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그룹 줌인] '6대4 분할'의 역설...텐센트·블랙록·노조 표심이 관건

조재훈 기자

2026-08-31 09:00:00

분할비율 카카오X 0.64 대 카카오AI 0.36...증권가 SOTP 평가는 AI 몸값이 두 배 웃돌아
증권가 "가치 상승 자동 보장 안 돼...카카오톡 체류시간 반등과 AI 수익화 증명해야"
노조까지 반대 나선 12월 임시주총...지분 23.99% 최대주주, 텐센트·블랙록 동의 필수

카카오 판교 아지트. / 이미지 =카카오
카카오 판교 아지트. / 이미지 =카카오
[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카카오가 순자산을 6대4로 나누는 인적분할에 착수했다. 투자회사 카카오X와 인공지능(AI) 회사 카카오AI로 갈라서는 방안이다. 카카오AI 쪽 몸집이 상대적으로 작다.

넘어야 할 관문은 많다. 몸값을 어떻게 나눌지를 두고 증권가 분석부터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분할이 성사되려면 텐센트와 블랙록 같은 외부 주요 주주의 동의도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노동조합까지 반대 운동에 나섰다. 노조는 주주총회에서 안건을 부결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카카오는 메신저 플랫폼에서 출발했다. 이후 금융·콘텐츠·모빌리티·AI까지 사업을 넓혀왔다. 성격이 다른 사업을 한 회사 안에 여러 개 담은 국내에서 대표적인 복합기업이다. 복합기업은 통상 각 사업의 가치를 다 더한 것보다 시장에서 낮은 값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를 '복합기업 할인(Conglomerate Discount)'이라고 칭한다. 문제는 자회사들이 저마다 좋은 성과를 내도 정작 지주사 격인 카카오 본체의 주가는 이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이 복합기업 할인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인적분할을 결정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인적분할을 결의했다. 존속회사인 카카오X는 테크핀(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페이증권)·콘텐츠(카카오엔터테인먼트·SM엔터테인먼트·픽코마)·모빌리티·투자 부문을 물려받는다. 미래가치 투자회사로 묶이는 셈이다. 신설회사인 카카오AI는 카카오톡 기반 플랫폼 사업부문을 넘겨받고 AI·광고·커머스에 역량을 집중하는 회사로 새로 출범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분할존속회사는 전략적 M&A 역량을 바탕으로 테크핀, 콘텐츠, 모빌리티 등 핵심 사업군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통해 각 사업별 가치를 극대화하고, 신규 핵심사업군을 발굴 및 육성한다"며 "분할신설회사는 톡비즈 기반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AI 기술을 접목하여 전국민 대상 AI 서비스 시장을 선도하고 미래 성장 모멘텀을 확보한다"고 말했다.
분할의 배경에는 극심한 저평가와 경영 자원 분산이 자리 잡고 있다. 카카오의 2분기 연결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보다 9.4% 늘어난 2조985억원이다. 영업이익은 35.9% 증가한 2770억원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과거 38배보다 47% 낮은 20배 수준까지 떨어졌다. 실적은 양호하지만 주가 밸류에이션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뜻이다. 이는 시장이 그만큼 카카오를 저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5년간 이사회에 오른 비경상 안건의 85%는 자회사 지원이나 구조개편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만큼 경영자원도 분산됐던 상황이다.

분할비율은 올해 6월 30일 재무상태표를 기준으로 산정했다. 분할신설회사(카카오AI)의 순자산 장부가액 2조9150억원을 분모로 나눴다. 분모는 분할 전 카카오 순자산 7조9761억원에 자기주식 장부가액 134억원을 더한 7조9894억원이다. 그 결과 분할존속회사 비율은 0.6351463으로 정해졌다.

분할신설회사 비율은 0.3648537이다. 흔히 말하는 '6대4'에 가까운 비율이다. 순자산만 놓고 보면 카카오X가 카카오AI보다 훨씬 큰 몸집을 물려받는 셈이다. 분할 후 카카오X는 자산 6조1314억원·부채 1조703억원·자본(순자산) 5조611억원·자본금 282억원을 갖는다. 카카오AI는 자산 5조9318억원·부채 3조168억원·자본 2조9150억원·자본금 161억원을 갖는다. 분할 승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는 12월 17일 열린다. 주주확정일은 11월 23일이다. 신주 배정기준일은 12월 31일이다. 분할기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12월 30일부터 내년 1월 26일까지는 거래가 정지된다. 1월 27일 카카오X는 변경상장하고 카카오AI는 재상장한다.

문제는 연말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통과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인적분할 특별결의 요건은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즉 33.33% 이상 찬성도 함께 충족해야 한다. 최대주주인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13.27%)와 케이큐브홀딩스(10.44%)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전체 지분은 23.99%에 그친다. 33.33%라는 문턱을 넘으려면 외부 주주의 찬성표가 9.34%포인트 더 필요하다.

