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의 운명-10] 3월24일 주총서 미래 결정

채명석 기자

2026-03-09 09:20:00

최윤범 회장 vs. MBK·영풍 연합 두 번째 주총 충돌
개인 투자자 지분율 17% 불과, ‘주주가치=사주 이익’
고려아연을 지속 가능한 회사 만들 수 있는 이를 선택해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온산제련소를 방문해 임직원들과 설비를 돌아보며 생산 현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온산제련소를 방문해 임직원들과 설비를 돌아보며 생산 현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고려아연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고려아연이 10년 후 영화 ‘카트’의 주무대가 될지, 성공한 기업으로 지속 성장을 할지가 오는 24일 결정된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주총에선 최윤범 회장 측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에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지만 경영권 분쟁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1년의 세월 동안 양측은 번번이 대립하며, 평행선을 좁히지 못했다.

고려아연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원대한 목표는 같지만, 이를 실현하는 방법론에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갈등이 길어질수록 손해는 고려아연이 받아야 한다. 영업과 투자활동이 위축되면 회사의 중장기 발전 계획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고려아연을 정말로 위한다면 이번 주총에서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 하며, 패자는 이를 인정하고 깨끗하게 물러나야 한다.

따라서 주주들의 투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9일 기준, 주총까지 보름여 정도가 남아있으나 고려아연과 MBK·영풍 연합, 양측은 우군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며, 자문사들도 주총 안건을 토대로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라 이번 주에 표 대결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날 전망이다. 고려아연 주주들 가운데 소액주주 비중은 99.86%에 달하지만, 이들의 지분율은 17.31%에 불과해 개인 투자자들로선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MBK·영풍 연합이 말하는 주주가치 증대가 결국 대주주인 자신들의 이익 확대를 위한 것이라는 건 밝히지 않고 말이다.
그래도 개인 투자자는 고려아연의 미래를 뒤바꿀 힘을 갖고 있다. 이날 주주와 투자자의 선택에 따라 10년 후 고려아연의 미래가 결정된다. 진정 고려아연을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한 이들을 선택해야 한다. 고려아연을 통한 주주가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해야 높일 수 있다. 기업 사냥꾼의 약탈적 인수·합병(M&A)을 당해 경쟁력을 잃고 퇴출당할 기업에 주주가치를 논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진정 위한다면 주주에 앞서 회사를 생각한 결정을 투자자들이 해야 함. 투자자의 가치도 결국 기업이 영속성을 가져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5일 주주와 투자자에게 발송한 주주 서한을 통해 미국 통합제련소 프로젝트를 비롯한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최윤범 회장을 구심점으로 한 리더십의 연속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증도 못 하는 기업 가치 제고라는 명분으로 경영권을 흔들려는 MBK파트너스‧영풍의 의도를 투자자들이 막아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주주 서한에서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중은 68%로 국내 상장사 평균인 51%(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를 웃돈다. 이사회 내 모든 위원회가 사외이사로만 구성돼 있으며 이사회 의장도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지난해 여성 사외이사와 외국인 이사를 추가 선임해 이사회 다양성도 한층 향상했다.

또한 지난해 경영위원회를 신설해 주요 투자·전략에 대한 사전 검토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한국거래소 기준 기업 지배구조 핵심 지표 준수율은 80%로 상장사 평균인 55%(한국거래소 발표 기준)를 크게 웃돈다. 고려아연은 이사회 독립성과 다양성,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거버넌스 개선 작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주주환원과 소통을 위한 노력도 눈에 띈다. MBK·영풍 연합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해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사주 약 204만 주를 전량 소각하겠다는 주주와의 약속을 2025년에 차질 없이 이행하며 주주가치를 제고했다. 그해 11월 결산 배당금 주당 2만 원을 사전에 확정해 알림으로써 배당 예측 가능성도 높였다.

