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재산분할청구, 유책배우자라도 진행할 수 있어

이병학 기자

2023-03-25 10:00:00

이혼 후 재산분할청구, 유책배우자라도 진행할 수 있어
[빅데이터뉴스 이병학 기자] 결혼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백년해로(百年偕老)를 꿈꾸나, 20~30년 간 나만의 생활을 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과 맞추어 가며 살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처음 품었던 마음이 점점 퇴색하고 육아나 집안일 등 현실적인 문제에 발목을 잡히면 부부의 사이는 점점 멀어질 뿐이다. 어떤 경우에는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리기도 하며 어떤 경우에는 다른 가족 구성원과 배우자 사이의 극심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여러 사유로 인해 더 이상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때에는 이혼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혼 후 재산분할청구와 같이 추가로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협의 이혼 후 많은 사람들이 재산분할으로 고통받는 게 현실이다. 재판상 이혼 시에는 이혼 소송 과정에서 재산분할에 대한 사안이 다루어지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 예컨대 배우자가 고의로 일부 재산을 은닉하거나 몰래 처분한 사정 등이 발견되지 않는 한 이혼 후 뒤늦게 재산분할청구가 진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협의이혼의 경우, 민법상 부부가 협의하여 재산분할을 진행하도록 되어 있으며 협의가 되지 않을 때 가정법원에 재산분할청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혼 후 재산분할청구는 협의이혼 후 2년 내에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혼이 마무리되었다 하더라도 권리가 살아 있다면 언제든 재산분할청구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이혼 후 재산분할청구 시 가장 중요한 점은 재산을 늘리는 데 당사자가 기여한 정도, 줄여서 기여도를 산정하는 일이다. 재산분할의 기준은 재산의 명의자가 누구인지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여도가 얼마나 큰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여도는 단순히 누가 돈을 얼마나 많이 벌어 왔는지 따지는 것이 아니라 가사 노동이나 양육처럼 외부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일을 수행했다 하더라도 인정된다.

다시 말해, 남편만 경제활동을 하는 이른바 ‘외벌이’ 가정이라 하더라도 아내가 가사 노동이나 양육 등을 도맡아 진행하거나 부업, 재테크 등으로 재산 증식과 유지에 기여한 바가 인정되면 생각보다 높은 기여도를 인정할 수 있다. 판례에 따르면 전업주부의 기여도는 혼인 기간이 길면 길수록 높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으며 20년 넘게 혼인 생활을 유지해 온 황혼이혼에서 최대 50~60%의 기여도가 인정되기도 했다.

이혼 후 재산분할청구에서는 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의 범위를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산은 크게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으로 나누는데 동산, 부동산을 구분하지 않는다. 소극재산이란 쉽게 말해 ‘빚’을 떠올리면 된다.

로엘법무법인의 이태호 이혼전문변호사는 “적극재산에서 소극재산을 제하고 나머지를 분할하는 것이 원칙인데 소극재산의 합이 적극재산의 합보다 더 많은 경우라 하더라도 분할을 피할 수 없다”며 “재산분할은 이혼 후 각자의 삶에 대한 일종의 복지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경향도 있기 때문에 채무를 분할할 때에는 재판부도 더욱 신중하게 판단한다. 채무가 발생한 경위와 용처, 채무의 내용과 금액, 혼인생활의 내용, 당사자의 경제적 능력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하므로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학 빅데이터뉴스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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