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갈등이 부른 이혼소송, 재판부가 '단순 불화'와 '혼인 파탄'을 구분하는 결정적 잣대

황인석 기자

2026-02-06 09:00:00

이원화 변호사
이원화 변호사
[빅데이터뉴스 황인석 기자] 명절 연휴는 가족 내 잠재되어 있던 갈등이 수면 위로 분출되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대법원 사법연감 및 가사재판 통계에 따르면, 매년 명절 직후 이혼 소송 접수율이 급증하는 현상은 이제 하나의 사회적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명절 음식 준비나 제사 등 가사 노동의 불평등부터 명절 기간 중 발생하는 배우자의 폭언, 직계존속(시부모·처부모)의 부당한 간섭과 이를 방관하는 배우자의 태도까지 명절 후 이혼소송을 부르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혼 소송에서 피고 측이 가장 많이 내세우는 방어 논리는 ‘명절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일시적이고 우발적인 갈등일 뿐, 평소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가 주목하는 지점은 해당 사건의 단발성이 아니라, 그 사건이 혼인 관계의 본질적인 신뢰를 얼마나 회복 불가능하게 훼손했느냐에 있다. 즉, 혼인 생활의 계속을 강요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면 비록 일회성 갈등이었다 하더라도 이혼 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

물론 지속성, 누적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보다 수월하게 이혼을 진행할 수 있다. 이 경우, 피고는 명절에 터진 사건이 과거부터 이어진 고부갈등이나 장서갈등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배우자의 태도도 중요하다. 판례는 배우자가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아니면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켰는지를 엄격히 따진다. 배우자가 부모의 부당한 요구에 동조하며 상대 배우자에게 인내만을 강요했다면, 이는 배우자로서의 보호 의무를 저버린 유책 사유로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명절 당일의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부부의 태도와 관계 회복 가능성에 방점을 둔다.

명절 이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재판상 사유는 민법 제840조 제3호(부당한 대우)와 제6호(기타 중대한 사유)다. 그런데 최근 하급심 판례의 경향을 보면 부당한 대우의 범위를 신체적 폭행뿐만 아니라 정신적 학대와 인격적 모독까지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명절 기간 중 자녀 앞에서 배우자 혹은 그 부모로부터 "너 같은 건 우리 집안에 필요 없다"거나 "교육을 어떻게 받았길래 모양이냐"는 식의 비하 발언을 들었다면, 이는 단순한 말다툼을 넘어선 인격권 침해로 간주될 수 있으며 나아가 이혼 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형사법 및 이혼 전문 변호사인 로엘 법무법인의 이원화 대표변호사는 “명절 갈등으로 인한 소송은 일반적인 이혼보다 증거의 휘발성이 강하다. 따라서 명절 중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었다면 그 순간을 녹음하거나 사후에라도 메신저, 문자, 전화 등을 통해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드러내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감정을 정제하고 법적인 언어로 자신의 상황을 재구성해야 이혼소송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으며 나아가 위자료 청구에 있어서도 승기를 잡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황인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hi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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