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이혼, ‘재산분할 포기’의 함정

이병학 기자

2025-03-27 13:00:48

[ 사진 내용 : 장예준 변호사 / 여울 여성특화센터]
[ 사진 내용 : 장예준 변호사 / 여울 여성특화센터]
[빅데이터뉴스 이병학 기자] 남편의 외도로 협의이혼을 결심한 40대 여성 A씨는 재산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구질구질하다’는 생각에 아무 조건 없이 도장을 찍을 뻔했다. 하지만 변호사와 상담을 하였고, 뒤늦게 자신에게도 재산분할의 권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의 여성 특화센터 ‘여울’에서 이혼 사건을 다수 맡아온 장예준 변호사는 협의이혼을 준비하는 여성 의뢰인들에게 “재산분할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라고 강조한다.

“많은 여성 의뢰인들이 감정적으로 지쳐버린 상태에서 모든 걸 포기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혼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이고, 그 시작에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협의이혼은 부부가 협의하에 이혼 조건을 정해 법원에 신청하는 방식이다. 절차는 간단하지만, 그 안에 함정도 있다. 특히 ‘재산분할’을 둘러싼 구체적인 합의 없이 서둘러 이혼을 진행하면, 이후 소송으로도 권리를 되찾기 어려울 수 있다.

가사소송법 제59조에 따라 재산분할청구는 이혼이 성립한 날로부터 2년 이내에만 가능하다. 게다가 협의이혼 당시 “서로 재산분할 청구를 하지 않기로 합의한다”는 문구를 넣는다면, 그로 인해 청구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장예준 변호사는 “특히 전업주부, 육아 전담자, 장기간 경제활동을 하지 못한 여성일수록 재산분할은 필수적”이라며, 감정이 아닌 ‘객관적인 기여도’를 기준으로 분할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단순히 통장에 이름이 없다고 해서 기여가 없다는 게 아닙니다. 가사노동과 자녀 양육도 명백한 재산 형성 기여로 인정됩니다. 이를 입증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고, 여성 의뢰인을 위해 싸우는 이유입니다.”

여성 특화센터 ‘여울’은 초기 상담 단계부터 재산 내역 분석, 부동산·금융자산 조사, 상대방 협상 전략 수립까지 여성의 입장에서 세밀하게 대응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한다. 단순한 감정 위로를 넘어, 실질적인 권리 회복을 도와주는 곳이다.

이혼은 관계를 정리하는 일인 동시에, 자신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침묵과 양보로만 일관했던 관계였다면, 최소한의 ‘분할’은 반드시 필요하다. 협의이혼도 전략이 필요하다. 여성의 권리를 위한 법적 조력, 여울이 함께한다.

이병학 빅데이터뉴스 기자 lb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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