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회장, 롯데 모두 공식 사과...정 회장은 손정현 대표 해임
역사·윤리 의식 결여된 기업 행태, 소비자부터 대통령까지 '분노'
전문가들 "기업들에 윤리점수도 중요한 요소", "기업 내 점검 기구 둘 필요"

신세계 및 롯데와 같은 우리나라 대표 유통기업들이 잇따라 부적절한 표현을 마케팅 등에 쓰면서 전 국민적 비난을 사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비하하는 이벤트로 물의를 빚었고, 앞서 프로야구 구단인 롯데자이언츠는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표현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역사의식이 결여된 이같은 기업들의 행태가 기업 이미지 추락은 물론이고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은 최근 텀블러 프로모션 이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물의를 빚은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이사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사건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기념식 즈음에 발생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15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진행하는 이벤트에서 '탱크 데이' ,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해당 표현을 두고 비난이 일었다. 즉 '탱크'는 1980년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탱크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며, '책상에 탁'은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의 허위 해명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해당 이벤트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그날 억울하게 죽어간 생명과 역사의 훼손이 엄혹한데 무슨 억하심정으로 이런 짓을 저질렀느냐"며 "대한민국 공동체와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행태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손 대표와 관련 임원 해임 입장을 밝히고 공식 사과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 시스템과 마케팅 콘텐츠 검수 절차를 전면 재점검하고,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역사·윤리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재발 방지 책도 내놨다.
문제는 이와 같은 부적절한 행태가 최근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11일에는 롯데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 '자이언츠TV'에 게시된 기아 타이거즈와의 10일 경기 영상 중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일간 베스트 저장소)'에서 쓰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표현 '노무한'이 등장했다. 당시 영상에는 롯데 내야수 노진혁 선수의 유니폼 뒤에 '무한박수'라는 자막이 표시됐다. 노 선수의 이름과 붙이면 '노무한'으로 읽히는 장면을 연출한 셈이다.
또 해당 영상 댓글에는 "기아와의 경기에서 광주 출신 선수에게 일베 표현을 썼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화면에 잡힌 노진혁 선수가 광주 동성고 출신이라는 점을 지목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한 의도적인 편집이라는 비판이 확산되자 자이언츠TV는 해당 장면을 삭제하고 "해당 표현이 (노 전 대통령 비하를) 연상하게 할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사용됐다"고 해명했다. 이후 롯데측은 "업로드된 영상 내 자막 표현으로 인해 불쾌감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콘텐츠를) 더욱 철저히 점검해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논란을 불러온 편집 담당자는 구단 협력사 직원으로 논란이 불거진 뒤 자진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해 노무현재단은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고 롯데 자이언츠 측에 공식 항의했다. 또 재발 방지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특히 재단은 '해당 자막이 의도된 것은 아니다'라는 구단 측 해명에 "(영상 게시 시점이) 광주 연고팀과의 경기 직후이자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노 전 대통령 서거일(5월 23일)을 목전에 둔 때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결코 단순한 실수로 넘길 수 없다"고 따졌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경영 활동도 올바른 역사·윤리 의식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ESG 경영에 대한 주목도가 다소 낮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중요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본다"며 "사회 전반의 윤리 의식이 높아지는 가운데 ESG를 소홀히 하는 기업은 소비자와 사회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정보 수용성이 높아지고 AI 발전으로 사기 등 각종 위험 가능성도 커지면서 윤리에 대한 수요 역시 확대되고 있다"며 "기업 경영인에게는 실적뿐 아니라 윤리적인 점수도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인터넷상에서 특정 비하 표현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모를 수도 있고,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게 받아 들여질 수 있다"면서도 "기업 입장에서는 민감할 수 있는 표현들을 사전에 걸러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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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 교수는 "정치적 논란으로 번질 소지가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기업 내부에 소비자위원회와 같은 점검 기구를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용선 빅데이터뉴스 기자 cys4677@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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