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각에서는 더 미식의 할인 마케팅이 마지막 승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한편, 프리미엄 간편식이라는 초기 브랜드 이념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더 미식 '소비기한 임박' 제품 할인…최대 55%
16일 업계에 따르면 더 미식은 지난 13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즉석밥, 밀키트 등 다양한 간편식 제품을 대상으로 '오월의 특가'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식품 제조사가 진행하는 할인 기획전으로 보이는 이 행사는 특이점이 있다. 할인 상품의 대부분이 '소비기한 임박' 제품이라는 것이다.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을 나타내는 용어다. 식품 섭취 시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한이다. 시중에 유통될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도 소비기한이 남았다면 섭취할 수 있다.
이번 더 미식 할인율은 최소 15%에서 최대 55%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이 중 소비기한이 임박한 상품은 제품명과 함께 소비기한을 표기하고 있다.
소비기한이 임박한 상품 중 가장 짧은 기간이 남은 제품은 '더미식 장인라면 얼큰한맛 컵(1개)'으로 소비기한은 오는 6월 18일까지, 정가(2800원)대비 50% 할인 가격인 1400원에 판매된다. 이 외에도 소비기한 임박 제품은 6월부터 최장 10월 제품까지 마련됐다.
소비기한이 임박한 상품은 반값 할인이 적용되는 경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 소비기한이 임박하지 않은 정상 제품은 대부분 15~30% 할인 적용됐다.
◆ 시장 점유율 1% 미만, 재고자산회전율 하락

하림산업이 더 미식의 프리미엄 전략을 뒷전으로 하고 할인 행사를 진행 이유는 지속적인 제품 판매 부진이 크다. 더 미식은 지난 2021년 론칭 이후 좀처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지 못했다.
더 미식은 대표 제품인 즉석밥과 라면 시장에서 모두 미미한 존재감을 기록중이다. 국내 즉석밥 시장은 CJ제일제당과 오뚜기가 무려 95%를 차지하며 양강 체제를 이루고 있는 상황. 라면 시장 점유율은 △1위 농심 56% △오뚜기 23% △삼양식품 11% △팔도 9% 등으로 상위 업체들이 전체 99%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중 하림산업은 사실상 1% 미만에 속한다.
실제 더 미식 제품 생산을 전담하고 있는 '하림 퍼스트 키친'의 공장 가동률은 약 70%로 알려졌다. 올해 대규모 투자를 통해 2개 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이지만, 제품 수요가 늘지 않는 상황에 공장 가동률이 높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황이 이러하자 하림산업은 지난 2021년부터 재고자산만 점점 늘어나는 상황이다. 실제 하림산업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2022년 6115만원 △2023년 2억원 △2024년 10억원으로 빠르게 급증했다.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생산된 제품을 팔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제품 판매가 불가능하거나 할인이 필요한 경우 제품가격이 취득원가보다 낮아질 때 회계 처리하는 방법이다.
재고자산회전율도 낮아진 모습이다. 재고자산회전율은 회사가 재고 제품을 통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매출을 발생시키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하림산업 재고자산회전율은 더 미식을 출시한 2021년 6.1%에서 2022년 8.9%로 잠시 상승세를 보였지만, 2023년 6.8%로 다시 하락했다.
◆ '100원 마케팅' 후 2년, '가격 후려치기' 여전해
한편 하림산업이 진행하고 있는 '오월의 특가' 행사는 몇 년 전 유통업계에서 이목을 끌었던 '100원 즉석밥' 마케팅과 매우 흡사한 패턴을 가진다.
더 미식은 지난 2023년 쿠팡과 협업을 통해 즉석밥 3종 세트(정상 판매가 7100원)를 100원에 판매하는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더 미식이 '재고 떨이'를 위해 해당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 시선이 팽배했다. 하지만 당시 하림산업은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더 미식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행사"라며 "한번 맛 본 고객들은 반드시 재구매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하림산업이 100원 마케팅에 준비한 물량 6만 세트는 빠른 시간내 완판됐다. 정상 가격 판매시 무려 4억6000만원의 매출이 발생해야 했지만, 실제 매출액은 고작 600만원에 그쳤다.
성공적인 행사 종료에도 불구, 하림산업은 막대한 재무적 손해를 봤다. 하지만 하림산업은 장기적 관점의 브랜드 각인 효과, 재구매 고객 증가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100원 마케팅' 이후 약 2년이 지난 현재 하림산업은 여전히 '가격 후려치기'를 통한 재고 판매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유통기한 임박 상품 등 가성비 소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더 미식의 할인 마케팅이 충분히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하지만 브랜드 콘셉트가 프리미엄이었던 만큼 반복되는 할인 행사는 오히려 제품 이미지를 모호하게 하고 할인 행사 없이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점점 더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더 미식 관계자는 향후 프리미엄 마케팅의 지속 가능성과 현재 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부정적 평가에 대해 "향후 브랜드 마케팅 방향의 전환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더미식은 대표 업체들이 막강한 간편식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한 5년차 신생 브랜드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향후 브랜드 성장 가치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고의 맛은 신선함에서부터 시작된다는 하림그룹 식품철학에 기반해 앞으로도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제품 라인업 확장에도 힘써 이익 구조 개선에도 노력할 예정"이라고 첨언했다.
최효경 빅데이터뉴스 기자 chk@thebigdata.co.kr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