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 미국 패싱하나...트럼프 제재 불구 中 점유율 역대 최고

채명석 기자

2026-07-29 13:02:47

2026년 상반기 수주량 1.2억DWT로 시장 점유율 82.3%
고부가가치 선박 나타내는 CGT 기준도 72% 점유율 달해
조선·해운 경쟁력 희박한 미국, '마스가' 성공 가능성 불투명
한국 조선산업도 위험, 자체 역량 키우는 데 역량 집중해야

중국 민간 조선소인 헝리중공업 다롄 조선소 전경. STX다롄조선소를 2022년 7월 인수한 지 4년 만에 수주잔량 기준 세계 1위에 올랐다. 사진= 헝리중공업
중국 민간 조선소인 헝리중공업 다롄 조선소 전경. STX다롄조선소를 2022년 7월 인수한 지 4년 만에 수주잔량 기준 세계 1위에 올랐다. 사진= 헝리중공업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전 세계 조선·해운산업에서 미국의 발언권이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선박에 대해 각종 규제를 취하고 있지만, 이를 비웃듯 전 세계 모든 선사가 중국 조선소에 배를 지어달라고 맡기는 등 ‘미국 패싱’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조선업 부흥이라는 명분으로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의 노력이 기대했던 성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에 의문을 키우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조선업체 대표 단체인 중국선박공업행업협회가 지난 23일 발표한 중국의 2026년 상반기(1~6월) 조선 지표를 보면, 신규 수주량은 DWT(재화 중량톤수)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배 성장한 1억2106만DWT로 집계됐다. 세계시장 점유율은 82.3%로 1분기(1~3월) 84.9%보다 2.6%P 축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절대적 우위를 누리고 있다.

6월 말 현재 중국의 조선수주잔량은 전년 동월 말 대비 54.9% 증가한 3억6325만DWT, 건조량은 51.2% 늘어난 3650만DWT였다. 수주잔량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1.2%, 건조량도 62.2%였다. 1~6월 선박 수출액은 316억2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한국 수출액 146억3800만 달러보다 2배 이상 많았다.

DWT는 선박의 중량에만 초점을 맞추는 단위로 선박의 기술적 가치는 논외로 하므로, 조선산업 통계로 직접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선종의 부가가치를 수치화해 반영한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국가별, 조선사별 능력을 측정한다. 이 단위 기준에서도 중국은 절대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1~6월 누적 수주량은 1131척 3100만CGT로 시장 점유율은 72.0%였다. 역대 최대치인 2024년 상반기(1401척 3128만CGT, 69%)에 비해 척수와 CGT는 미치지 못하지만, 점유율은 기록을 경신했다.

수주잔량도 5119척 1억3403만CGT, 점유율 65.0%로, 지난해 같은 기간(4268척 1억383만CGT, 60.0%)를 뛰어넘는 등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스플래시247 보도에 의하면, 중국 조선소들은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3대 주요 선박 유형에서 전 세계 수주량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또 친환경 선박 수주량에서도 전 세계 68%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했는데, 이는 지난 3년간 중국 조선소들이 유지해 온 수준이다.

생산능력 확대가 또 한 차례 진행하고 있다. 스플래시는 올해 초 중국의 휴면 상태였던 조선소들이 재가동되고 있으며, 기존 조선업체들도 대규모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업체 중 하나인 헝리중공업은 135억 위안(19억4000만 달러) 규모의 생산능력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재가동된 조선소가 주요 선박 유형 전반에 걸쳐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 부문에서 중국의 위력은 더욱 거세질 것임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조선산업의 시장 싹쓸이 상황은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를 가하자 오히려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직후 1년 전 발의했다가 폐지됐던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을 재발의했다. 이 법은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은 물론, 중국산 선박을 소유한 선주까지 제재 대상으로 명기했으며, 중국 국적 선박으로 수입된 상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 국적 상선을 크게 늘리려는 의도로 만들었다.

