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10년 숙원 사업의 9부능선을 넘으며 발판을 마련했지만, 장밋빛 미래만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고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결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우리금융은 동양생명의 지분 75.34%를 1조2840억원에, ABL생명의 지분 100%를 2654억원에 취득할 예정이다. 총 인수 금액은 약 1조5494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최종 인수까지는 금융당국 승인 등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구체적인 지분 취득 완료 시점 등은 추후 공시될 예정이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아직 인수 이후 계획은 세부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며, 금융당국의 승인을 위해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마무리하면 단숨에 생보업계 선두 그룹에 진입할 전망이다. 올 1분기 말 기준 두 회사의 자산총액은 약 50조원으로, 이는 삼성·교보·한화·신한라이프·NH농협생명에 이은 6위권 규모다.
자산 규모뿐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단숨에 업계 ’톱티어’로 올라서게 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지난해 순이익 합계는 3762억원으로, 업계 1위 삼성생명(1조8953억원)과 2위 신한라이프(4723억원)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우리금융은 그간 발목을 잡아온 ’은행 쏠림’ 현상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금융은 올 상반기 순이익 1조7550억원 중 은행 비중이 95.4%에 달했다. 하나금융(84.6%), 신한금융(75%), KB금융(54.1%) 등 경쟁사들과 큰 격차를 보이는 수치다.
◆ 동양·ABL생명 품었지만…‘금융당국 승인’, ‘인력 감축’ 난제 직면
가장 큰 난관은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이다. 금융감독원은 2일 우리금융 계열사들의 부당 대출 혐의를 포착하고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며, 현 경영진의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한 재검사 기간도 연장했다.
앞서 금감원은 외부 제보를 바탕으로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하여 손 전 회장 친인척에게 616억원 규모의 대출이 실행된 사실을 확인했고, 이 중 절반 이상을 특혜성 부당대출로 판단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우리금융저축은행과 우리금융캐피탈에서 각각 7억원과 10억원가량 부당대출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했다.
우리은행 외에도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캐피탈 등 우리금융그룹 내 대출 관련 계열사 전체로 조사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현 경영진의 책임 문제 등 사태의 파장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력 구조조정 문제다. 올해 2분기 기준 동양생명(935명)과 ABL생명(777명)의 직원 수는 자산총계 3위 한화생명(2723명)에는 못 미치지만, 4위 신한라이프(1532명)와 5위 NH농협생명(1013명)을 뛰어넘는다. 때문에 두 회사의 중복되는 업무 인력을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합병으로 탄생한 신한라이프는 2021년 7월 출범 후 불과 5개월 만에 25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 역시 KB라이프로 통합되기 직전에 희망퇴직을 진행한 바 있다.
대부분의 인수합병(M&A)이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던 만큼, 동양생명과 ABL생명 노조는 고용 보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산하 양사 매각 공동대책위원회는 우리금융에 고용 및 단체협약 승계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인수 완료 후에도 직원들의 고용 관계를 유지하고, 인수 전 체결된 단체협약과 합의서를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이나 자회사 분리, 외주화 없이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하고, 향후 합병 시에도 노조와 충분한 협의를 거칠 것을 요구했다. 선례가 있다 보니 고용보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한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최종 인수까지 금융당국의 승인도 남아 있지만, 과거 사례로 볼때 합병 과정에서 구조조정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민호 빅데이터뉴스 기자 ym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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