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 조롱·몰카 유포… ‘디지털 학폭’, 장난으로 넘길 수 없다

황인석 기자

2026-02-26 09:34:28

사진=왕건 변호사
사진=왕건 변호사
[빅데이터뉴스 황인석 기자] “학교 끝나도 단톡방이 더 무서워요.”

요즘 학교폭력 상담에서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디지털 학폭’이다. 교실에서는 말을 섞지 않지만, 단체 채팅방, SNS, 온라인 게임 공간에서 특정 학생을 조롱하거나 합성 이미지를 유포하고, 집단적으로 의도적인 ‘읽씹’을 통해 배제하는 행태가 일상화되고 있다. 교육당국은 이와 같은 온라인 기반 괴롭힘을 단순한 장난이나 갈등 수준이 아닌, 전통적인 물리적 폭력에 준하는 중대한 학교폭력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욕설·협박·모욕·따돌림·신상 유포 등으로 신체·정신·재산 피해를 주는 행위를 모두 학교폭력 범주에 포함시킨다. 이른바 디지털 학폭은 단체 채팅방에서의 집단 욕설·비하, 특정 학생을 초대했다가 내보내기를 반복하는 행위, 허위사실·악성 루머 유포, 동의 없는 사진·영상 게시 및 합성, 반복적인 DM 괴롭힘, 게임·커뮤니티에서의 집단 공격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문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등교를 하지 않는 밤과 주말에도 폭력이 이어지고, 한 번 올라간 글·사진은 캡처와 퍼나르기로 순식간에 확산된다. 피해 학생은 교실·집·온라인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괴롭힘에 노출될 수 있고, “삭제했다”는 말만으로 실제 2차 유포가 막혔는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법원과 교육당국은 디지털 학폭을 신체폭력 못지않게, 때로는 그 이상으로 위험한 유형의 학교폭력으로 본다.

디지털 학교폭력에 따른 법적 책임도 결코 경미하지 않다. 학교 내에서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서면사과, 접촉·보복행위 금지,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 등의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으며, 해당 조치 사항은 학생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 향후 진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울러 행위의 내용과 정도에 따라 형법상 모욕·협박은 물론,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불법정보 유포,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등으로 형사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피해 학생·보호자 입장에서는 “애들끼리 싸움”으로 치부하지 않고, 증거 확보와 신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체 채팅방 대화 내용, 욕설·조롱·협박 메시지, 게시글·댓글·DM 화면을 캡처해 두고, 학교 담임·전담기구·교육지원청·117 신고 등을 통해 공식 절차를 밟는 것이 필요하다. 가해 측에서는 “장난이었다”, “대부분이 같이 웃었다”는 주장을 하지만, 실제 판단 기준은 해당 행위로 피해 학생이 느낀 정신적 고통과 공포, 지속성·고의성이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왕건 변호사는 “디지털 학교폭력은 물리적 접촉이 없더라도, 단 한 번의 게시물이나 메시지로도 피해 학생의 일상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폭력”이라며 “피해자 측은 초기에 캡처·저장 등 증거를 정리해 학교·수사기관과 상의하고,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부모는 ‘아이들끼리 일’이라 넘기지 말고 학교폭력 및 형사 절차에서 어떤 책임이 따르는지 전문적인 조언을 받아, 재발 방지와 피해 회복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황인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hi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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