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사고 이후 4년 만에 공모 회사채 시장에 모습 드러내
총 12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 위한 수요예측 나서
시장 신뢰 회복 여부와 행정처분·재무 리스크 '부각'

이와 함께 지난 2022년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이하 붕괴 사고)로 인한 영업정지 및 평판 리스크에 대한 신뢰 회복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오는 20일 총 12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는 2년물(700억원), 3년물(500억원)으로 구성됐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24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예정이다.
앞서 HDC현산은 지난 4월 12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한 주관사를 선정했지만, 건설업계의 상황, 서울시의 영업정지 행정처분 여파로 인해 이를 연기한 바 있다.
따라서 HDC현산은 이번 회사채 발행에 있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우선 희망금리밴드는 만기별 개별민평금리 –0.60%p.~ +0.60%p(1bp=0.01%포인트)로 넓게 잡았다.
아울러 HDC현산은 조달된 자금을 채무상환 및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 HDC현산, 신뢰도 높이기 위한 혁신 초점
HDC현산은 국내 10위권의 대형 건설사로 주택사업과 도시정비사업에서 강점을 가졌다. 특히 주택사업(아이파크), 도시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대형 SOC 사업에 주력하고 있고 도시정비사업에서 높은 수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HDC현산은 최근 실적 개선과 함께 경영체계 혁신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 1분기 연결기준 현산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29.8% 증가한 540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542억원으로 77.8% 증가했다.
여기에 정경구 대표이사 체제 아래 건설본부를 건축본부로 재편하고, 인프라본부와 기술팀을 신설하는 등 내부 구조에 혁신을 가했다.
뿐만 아니라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을 최우선으로 두는 경영체계를 구축하고 최고안전책임자(CSO) 산하에 기술안전팀, 품질팀을 신설해 관리체계도 강화하며, 시장 및 브랜드 신뢰도 향상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 그럼에도 따라붙는 신뢰도 리스크
하지만 시장에서는 향후 HDC현산에 대한 행정처분 본 효력 발효 시 브랜드 리스크가 재부각될 수 있다는 점이 잔존한다. 지난달 21일 HDC현산은 서울시로부터 받은 8개월 영업정지 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해당 행정처분은 지난 2021년 6월 발생한 건축물 해체 공사 부실로 인하여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다. 현재 HDC현산은 항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러한 리스크는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지난달 HDC현산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12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계획했지만 연기했다. 부동산 경기 악화 및 투심 위축이 연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크지만 HDC현산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우호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 재무적 리스크와 용산정비창 출혈 경쟁
HDC현산의 1분기 기준 공사미수금은 9563억원이다. 국내 주요 5대 건설사(삼성·현대·GS·롯데·HDC현산)의 연결 기준 공사 미수금은 총 13조5139억원이다.
이 중 HDC현산의 미수금은 9563억원으로 업계 평균 대비 약 35% 수준에 불과하지만 전분기 대비 11.6% 증가해 5대 건설사 중 증가율이 가장 높다.
미수금의 증가는 회사의 유동성 압박을 심화시키고 단기 자금 조달 부담을 가중시킨다. 따라서 회사채 발행에 있어서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오는 22일 용산정비창 건설사 선정을 앞두고 포스코이앤씨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HDC현산은 모든 분양대상 건축물(아파트·오피스텔·상가·업무시설 등)에 대해 미분양이 발생하면 대물변제(직접 매입)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사실상 미분양 리스크를 조합에 전가하지 않고 시공사가 모두 부담하겠다는 의미다.
또한 모든 시설에 대해 최초 일반분양가 또는 준공 시 감정평가 금액 중 높은 금액을 기준으로 분양책임을 지는 확정형 수익 모델을 제안했으며, 'CD(양도성예금증서)+0.1%'라는 초저금리 사업비 조달 조건을 내세워, 조합의 금융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제안은 건설업계 통상 수준을 크게 하회하는 조건이다.
예컨대 CD금리가 연 3.5%라면 HDC현산이 제시한 사업비 대출금리는 3.6%(+0.1%)로 가장 싼 이자율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의미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도 올해 초 한남4구역에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내놓은 제안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HDC현산 입장에서 용산정비창 수주는 단일 프로젝트로 수조원대 매출과 장기적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면서 브랜드 이미지 회복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자금력, 신용도, 안정적 재무구조가 필수인 상황에서 이번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할 경우 오는 22일에 있을 시공사 선정에서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용산정비창 등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착공 전후로 막대한 선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의 경우 여전히 건설업계 내에서 브랜드 신뢰도 회복이 가장 큰 과제로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HDC현산의 회사채 발행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시장 신뢰 회복,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 성격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공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실적 반등과 동시에 신용도 개선, 대형 프로젝트 수주 등의 선순환 구조 진입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임이랑 빅데이터뉴스 기자 lim625@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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