카카오의 4대 주주는 텐센트다. 막시모 명의로 5.75%를 갖고 있다. 5% 이상 지분을 신고한 블랙록(5.01%)도 존재한다. 양사 지분을 더하면 10.76%가 확보된다. 최대주주 측과 두 주주가 모두 찬성하면 34.75%로 문턱을 가까스로 넘어선다. 텐센트는 지난 5월 카카오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권 영향에서 단순투자로 바꿨고 이후 지분을 줄여왔다. 블랙록은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자금 성격이 강하다. 두 주주가 각각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노동조합까지 가세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26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카카오뱅크 파업투쟁 결의대회 및 카카오 분할 반대 공동교섭 선포식'이었다. 노조는 12월 17일 주주총회에서 분할 안건을 부결시키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카카오 지분을 상당량 보유한 국민연금을 우선 접촉하고 반대표 행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노조가 노리는 지점은 최대주주 측(23.99%)이 아니다. 특별결의 요건 중 다른 한 축인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찬성'이다. 최대주주 측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가 대상이다. 이 가운데 실제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주식의 3분의 1 이상만 반대표로 모으면 된다. 그러면 찬성률이 3분의 2에 못 미쳐 안건이 부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는 앞서 짚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찬성' 요건과는 별개다. 최대주주 측이 9.34%를 채워도 노조가 출석 주주 표의 3분의 1 이상을 모으면 분할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사측의 기업가치 제고 주장을 겨냥해 "대책 없는 분할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회사 분할을 이유로 한 별도의 쟁의권 확보 절차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뒀다. 카카오 관계자는 "회사는 이번 분할이 임직원에게 중요한 변화인 만큼 노조를 비롯한 구성원과 지속해서 소통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카카오의 사업 자체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상반기 연결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보다 10.2% 늘어난 4조405억원이다. 영업이익은 47.4% 증가한 4884억원이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34.2% 줄어든 2448억원(지배주주 순이익 1880억원)에 그쳤다. 매출 성격별로 나눠보면 플랫폼 부문은 전년 동기보다 16.4% 늘어난 2조3833억원이다. 전체의 59.0%를 차지한다.

반면 콘텐츠 부문은 2.5% 증가한 1조6573억원으로 전체의 41.0%다. 같은 기간 카카오(주) 하나만 떼어놓은 별도 기준 실적도 있다. 영업수익 1조4149억원·영업이익 2455억원·당기순이익 4829억원을 기록했다. 연결로 묶이는 종속회사 수는 125개다. 2024년(158개)보다는 20.9% 줄었다. 2025년(146개)보다는 14.4% 적다.

카카오X는 2026년 예상 매출 기준 콘텐츠 64%·테크핀 21%·모빌리티 15%로 사업이 구성된다. 다만 카카오가 공시한 카카오X의 최근 사업연도(2025년) 매출액은 202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자회사 실적을 뺀 카카오(주) 개별 재무제표 기준 수치다. 자회사 지분을 관리하는 투자회사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투자재원은 총 6조4000억원 규모다. 보유 현금성자산 2조3000억원과 자회사가 보유한 현금 4조1000억원을 합친 액수다. 현금성자산에는 두나무 매각대금 1조5000억원이 포함돼 있다. 자회사 실적까지 합친 연결 매출액을 2025년 5조6000억원에서 2030년 10조원 이상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연평균 13% 성장하는 셈이다. 연결 자기자본이익률(ROE)도 13%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다만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에스엠 등 상장 자회사 비중이 크기 때문에 순자산가치 할인은 불가피하다. 결국 카카오X는 자산 규모는 크지만 시장에서는 지주회사 특유의 할인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를 그대로 물려받는 셈이다.

자료 = 카카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자료 = 카카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카카오AI의 핵심 사업은 AI·카카오톡·카카오맵이다. 카카오가 공시한 카카오AI의 최근 사업연도(2025년) 매출액은 2조6461억원이다. 카카오X(2020억원)의 13배가 넘는다. 카카오AI는 카카오톡이라는 실제 서비스 사업을 넘겨받는다. 카카오X는 자회사 지분 관리가 본업이다.

전체 매출액은 2025년 2조7000억원에서 2030년 6조원 이상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연평균 20% 성장하는 셈이다. 영업이익률 목표는 30% 이상이다. ROE 목표는 25% 이상이다. 주주환원은 별도 조정 자유현금흐름(FCF)의 20~35%가 기본이다.

다만 카카오AI의 2030년 목표는 아직 매출 기여가 미미한 에이전틱 광고·커머스의 성장을 전제로 한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AI를 통한 체류시간 반전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카카오AI에 높은 잠재 멀티플을 부여하기 어렵다"며 "카나나 서비스 고도화 속도를 고려할 때 하반기 유의미한 체류시간 반전은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번 분할에서 가장 역설적인 대목은 분할 후 각사의 '덩치'다. 순자산은 카카오X가 카카오AI보다 훨씬 크다. 그런데 증권가는 정반대로 평가한다.

증권가는 이 역전 현상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다르게 제시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목표주가 5만8000원을 유지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카카오AI에 AI 프리미엄(회사 제시 PER 30~40배)이 부여될지는 쿠팡이츠 연동 등 AI BM의 트래픽·수익화 증명에 달린 것으로 판단"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도 5만2000원을 유지했다. 하나증권은 종전보다 13.8% 낮춘 5만원으로 하향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톡과 버티컬 서비스들의 사업 분리에 따라 톡비즈에 부여했던 멀티플 프리미엄을 조정했고 자회사 픽코마와 모빌리티를 재산정한 영향"이라고 밝혔다.

하나증권은 사업부문별로 가치를 매겨 합산하는 방식(SOTP)으로 카카오AI의 가치를 12조5180억원으로 산정했다. 톡비즈 광고형 사업에 21배, 거래형 사업에 20배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한 결과다. 지난 21일 종가(3만5800원·시가총액 15조8590억원) 기준 순자산 비율대로면 카카오X는 10조1000억원, 카카오AI는 5조8000억원이다. SOTP로 다시 계산하면 카카오X는 3.0% 높은 10조4000억원, 카카오AI는 115.5% 높은 12조5000억원이 된다. 몸집은 카카오X가 훨씬 크지만 시장이 매기는 웃돈은 카카오AI에 두 배 넘게 쏠려 있다는 뜻이다.

카카오는 이번 분할이 자본시장법상 증권신고서 제출 대상이라고 밝혔다. 분할 이후 재평가는 내년 초 변경상장·재상장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조재훈 빅데이터뉴스 기자 cj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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