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일반적인 해지 방식은 계약금을 포기하는 조건의 해지다. 분양계약 체결 후 중도금 납부 전이라면, 계약자는 계약금을 돌려받지 않는 조건으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반면 분양사 측에서 계약을 해지할 경우에는 계약금의 2배를 배상해야 할 수도 있다. 단순 변심이라면 계약금을 포기하는 정도로 마무리될 수 있지만, 이미 상당한 금액을 납부한 경우에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또 다른 사유는 허위·과장 광고 등 기망행위다. 분양사가 실제보다 넓은 전용면적을 광고하거나, 실현 가능성이 낮은 개발계획을 부풀려 설명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런 사기적인 정보로 계약이 체결되었다면, 계약자는 이를 이유로 계약 해제를 주장할 수 있다. 다만 기망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방문판매법이 적용되는 경우도 주목할 만하다. 분양대행사가 모델하우스를 보여주며 강압적으로 계약을 유도한 경우, 일정 기간 내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 실제로는 계약금 전액을 환불 받고, 위약금 없이 해지에 성공한 판례들도 있다.
중도금까지 납부한 상태라면 계약 해지는 더 어려워진다. 이 단계에서는 분양사의 동의 없이는 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하기 힘들며, 해지를 정당화할 수 있는 사정이 필요하다. 단순한 경제적 사정이나 주관적 판단만으로는 법적 해제가 인정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기망행위, 시공 지연, 인허가 미이행 등 명백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분양계약 해지를 두고 분쟁이 발생하면, 결국 법정까지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입증 책임이다. 해지를 주장하는 측, 즉 계약자 본인이 해지 사유를 입증해야 한다. 허위 광고였다면 광고물, 상담 당시 녹취, 홍보자료 등이 필요하고, 강압적인 계약이었다면 당시 정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실제로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혜택을 마치 확정된 것처럼 홍보한 경우에는 기망행위로 인정받을 수 있다. 반면 다소 과장된 표현은 기망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어, 광고 문구 하나하나가 쟁점이 되기도 한다.
로엘법무법인의 정태근 부동산전문변호사는 “분양계약 해지 문제는 단순히 계약서를 찢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잘못된 해지로 인해 위약금, 손해배상까지 떠안을 수 있으며, 소송까지 가면 시간과 비용 모두 부담이 크다. 특히 계약 당시의 상황이 복잡하거나, 광고 내용과 실제가 다른 경우처럼 판단이 어려운 상황일수록 법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무작정 계약을 파기하려 하기보다, 먼저 자신의 상황이 해지 요건에 해당하는지 법적으로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 대응이 전체 분쟁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학 빅데이터뉴스 기자 lb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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