지난해 9월 ‘2025년 기업 가치 제고 이행 현황’을 발표해 1년 전 주주들에게 밝힌 밸류업 로드맵의 경과도 전달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총주주환원율은 2024년과 2025년 모두 200%를 넘어서며 목표인 40% 이상 유지를 초과 달성했다. C레벨 참여 투자자 미팅도 2023년 20회에서 2024년 54회, 2025년 81회로 늘리며 소통을 강화했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 16조5812억 원, 영업이익 1조2324억 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동시에 기록하고 44년 연속 영업 흑자라는 유례없는 성과를 거둔 점도 전했다.

무엇보다 제련 수수료(TC)가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을 나타내는 등 업황 악화에도 고부가가치 금속 비중 확대와 신사업 전략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이익 본격화 등으로 대응한 것이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현 경영진의 뛰어난 경영관리 역량과 위기관리 능력, 실행력이 입증된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주 서한에서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 권익 보호 노력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안건들을 24일 정기주총에 다수 상정한 점도 설명했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찬성한 안건은 ▲임의적립금 9176억 원의 미처분이익잉여금 전환의 건 ▲소수 주주 보호 관련 정관 명문화의 건 ▲전자 주총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 ▲이사회 내 독립이사(현 사외이사) 구성 요건 명확화 및 독립이사 명칭 변경의 건 ▲이사의 충실의무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 ▲분기 배당 관련 정관 변경의 건 ▲분리 선출 감사위원 2인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의 건 △집중투표에 따른 이사 5인 선임의 건 등이다.

이 가운데 임의적립금 9176억 원을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안건은 분기 배당을 위한 안정적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MBK·영풍 연합이 제안한 3924억 원의 2배 넘는 규모다. 주주들에게 예측 가능한 이익을 보장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걸 고려아연 현 경영진이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이사의 충실의무 도입과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2인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의 건은 올해 9월 시행하는 상법 개정안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정부 정책에 발맞춰 전체 주주의 이익 증대를 위해 이사회의 관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조치다. 소수 주주의 의사결정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소수 주주 보호 관련 정관 명문화의 건도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이사회 장악 등 적대적 M&A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MBK·영풍의 주주제안은 법과 정관에 위배되거나, 경영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 대부분의 안건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MBK·영풍의 소송 제기로 지난해 1월 임시주총에서 가결됐는데도 효력 정지된 액면분할을 MBK·영풍이 제안한 것에 대해 절차 중복과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MBK·영풍이 법적 절차를 철회해 기존 가결된 액면분할을 추진하는 게 효율적인 해법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고려아연은 글로벌 핵심 광물 공급망의 확실한 ‘키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게 할 ‘미국 통합제련소 건설 프로젝트(프로젝트 크루서블)’를 성공시키기 위해 경영 능력을 꾸준히 입증한 현 리더십이 끊기지 않고 안정적으로 이어져야 하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 등과 함께 약 11조 원을 투자해 미국 현지에서 아연과 구리, 은, 안티모니 등 핵심 광물 11종을 포함한 비철금속 13종을 생산하는 대규모 제련소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전체 투자액의 약 91%를 미국 정부와 투자자 등이 부담할 정도로 이번 프로젝트 성과에 미국 전체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고려아연은 세계 최대 핵심 광물 시장 중 하나인 미국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사업 규모와 포트폴리오, 글로벌 위상이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도약을 위해선 지난 수십 년간 제련 기술 전문성과 안정적 조직 관리 능력, 대형 프로젝트 실행 역량 등을 두루 입증한 현 리더십의 연속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고려아연은 주주 서한에서 “미국 정부의 제도적 신뢰와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이번 사업은 고려아연의 기술력과 프로젝트 수행 역량, 거버넌스 체계에 대한 높은 국제적 신뢰를 확인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곧 개최되는 정기주총은 그동안 추진한 전략의 방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는 중요한 자리”라며 “주주 여러분의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바탕으로 고려아연은 신중한 투자 판단과 엄격한 자본 관리, 책임 있는 경영 원칙을 유지하며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안정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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