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마트는 최근 싱가포르에 신규 진출하며 17년 만에 해외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더불어 모회사 롯데쇼핑(023530)은 글로벌 현지 사업을 총괄할 해외 현지법인 '인터내셔널 헤드쿼터(iHQ)' 출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롯데마트, 17년 만에 동남아 신규 진출…해외 사업 힘준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8월 싱가포르 최대 유통사 NTUC 페어프라이스와 PB 상품 공급 및 판매 업무협약을 맺은 후 이달 현지 대형 할인점 '페어프라이스 엑스트라 비보시티점'에 K-그로서리 전문매장 '롯데마트 익스프레스(EXPRESS) 1호점'을 오픈했다.
업계에서는 롯데마트가 최근 국내 시장보다 해외에서 성과가 두드러지자 본격적으로 글로벌 사업에 힘을 주며 활로를 모색한다는 평가다.
롯데마트는 올해 1분기 국내 할인점·슈퍼 부문에서 매출 1조3235억원, 영업이익 9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4.3%, 73.4% 감소한 수치다.
최근 국내 대형마트 업계는 경기 침체와 더불어 이커머스 등 온라인 플랫폼과의 경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실제 업계에서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홈플러스는 현재 기업 회생 절차에 표류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 추락이 이마트, 롯데마트 등 기존 경쟁사들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롯데마트의 경우 경쟁사가 줄어들며 뚜렷한 반사이익을 누리진 못했지만, 해외에서 긍정적 신호들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롯데마트의 지난 1분기 해외 할인점 부문 매출은 4689억원, 영업이익 214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9.5%, 20.6% 증가했다. 지난 2008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매장을 출점한 후 지속적으로 영업을 확장하며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새롭게 문을 연 '롯데마트 익스프레스'는 '숍인숍(Shop-in-Shop)' 형태로, PB상품과 즉석 조리식을 앞세운 K-그로서리 전문 매장인 것이 특징이다. 롯데마트는 매장 내에 '요리하다 키친'을 비롯해 떡볶이, 김밥, 닭강정 등을 제공하는 델리존, 한국 라면을 바로 끓여 먹을 수 있는 라면 스테이션, 롯데웰푸드·롯데칠성 등 롯데 계열 상품을 모은 '롯데존' 등을 마련했다.
특히 롯데마트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진출의 경우 현지에 직접 점포를 출점하는 방식을 고수했던 데 비해 싱가포르에서는 현지 유통사와 계약을 통한 '숍인숍' 형태를 선택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유통 인프라가 이미 잘 갖춰져 있는 국가이기 때문에 현지 점포를 개점하기 위한 투자 비용과 시간 등을 고려해 숍인숍 형태가 더욱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직진출 리스크 안고 안착 '성공', 해외 사업 총괄 법인 출범까지
업계에서는 롯데마트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와중, 해외 실적 선방 요인으로 선제적인 '직진출' 방식을 꼽는다.
현재 롯데마트는 국내 유통 대기업 중 유일하게 해외 시장에 '직진출'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48개점), 베트남(15개점)에 이어 싱가포르까지 직접 진출한 유통사는 롯데마트가 업계에서 유일하다.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 진출 시, 본사가 해외에 지사를 설립해 직접 사업을 관리하는 '직진출' 방식과 기업이 현지 파트너사와 계약해 브랜드 사용 권한과 운영 전략을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마스터프랜차이즈(MF)' 방식이 있다.
유통업계에서 롯데마트를 제외한 대부분 기업들은 MF 방식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는 상황. 이러한 이유는 현지 브랜드 정착에 대한 '리스크' 감소를 위해서다.
MF 방식의 단점은 현지 매출에서 0.5% 내외 로열티를 받는 수익구조로 이뤄져 사업성이 낮다. 반면 직진출 방식은 현지 안착에만 성공하면 독자 경영을 통해 높은 수익성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브랜드 관리도 비교적 쉬운 장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마트가 일찌감치 해외 직접 진출이라는 정공법을 선택한 이후 현지화 전략, 선호도 높은 K-컬처 마케팅 등을 통해 동남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특히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은 올해 신설 목표로 해외 사업 전담 법인 '인터내셔널헤드쿼터(iHQ)' 출범을 준비중이다. 이 조직은 현재 베트남 4개, 인도네시아 3개의 롯데 법인을 보유한 싱가포르 법인 '롯데쇼핑 싱가포르 홀딩스'를 지주회사로 해외 진출 국가별 전략 수립과 운영을 통합 관리하며, 동남아를 중심의 글로벌 확장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예정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현재 해외 점포의 경우 할인점, 백화점 등에 따라 각각의 사업부가 사업을 담당하고 있지만 iHQ가 신설된 이후에는 하나의 통합 법인이 모든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게 되는 만큼 현지 자금 조달, 현지 투자, 수익성 관리 등 다양한 부분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iHQ를 통해 본격적인 시너지를 내며 해외 사업이 진출한 각국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아가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지난 2023년 베트남에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점을 오픈하며 백화점 부문 해외 사업 성공을 경험한 바 있다. 이에 할인점 해외 진출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iHQ 출범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국내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롯데마트와 양강 체제를 이루고 있는 이마트가 실적 호조를 이어가며 1위 입지를 굳히고 있다. 올해 1분기 이마트는 연결 기준 영업이익 1593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238.2% 증가하며 8년 만의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체된 내수 시장에서 롯데마트가 선택한 해외 직진출 전략은 중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승부수"라며 "싱가포르 진출과 조직 개편이 맞물리며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최효경 빅데이터뉴스 기자 chk@thebigdata.co.kr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