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에세이] 학생에게 확인할 것은 출석(出席)인가, 생사(生死)인가

기사입력 : 2020-10-12 18: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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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운 충훈고등학교 교사
8월 둘째 주에 방학을 하고 9월 넷째 주에야 학생들과 교실에서 만났다. 여름 방학 기간이 한 달 넘어서 그랬다면 좋았겠지만, 방학은 고작 2주였고 전염병이 다시 퍼져 등교가 늦어진 것뿐이었다. 필자가 가르치는 학년은 9월에 단 이틀 등교했다.

나머지 기간은 수업 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원격으로 과제를 받고 쪽지나 댓글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출석을 확인했다. 기존에 갖고 있던 교사의 정체성이 흔들린다. 나는 교실에서 가르치는 사람인가,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학습 매니저인가.

일개 교사의 정체성 따위 흔들려도 대세에 아무 지장 없지만, 무엇이 더 소중한지에 대한 분별까지 흐려질까 걱정이다.

온라인 개학부터 최근까지 자체제작 콘텐츠를 활용해 원격 수업을 운영해왔다. 원격 수업 장기화로 인한 학습 결손 누적과 학력 격차 심화를 비판하는 뉴스가 쏟아졌다.

실시간 쌍방향 원격 수업의 우수성과 기타 비실시간 원격수업의 문제점을 대조한 뉴스도 있었다. 비대면 상황이라 원격수업 콘텐츠를 만들어 올려도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하루 일과를 불규칙적으로 흘려보내는 학생들이 늘었다.

대면 상황에서 열심히 수업을 해도 자는 학생은 있지만 깨워주기라도 했다. 어쨌든 학교에 나와 있으면 종소리에 맞춰 자리에 앉아 있기라도 했다. 하루 종일 잠만 자는 학생일지라도 점심밥은 안전하게 급식실에서 먹을 수 있었다.

실시간 수업이 학습 효과 향상에 더 탁월하다는 확신은 없지만, 사회 분위기에 떠밀려 어설프게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학교 수업 시간에 맞게 학습영상을 활용해 공부하고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과제를 제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1학기 동안 해오던 방식을 일방적인 통보로 바꾸는 일이기에 주저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합리화했다. 학생들은 순순히 따라주고 있다. 잠을 자느라 1교시 원격 수업에 빠지는 경우는 더러 있어도, 공식적으로 문제제기 하는 학생은 한 명도 없다.

통제하는 사람도 크게 주저함이 없고, 통제받는 사람도 크게 저항하지 않는다. 생활기록부에 입력하는 출석이라는 강력한 통제 수단이 있음을 양쪽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전염병 때문에 등교가 어려워지자 느닷없이 원격수업을 시작할 때에도, 세간의 등쌀에 밀려 일제히 실시간 수업으로 바꿀 때에도 정작 학생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관료들은 예전부터 해오던 학사일정대로 1년을 보내야 했고, 민원이 거세질 때면 추가 조치를 취해왔다.

세상이 변했지만, 교과 이수 시간이나 연간 출석 일수는 변하지 않았다. 관행이 이렇게 무섭다. 학부모들은 새벽 3시에 과제를 제출하고 다음날 오후 1시에 눈을 뜨는 자녀들의 모습을 1년 내내 두고 볼 수 없었다.

최상위권 아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더 치고 올라간다는데,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많았다. 어른들의 관행과 우려에 따라 아이들의 일상이 통제되어 왔다. 아이들은 그저 묵묵히 1년을 견뎌내고 있다.

그사이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에선 집에 단둘이 남겨진 초등학생 형제가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먹으려다 불이 나 심하게 다쳤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선 수강생들이 학원 강사와 함께 학교의 원격수업을 보면서 시험에 나올만한 내용을 체크하고 있었다.

학교의 부재가 온몸의 살갗에 뜨겁게 전해졌다. 가슴에서 목젖까지 뜨거운 기운이 올라와 마스크 속에서 입술이 떨린다. 어차피 학원에서, 스터디 카페에서 다들 모일 거라면, 사정상 그렇게 모이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에서 모이면 안 될까.

학교의 밀집도가 올라가는 게 불안하다면, 적어도 점심밥이라도 학교에서 먹이면 안 될까. 1교시부터 7교시까지 실시간 수업을 하면 집에 혼자 있는 아이들은 점심 한 시간 동안 조리부터 취식까지 해결해야 한다.

교과 수업 시간을 10분씩 단축해서 점심시간을 두 시간으로 늘리고 학년별 시차를 두어 점심 급식을 먹고 가면 안 될까. 어디선가 집에서 밥 차려먹다 다치거나 죽는 아이들이 나오면 또 안타까워하기만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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