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으로 美 ‘존스 법’ 폐지 논란 커질 듯

채명석 기자

2026-03-19 10:08:02

트럼프 행정부, 중동발 유가 불안에 존스 법 적용 60일 면제
노동 단체 반대에 화주 단체는 환영 성명, “영구 폐지” 주장도
한국의 마스가 제안이 존스 법 폐지 논란 재현 불 지펴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사진= 삼설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사진= 삼설중공업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 분쟁이 장기화할 기미가 보이는 가운데 미국 내에선 반전(反戰) 여론 확산과 함께 ‘존스 법(Jones Act)’ 폐지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내 항구 간 물자 운송을 미국 선박으로만 하도록 하는 존스 법의 적용을 두 달 동안 면제했다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18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조치에 하주 측 단체는 환영한다는 성명을 냈지만, 해운 측 단체는 반대의 목소리를 키웠다. 존스 법 유예가 영구적 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마린 이그제큐티브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륙 운송업계를 대표하는 미국 수로국(American Waterways Operators, AMO)은 “이번 면제 조치의 범위가 특히 우려스럽다. 국내 선박 수송 능력이 충분한 운송 시장에 불필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라고 반대 입장을 냈다. AMO는 “외국 선박의 미국 수로 화물 운송을 허용하면 오늘날 국제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국내 상거래에 유입되어 활발한 국내 공급망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미국 일자리를 위축시키는 동시에 휘발유 가격에는 뚜렷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AMO와 국제 선장, 항해사 및 조종사 협회(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Masters, Mates & Pilots, MM&P), 해양 엔지니어 복지 협회(Marine Engineers' Beneficial Association, MEBA), 선원국제연합(Seafarers International Union of North America, SIU) 등 관련 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미국 해양 노동조합은 국가 안보를 훼손하고 군사 대비 태세를 약화시키며 중요한 해상 운송 업무를 외국 선박 운영업체에 넘겨주는 행정부의 광범위한 존스 법 면제 조치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분명히 말하지만, 이번 결정은 주유소 유가에 실질적인 부담을 덜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미미한 절감 효과조차도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외국 해운업계의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존스 법이 유가 급등을 유발해 미국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힐 것이라는 백악관의 조치 취지에 대한 반박 논리다.
반면, 미국농민연맹(American Farm Bureau, AFBF)은 존스 법 유예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AFBF는 성명에서 “농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존스 법 규정을 일시적으로 완화하여 더 많은 선박이 미국 항구로 필수 연료와 비료를 운송할 수 있도록 한 조치를 환영한다”며, “봄파종기가 이미 시작된 가운데 비료와 연료 가격의 급등 및 공급 부족 위협은 이미 낮은 농산물 가격과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 지역에 큰 충격을 주었다”고 말했다.

1920년 제정된 존스 법은 미국 항구 간 운송 화물은 반드시 미국 국적, 미국 건조, 미국 소유 선박을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규정한다. 존스 법의 단기 면제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조치의 특이점은 외국 벌크선이 미국 항구 간 비료와 석탄을 운송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들어 건화물 운송에 대한 첫 번째 예외 사례다. 미시시피강 수계는 배턴루지 상류에 심해 선박이 통행할 수 있는 수심이 깊은 수로가 없기 때문에 외국 벌크선은 서부 강 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멕시코만 연안의 내륙 수로 바지선 서비스나 다른 시장의 철도 운송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특정 액체 벌크 및 건화물에 대해 존스 법 적용을 일시적으로 면제해 외국 선원과 선주들이 미국 내에서 더욱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블룸버그 통신에 “석탄, 원유, 석유 정제품, 천연가스, 액화 천연가스, 비료, 석유 정제품을 원료로 사용한 제품, 기타 에너지 파생 제품”이 존스 법 단기 면제의 승인 대상 화물이라고 전했다.

에너지 시장 분석가들은 이번 조치가 특정 연안 시장, 특히 아시아 연료 수요에 가장 민감하고 국내 원유 및 제품 공급이 가장 부족한 서부 해안 지역의 디젤과 제트 연료 가격을 갤런당 몇 센트씩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스파르타(Sparta)는 연구 보고서에서 “석유제품(증류유)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 및 서부 해안 지역은 증류유 프리미엄이 이미 높은 수준이어서 이러한 운송이 경제적으로 타당하고 해당 항로의 물동량 증가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저배출 혼합유 스프레드가 확대되지 않는 한, 이번 면제만으로는 휘발유 운송 물동량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존스 법을 영구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존스 법 비판론자들은 적어도 특정 상황과 시장에 한해 연안 운송 규정을 영구적으로 완화할 것을 요구해 왔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의 의견을 받아 60일 존스 법 예외 조치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전미 프로판가스협회(National Propane Gas Association, NPGA)는 성명에서 “존스 법에 의해 부과된 운송 제한을 완화하는 것이 얼마나 유익한지 의회와 역대 행정부에 오랫동안 촉구해 왔다”면서, “현재 시행 중인 60일간의 면제 조치는 프로판 업계에 있어 특별한 시험 사례가 될 것이며, 장기간의 공급 차질, 수확 성수기, 난방 시즌 동안 계절별 존스 법 면제의 잠재적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오랫동안 존스 법에 강력히 반대해 온 케이토 연구소의 콜린 그라보우는 마린 이그제큐티브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요구는 20년 전부터 있어 왔다. 존스 법을 폐지해야 한다”라며, “이 법은 시대에 뒤떨어졌고, 지역 사회에 피해를 준다…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존스 법 폐지 주장의 목소리를 키우는 데 있어 한국이 추진하는 미국 조선산업 부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기 중요한 구실을 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마스가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선 미국 내 운항하는 선박은 미국 내에서만 건조해야 한다는 자국 건조 주의 강제 조항을 예외 또는 철폐해야 하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수용해 미국 내 조선소가 충분한 건조 능력을 확보할 때까지 미국 내에서 운항할 선박을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 내 해운 단체들은 마스가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미 조선소 기술자 노조연맹(MTD)은 마스가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해 8월 ‘존스 법이 또 공격받고 있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존스 법은 미국의 조선산업을 보호해 왔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 왔다”며 “그런데 애드 케이스 민주당 하원의원과 제임스 모일런 공화당 하원의원이 발의한 새로운 법안이 수천 명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두 의원은 당시 존스 법에 예외 조항을 신설해 동맹국에서 건조된 선박도 미국 연안 운송을 허용하도록 하는 ‘상선 동맹국 파트너십 법안’을 발의했다.

MTD는 “이 법안은 한국을 포함한 외국 동맹국에서 건조된 선박들이 미국 연안 무역에 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며 “이는 곧 미국 노동자들에게 해고 통지서를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존스 법은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라 국가 안보의 생명선”이라며 “이 잘못된 법안은 공동체 전체를 파괴할 것이다. 일자리는 한번 떠나면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 최대 노동 단체인 미국노동총연맹·산별회의(AFL-CIO)도 “새 함정이든, 상업선이든 미국 내에서 미국 노동자가 건조해야 국가 안보와 전략적 공급망이 유지된다”는 공식 입장을 내세우는 등 존스 법과 관련한 갈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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