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율 관세로 2026년에서도 상승 지속할 전망
그동안 경험 못 한 왜곡시장서 이익 창출해야

미국 철강재 가격은 관세 영향으로 2026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며. 향후에도 더 비싼 시장 상황은 지속될 것이다. 두 회사는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가격이 끊임없이 오르는 시장에선 이익을 실현하는 경영 기법을 찾아내야 한다.
2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 철강재 시장은 세계적인 시황과는 다른 상황을 보인다. 중국의 물량 공세로 평균 이하의 급락세를 보이는 국제 시세와 달리, 미국은 정부가 자국 기업 보호를 명분으로 수입산 철강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시장 진입을 인위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기존 25%였던 수입산 철강에 2025년 6월 3일부터 50%로 상향한 관세 폭탄을 매겼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제품을 판매하려면 미국에 제철소를 짓고, 이곳에서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미국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고, 포스코가 현대제철과 미국 철강업체인 클리블랜드 클리퍼스 등에 지분 투자를 했으며, 일본의 일본제철이 미국의 US스틸을 인수한 이유다.
예를 들어, 50% 관세 적용 6개월 후인 2025년 12월,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거래되는 열연강판 가격은 t당 500달러 수준이었다. 이 제품이 미국으로 수입되면 50% 관세가 적용돼 t당 750달러가 된다. 통상 제품 관세가 2% 오르면, 제품의 내수 가격이 10% 오르는 효과를 유발한다고 하는데, 이러면 수입산 열연강판이 미국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t당 938달러 수준이 되어 미국 내에서 생산한 열연강판 가격(t당 930달러)보다 비싸다. 이러면 철강재 수입업체들은 이익을 포기하고 가격을 내려서 판매하는 게 일반적인데, 미국은 자국 철강업체들이 자사 제품 가격을 수입산 철강재[ 만큼 인상해서 판매하는 소비자들로선 이해할 수 없는 시장 왜곡 현상이 벌어진다.
철강재 판매의 큰 몫을 차지하는 정부조달시장에서 경험한 학습 효과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다. 미국 정부조달정책은 미국 내에서 생산되고, 미국산 재료가 50% 이상 사용된 물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n)’를 원칙으로 한다. 특히 미국 정부조달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국방부의 경우, 연방구매규정(FAR)에 따라 무기와 미사일, 선박, 비행기, 통신·탐지·레이더 기기 등의 품목은 상호 국방 조달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의 기업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 비양허 품목의 입찰가격의 50%의 가격 상향 조정을 의무화함으로써 참여기회를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응찰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철강재의 경우 외국산 가격이 자국산보다 25% 이상 싸면 입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미국 업체가 공공 건설에 조달할 철강재 가격을 외국산 제품보다 24% 비싸게 써내면 계약을 따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해군의 최신형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호’의 건조비는 무려 15조 원대에 달한다. 항공모함은 철강재로 건조된다.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으나 군함의 경우 최첨단 장비가 탑재되는 만큼 전체 건조비에서 철강재 구매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투함은 5~10%, 항공모함은 20% 정도 된다고 한다. 20%의 비중을 대입해 보면, 제럴드 R. 포드호 전체 건조비에서 철강재 구매비용은 약 2조8000억 원에 달한다. 바이 아메리칸의 25% 조항을 적용하지 않았다면 구매비용을 2조1000억 원대로 줄일 수 있다.
미국 철강업체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조치 때문에 철강재 가격 거품은 계속 부풀어 오르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까지 관세를 올리는 대신 일정 물량까지 교역국 수입 철강재에 무관세이거나 저율의 관세를 적용해 주는 쿼터제도 폐지해, 그나마 남아 있던 내수 가격 안정화 장치도 없애 버렸다.
정부조달시장에서 배운 시장 왜곡 현상이 민수용 시장에서도 반영한다면, 미국 철강 시장은 갈라파고스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국 철강 전문매체 스틸 인더스트리 뉴스(Steel Industry News)는 2025년 12월 7일 현지 철강 전문가로 구성된 44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에 2가량 되는 65%가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철강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망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미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예정돼 있어서다. 미국 철강협회는 2026년 미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2025년보다 1.8%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고속도로를 재건하고 상하수도를 교체하는 등 인프라 공사에는 막대한 철강이 필요하므로, 인프라 투자는 미국 내 철강 가격을 높이는 상방 요인으로 작용한다. 둘째는 위에서 언급한 고율 관세다. 전문가들은 철강에 부과되는 50% 관세의 근거가 된 무역확장법 232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관세 때문에 철강 수입이 제한받으면 공급부족으로 인해 미국 내 철강 내수 가격은 더 뛰어오를 우려가 커진다.
이러한 미국 시장에 현대제철은 그린필드(일관제철소 건설) 투자를 진행 중이고, 포스코는 재무적 투자자(FI)로서 미국 내 생산 거점을 마련(브라운필드 투자)해 나가며 입지를 키우고 있다. 양사의 초기 판매 루트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삼성전자, LG전자, 한화오션 등 미국에 진출한 한국 수요 업체나, 한국 본사에서 거래를 해왔던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기업이 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수 기업 고객 판매망을 뚫고, 정부조달시장에도 공급업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후발주자로서 시장에 진입하려면 가격 측면에서 선발 경쟁사를 능가하는 메리트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가격 경쟁도 고율 관세가 빚어낸 하락 방어 효과로 인해 유연성을 크게 가져가기 어렵다. 미국에서 생산한 철강재를 미국 내에서 소화하지 못하면, 수출도 힘들다. 미국 내에서 생산한 철강재는 높은 생산원가가 반영된 고가이기 때문에, 국제 시장에선 경쟁할 수 없다. 관세 장벽을 뚫기 위해 미국에 진출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사업의 제한으로 자칫 손실을 볼 수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 미국에 진출한 조선업체도 마스가(MASGA) 프로그램을 원활히 진행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조선소 인프라와 인력 문제도 크지만, 군함 건조의 주요 소재인 철강재를 비싸게 구매해야 한다면 경쟁력 있는 군함을 건조하기란 쉽지 않다. 업계에선 얻을 수 있는 이익도 크지 않거나 경우에 따라선 손실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미국 시장에서 어떻게든 성공해야 한다. 가장 편한 방법은 미국 철강회사처럼 미국 정부의 관세 장벽에 기대는 것이다. 제철소를 지어서 제품을 뽑아내면, 정부가 상당한 수준까지의 위기는 막아줄 테니,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은 한국과 중국 등보다 상대적으로 희석할 수 있다. 문제는 기술 개발 생산 혁신 등 기업 본연이 역할에 무관심해져서 경쟁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생산성 향상과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등을 통해 힘을 키운 경쟁력으로 경쟁해야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