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과 학칙에 없는 징계처분을 받았다면?

이병학 기자

2023-10-20 11:22:20

법률과 학칙에 없는 징계처분을 받았다면?
[빅데이터뉴스 이병학 기자] 우리나라는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만큼 학교에서 학생을 징계할 때에도 법률이 정한 바를 엄격히 따라야 한다. 학생의 징계에 관한 규정은 초중등교육법 제18조에 명시되어있는데, 학교의 장은 교육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징계할 수 있고, 학생이나 보호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는 등 적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관련 법령과 학칙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내용으로 학생을 징계할 수는 없을까. 법무법인 동광 징계행정팀에 의하면 지난 2019년 강원도 한 중학교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학교는 교사의 지시를 불이행한 학생에게 ‘교사를 상대로 하는 사과편지작성’ 징계를 내렸는데, 이러한 징계 내용은 법령이나 학칙 어디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법무법인 동광 징계행정팀 측은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학교 내의 봉사’에 ‘심성교육’이 포함된 이상 ‘사과편지작성’도 징계내용에 포함되므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주장했고, 원심은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히며 “그러나 대법원은 학생의 손을 들어주면서 원심을 파기하였는데, ‘법령상 명문의 규정이 없는 징계처분의 효력을 긍정함에 있어서는 그 처분 내용의 자발적 수용성, 교육적·인격적 측면의 유익성, 헌법적 가치와의 정합성 등을 종합하여 엄격히 해석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관련법령과 학칙의 전체적인 취지에 비추어 보면, 학교 내의 봉사의 내용에 사과편지작성이 당연히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면서, ‘그 징계처분에 이르게 된 다양한 상황 및 이를 쉽게 받아들이거나 이해하지 못할 수 있는 학생의 특성 기타 특수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학생의 본심에 반하여 사죄의 의사표시를 강제하는 사과편지작성이 언제나 그 작성자의 심성에 유익할 것이라거나 교육의 목적에 부합할 것이라고 추단할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동광 징계행정전담팀 류하선 변호사는 “대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법률에 의하여 징계를 내려야 하는 대원칙에는 부합한다. 또한 법원의 한계는 결국 법률에 근거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에서, 법률이 어떻게 제정되어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해당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법률에 입각한 판단을 내렸지만, 결과적으로 학교와 교사의 교육재량권을 위축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오랜 기간 이어진 소송으로 아마 해당 학생은 사과편지작성 징계처분을 받지 않고 학교를 졸업했을 것이고, 학교와 교사만이 교육현장에 남아 앞으로의 징계권에 관하여 깊은 고민에 빠졌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할 수 있다. 교육적으로 적합한 폭넓은 징계재량권을 보장할 수 있는 입법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병학 빅데이터뉴스 기자 lb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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