미국은 중국의 조선·해운업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제재를 추진했다. 구체적으로, 중국 기업이 소유·운영하거나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때 톤수 및 컨테이너 단위별로 거액의 특별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으며, 중국산 하역 크레인(STS 크레인) 및 특정 화물 처리 장비 등에 대해 100% 추가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멕시코나 캐나다 항구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물류 및 육로 운송 화물까지도 압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에 맞서 중국도 미국 선박에 대해 특별 항만 서비스료를 부과하는 등 맞대응을 시행키로 하는 등 갈등이 확산했으나 2025년 11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합의에 따라, 양국 조선·해운 분야의 징벌적 수수료 및 보복 조치를 2025년 11월 10일부터 1년간 공식 유예하고 교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양국의 협상에서 조급한 쪽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협상이 타결을 보지 못한 채 유예 조치가 끝나 제재가 발효되더라도 피해를 보는 것은 미국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선 정치적‧군사적 우위라는 점을 제외하면 미국의 협상력은 없다고 보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의 2025년 통계를 살펴보면, 전 세계 해상 교역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선종별 물동량 비중은 액화석유가스 (LPG) 운반선 47%, 자동차운반선 25%,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2% 등만, 의미 있는 수치일 뿐 원유 운반선(석유화학제품운반선 포함)이 18%, 컨테이너 운반선 16%, 화학제품 운반선 16%, 벌크선 8%였다. 해상으로 운송되는 재화 대부분이 원자재이고, 미국이 대부분의 원자재를 자급할 수 있는 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운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미국 선주사가 전 세계 수주잔량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7.5%(금액 기준)로, 중국 선주사들의 비중인 14.1%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발주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미미하다.

중국이 철강산업에서 과반의 절대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며 시장 왜곡을 심화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조선산업에서의 영향력은 이보다 더 크다. 제조업은 절대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 국가와 기업이 규모의 사업을 통해 생산(건조) 원가를 더 낮출 수 있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국책 금융기관의 지원까지 더해져 발주 고객에게 더 나은 투자안을 제시할 수 있다. 선사들로선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가 우려스럽지만, 중국 측이 제공하는 이같은 모든 혜택이 미국 정부의 제재로 감내해야 할 비용적인 부담보다 많다고 판단되면 중국 조선소에 물량을 맡기는 데, 그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제재가 유예된 가운데 미국-이란 전쟁이 지속되면서 공급망 단절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지금 선주들로선 선대 확충이 시급하며, 이러한 요구를 충족해 주는 국가는 중국이라는 인식이 고착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 선주는 미국으로의 화물 운송 사업이 중요하지만, 미국으로의 화물운송을 중단하더라도 다른 항로 운항을 통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는 듯하다”라며, “과거와같이 미국이 중요한 파트너 국가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 부문에서 중국과 대응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조선·해운 산업 부활을 위해 한국에 지원을 요청했으며, 한국은 ‘미스가’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고 있다. 문제는 마스가 프로젝트가 구체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시기가 언제일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반이 아예 없는 국가에서 산업을 일으키는 것보다, 한 번 번성했다가 쇠락한 국가에서 다시 살리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한다. 미국의 조선업이 함정 등 방위산업에 집중되어 있어, 조선산업을 일으킨다고 해도 상선 분야는 시장 경쟁력이 전혀 없어 향후에도 존스법(Jones Act) 등 법적 보호를 받는 자국 수요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해운사들의 규모도 유럽연합(EU)과 중국, 중동 업체들에 비해서도 작아 발주 능력도 제한적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자칫 대한민국 조선사들도 중국에 물량 공세에 이어 기술 측면에서도 밀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조선 부문에서 새로운 시도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이 눈앞에 성공의 늪에 빠져 있는 듯하다”라며 “ 가능성이 적은 미국에 매달리는 게 맞는 것인지, 지금 우리의 역량을 더 키워야 하는 게 옳은 일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용어 설명>

O DWT (Deadweight Tonnage, 재화중량톤수) : 선박이 안전하게 실을 수 있는 최대 화물 무게를 나타내는 단위다. 화물 뿐 아니라 연료, 물, 승원 등의 무게를 모두 더한 값으로, 선박의 상업적 수송 능력을 나타낸다.

O GT (Gross Tonnage, 총톤수) : 선박의 전체 내부 부피(용적)를 의미하는 단위다. 선박 안의 닫힌 모든 공간의 부피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선박의 크기나 항만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된다.

O CGT (Compensated Gross Tonnage, 표준화물선환산톤수) : 선박의 총톤수(GT)에 선박 종류별 작업 난이도 계수를 곱한 값이다. 단순한 선박보다 기술이 많이 필요한 복잡한 선박, 즉 같은 크기의 벌크선보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같은 선종의 CGT 값이 커진다. 조선소의 실제 건조 작업량과 부가가치를 평가할 때 사용한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