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박지원 의원 ‘저축은행 8000만원 수수’ 혐의 모두 무죄 판결

김태영 기자

2016-02-18 16:16:12

“돈을 줬다는 사람들 진술 믿기 어렵다”

[빅데이터뉴스 김태영 기자] 부실 저축은행 회장 등으로부터 3회에 걸쳐 불법정치자금 또는 공무원에 대한 청탁 명목으로 총 8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국회의원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판단을 내렸다. 항소심의 유죄 판단 부분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박지원의원
박지원의원


검찰은 박지원 의원이 2008년 3월 목포에 있는 호텔 부근 길에서 비서관을 통해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으로부터 선거자금 명목으로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박지원 의원은 “당시 제18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호텔에 비서관을 보내 임석 회장을 만나게 하거나, 비서관을 통해 임 회장으로부터 선거자금 명목의 돈을 받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또 2010년 6월 자신의 목포지역구 사무실에서 보해저축은행 오문철 은행장으로부터 “수원지검에서 보해저축은행을 수사 중에 있는데, 검찰 관계자에게 부탁해 수사가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청탁을 받고 사례 명목으로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박지원 의원은 “오문철 은행장을 면담하고 보해저축은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는 했으나, 그 자리에서 3000만원을 받은 일이 없고, 당시 전남경찰청 한OO 정보과장도 동석했기 때문에 금품을 수수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검찰은 2011년 3월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보해저축은행 대주주 임OO와 오문철 은행장으로부터 “금융위원회의 보해저축은행에 대한 경영평가위원회 개최를 연기해 영업정지 결정이 유예될 수 있도록 금융위원장에게 부탁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 자리에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청탁한 대가로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박지원 의원은 “임OO과 면담하면서 영업정치된 보해저축은행의 정상화 방안에 관해 이야기하고 조속한 증자를 촉구한 일이 있을 뿐, 임OO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일이 없고, 당시 김석동 위원장에게 청탁 전화를 한 적도 없으며, 오문철 은행장은 배석하지도 않았다”고 항변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2형사부(재판장 이정석 부장판사)는 2013년 12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국회의원에게 3가지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각 공소사실은 핵심 증거인 금품공여자들의 진술이 모두 증거로서 불충분하거나,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고 객관적으로 드러난 정황과도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모두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신빙성을 부여하기 어렵고, 달리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는 이상, 공소사실 전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 항소심, 오문철 은행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 유죄

이에 검사가 항소했고, 서울고등법원 제3형사부(재판장 강영수 부장판사)는 2015년 7월 검찰의 3가지 혐의 중 목포 지역구 사무실에서 오문철 은행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1심 무죄를 뒤집고, 유죄를 인정하며 박지원 의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남경찰청 한OO 정보과장이 피고인과 오문철이 만나는 자리에 동석했다는 한OO과 김OO의 진술은 믿기 어려운 반면, 그와 상반된 오문철의 진술이 더 믿을만하고, 오문철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종합하면 공소사실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유죄로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으로 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국회의원(당시 원내대표)의 신분에서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저축은행장인 오문철로부터 부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또한 금액도 3000만원으로 결코 작다고 볼 수 없고, 수사기관 이래 당심에 이르기까지 계속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오문철에게 금품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사정이 보이지 않고, 자신의 지역구에 내려가 다수의 민원인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오문철을 면담했는데 오문철이 갑자기 돈이 든 서류봉투를 탁자 위에 놓고 가는 바람에 적시에 돌려주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등 금품수수 경위에 참작할 정상이 있으며, 수사결과를 보면 그 과정에 피고인이 무슨 역할을 했다고 볼 뚜렷한 자료도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 대법원은 공소사실 3가지 혐의 모두 무죄로 판단

대법원, 박지원 의원 ‘저축은행 8000만원 수수’ 혐의 모두 무죄 판결
하지만 항소심의 유죄 인정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의원에 대한 상고심(2015두11428)에서 검찰의 공소사실 혐의 3개 중 오문철 3000만원 수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먼저 “공소사실의 쟁점인 피고인과 오문철 사이의 금품의 제공 및 수수에 관해 금품 수수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으며, 직접적인 증거로는 돈을 제공했다는 오문철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하므로, 진술만으로 쟁점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는 단지 반대증거보다 우월한 증명력을 가진 정도로는 부족하므로, 원심 판단과 같이 오문철의 진술과 상반되는 한OO 정보과장과 김OO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사정은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없는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한 것에 그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이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오문철의 진술 자체에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더욱이 제1심이 오문철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배척하면서 제기한 의심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이러한 의심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고서는 오문철의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제1심이 오문철의 진술의 합리성 또는 객관적 상당성에 대해 의심을 제기하면서 들고 있는 피고인과의 면담 성사 과정, 피고인의 다른 금품의 거절 정황, 오문철로부터의 후원금의 반환 등 면담 후의 정황, 오문철에 대한 수사 상황 등 여러 사정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제1심의 의심은 대체로 객관적인 자료들에 기초한 것으로서 상당한 정도의 합리성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고 봤다.

재판부는 “그러므로 원심이 제1심의 판단에 위법이 있다고 인정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원심의 추가 증거조사 결과에 의해 1심이 일으킨 합리적인 의심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정도의 증명이 있음을 밝혀야 한다”며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를 살펴봐도, 원심이 법리에 따라 필요한 심리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뿐만 아니라 2011년 3월 알선수재 명목으로 피고인에게 3000만원을 제공했다는 공소사실에 관한 오문철의 진술에 객관적인 사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실이 포함돼 있다”며 “오문철의 일부 진술에 객관적인 사실에 반하거나 기억이 사실과 다름이 드러난 이상, 여러 차례에 걸쳐 금품을 제공했다는 오문철의 진술의 신빙성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허물어졌다”고 판단했다.

또 “오문철의 진술만을 내세워 함부로 쟁점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고, 오문철의 진술이 허위나 과장ㆍ왜곡 등을 포함하고 있는지에 관한 합리적인 의심을 해소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해야 하는데, 원심이 이에 관하여도 필요한 심리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오문철의 진술만으로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제1심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오문철의 진술이 확실한 증거가 있는지 신중하게 심리ㆍ판단하지 않고 제1심의 판단을 뒤집고, 피고인이 오문철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고 단정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 유죄의 인정에 필요한 증명의 정도, 금품 제공자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 평가 및 이에 관한 사후심으로서의 항소심 심리ㆍ재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김태영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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