율도 55.7%에서 49.9%로 낮아진다. 회사 몸집(2026년 3월 말 연결 자산총계 1조6305억원) 대비 유입 현금 규모가 커 재무구조가 사실상 '리셋'되는 수준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신용평가업계는 이번 매각이 호텔롯데(AA-/안정적)와 부산롯데호텔(A2+)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유동성 확보는 긍정적이지만 계열 지원 부담과 투자 계획을 감안하면 등급을 움직일 수준의 재무 개선은 아니라는 얘기다.
팔리는 쪽인 롯데렌탈(A+/안정적)의 신용도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현재 롯데렌탈 신용등급에는 유사시 롯데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반영돼 있지 않아 최대주주가 사모펀드로 바뀌어도 등급 자체가 흔들릴 일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사모펀드 특성상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배당 확대나 자본구조 변경 등 재무정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공모채 계약서상 지배구조 변경 시 채권자가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특약이 걸려 있어 2026년 3월 말 원금 기준 9610억원 전액이 잠재적 조기상환 대상이 된다. 은행 차입금(연결 기준 3조2260억원) 중 일부에도 경영실권자 변경 시 기한이익상실 조항이 걸려 있어 조기상환 위험이 공모채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다만 같은 시점 롯데렌탈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연결 기준) 2282억원과 미사용 약정한도(연결 기준) 5173억원, 현금창출력을 감안하면 대응 여력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롯데렌탈이 지분 100%를 보유한 롯데오토리스(A2) 역시 롯데렌탈과의 지분 관계와 영업·재무적 긴밀성이 유지되는 한 직접적인 신용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조재훈 빅데이터뉴스 기자 cj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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