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심해 채굴' 논란 일파만파…환경단체 "깊은 우려"

성상영 기자

2025-09-24 19:52:47

TMC 지분 사들인 고려아연, '국제법 위반' 논란
"생물 서식지 영구 훼손 등 심각한 영향" 비판도
"단순 재무적 투자" 해명에 "韓정부 개입" 목소리

ⓒ고려아연
ⓒ고려아연
[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고려아연이 캐나다 심해 광물 개발 기업 더 메탈스 컴퍼니(TMC)에 지분 투자를 한 것과 관련해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국가 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공해상에서 국제해저기구(ISA)의 정식 승인 없이 상업 목적으로 광물을 채굴해 심해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다.

기후해양정책연구소 '코리'는 24일 "심해 채광은 해저 생물의 서식지를 영구적으로 훼손할 뿐만 아니라 채광 과정에서 발생하는 퇴적물 교란, 인공 조명, 소음 등으로 인해 심해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공개 대화를 고려아연에 요구했다.

이 단체 대표인 김은희 박사는 "심해 생태계는 아직 어떤 종들이 서식하는지조차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고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린 생물종이 많아 서식지가 한 번 훼손되면 복원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고려아연이 TMC를 통해 추진 중인 심해 채굴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상업적 채광은 지금까지의 탐사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규모로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환경적 위험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6월 TMC에 8520만 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해 이 회사 지분 4.95%를 사들였다. TMC는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해양대기청에 채굴 허가를 신청했다. TMC가 시도 중인 심해 채굴은 태평양 클라리온-클리퍼턴 해역에서 망간단괴를 캐내는 사업이다.
논란은 TMC가 ISA로부터 승인을 받지 않고 상업적 심해 채굴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클라리온-클리퍼턴 해역은 미국의 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공해상에 있는 해역으로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등 국제법 적용을 받는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이 TMC에 투자한 것은 국제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해당 건과 관련해 코리와 공익법센터 '어필' 등은 지난 7월 고려아연 측에 질의서를 보냈다. 질의서에는 TMC의 채굴 사업에 대한 법률적 실사를 마쳤는지, ISA 승인 없이 채굴이 진행될 경우 투자를 철회하는 내용이 계약서에 담겼는지 등이 포함됐다.

이에 고려아연은 지난달 20일 답변서를 통해 "TMC가 아직 심해저 채광과 관련된 행위를 하고 있지 않으며 고려아연은 소수지분 투자자로서 심해저 채광과 관련해 국제법 위반 여부에 대해 판단할 지위에 있지 않다"는 취지로 입장을 밝혔다. TMC에 대한 투자는 단순 재무적 투자일 뿐 TMC의 경영이나 채굴 사업에 관여할 권리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해명도 내놨다.

환경단체들은 고려아연의 이 같은 답변이 '책임 회피'에 가깝다고 비판한다. 질의서 발송에 참여한 정신영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직접적인 결정권이 없다는 이유로 인권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면서 "고려아연은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TMC의 심해저 채굴 사업 영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가능한 영향력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나서서 고려아연의 투자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던컨 커리 DSCC 국제법 자문위원은 "한국은 고려아연과 같은 자국 기업이 불법적인 심해저 채광 활동에 참여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howing19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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