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폭등에 러 수출 제한 ‘겹악재’…에너지 복합위기

김유승 기자

2026-03-29 09:00:00

미·이란 전쟁 장기화 수순…러시아도 석유 수출 제한
"6월 말까지 전쟁 이어질 시 유가 200달러까지 상승"
韓도 기름값 상승 압력↑…"4월 원유 수급 문제 없어"

2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실시한 27일 서울의 한 주유소. 사진=연합뉴스
2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실시한 27일 서울의 한 주유소.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한 달째 이어지는 미·이란 전쟁이 장기화 수순에 접어든 가운데, 세계 3위 원유 생산국인 러시아마저 석유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내 들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복합 위기에 빠졌다. 국제 유가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고,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배럴당 200달러(약 30만1200원) 돌파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29일 뉴욕상업거래소와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전장 대비 4.2% 상승한 배럴당 112.57달러(약 16만9500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5.5% 급등한 배럴당 99.64달러(약 15만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유가가 정점을 찍었던 2022년 7월 이후 약 3년 8개월 만의 최고치다.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27일과 비교하면 브렌트유는 53%, WTI는 45% 각각 급등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지 않을 경우 발전소를 타격하겠다는 최후통첩 시한을 4월 6일까지 10일 연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병력에 더해 보병과 기갑부대 등 약 1만 명 추가 파병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란이 미국의 종전 제안을 거부하고 역제안을 내놓으면서 조기 타결 기대는 크게 후퇴했고, 이에 따라 원유 공급 불안 역시 지속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수출 통제까지 겹치며 에너지 수급 불안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중동 분쟁 여파가 자국 내 연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오는 4월 1일부터 휘발유 수출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연간 약 500만 톤의 휘발유를 수출해온 러시아가 공급을 차단하면서 글로벌 석유 시장의 충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 그룹은 전쟁이 6월 말까지 이어질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 유가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기름값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6일 ‘2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발표하고, 27일부터 4월 9일까지 2주간 유종별 상한가를 기존보다 리터당 210원씩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보통 휘발유 최고가격은 리터당 1934원, 자동차용 경유는 1923원으로 상향 조정되며, 주유소 실제 판매가격은 2000원 안팎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유류세 인하 폭도 휘발유 15%, 경유 25%로 확대 적용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4월 원유 수급 위기설’에 대해 정부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양기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최근 “두바이유가 158달러를 기록하는 등 최근 유가 상승 속도가 2022년보다 가파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유사들이 호르무즈 해협 우회 경로를 확보하고 있고, 4월 중 아랍에미리트(UAE)산 원유 2400만 배럴이 순차 도입될 예정이며 비축유 방출도 계획돼 있어 전체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유승 빅데이터뉴스 기자 ky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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