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백종원씨의 대권주자 거론 해프닝을 보며…

기사입력 : 2020-06-26 10: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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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희정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이사, 전 KBS 아나운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언행이 연일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미래통합당이 지난 총선에 참패한 후 삼고초려 하여 비대위원장으로 모셔온 인물이다.

과거 한나라당 시절에도 비대위원을 맡은 적이 있고 더불어민주당의 비대위 대표를 맡은 적도 있다.

직업 자체가 비대위원장이라 할 만큼 진보, 보수를 넘나들며 위기상황의 정당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이다.

그만큼 경륜과 능력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정치를 깊이 알지 못하는 시민으로서는 요즘 그의 언행이 상당히 의아하다.

정치는 구성원의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 상황을 조정하여 공동선을 이루는 일이며, 그 과정에서 철학과 신념에 따른 정체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정체성을 중심으로 모인 정치인들이 진보 또는 보수 등 핵심가치를 내세워 권력 획득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일반적인 정치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김종인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보수당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보수라는 말 자체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보수의 외연을 확대하자거나, 보수의 가치도 시대에 따라 변화해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보수라는 말 자체가 싫다는 것은 참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철학을 가지고 미래통합당의 비대위원장이 된 것일까? 미래통합당 관계자 뿐 아니라 지켜보는 국민들마저 참 혼란스러울 듯하다.

그 혼란은 최근 백종원 대권주자 운운으로 가중되었다.

김종인 위원장은 며칠 전 한 자리에서 의원들이 차기대선주자를 묻자 외식사업가 겸 방송인인 백종원씨를 거론하며 “싫어하는 사람이 없던데요?”라고 말했다 한다.

미래통합당 관계자들은 이 발언의 파장을 줄이기 위해, 농담조로 가볍게 던진 말이라고 해명했지만, 필자는 이 말을 듣고 참 허탈했다.

대한민국 보수 진영에 아무리 인물난이 심하다고 해도 정치에 발을 들인 적도 없고 대권후보는 “꿈에서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대권후보로 거론하다니 참 뜻밖이었다.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은 유재석도 있고 미스터트롯도 있으며 누구 말마따나 BTS도 있다. 남성만 거론할 것이 아니라 송가인은 또 어떤가?

한 나라를 경영하는 대권후보와, 자신의 재능으로 대중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명인의 구분을 두지 않는 김종인 위원장은, 정치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닐까 염려스럽다.

설령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다고 해도 발언의 문제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농담의 대상이 된 백종원씨는 얼마나 미묘한 기분이겠으며 보수진영의 잠룡으로 일컬어지는 이들은 또 얼마나 심란한 기분이었을까?

그는 얼마 전 이런 말도 했다. “보수의 핵심적인 가치인 자유란 물질적인 자유를 의미”하며 “물질적인 자유를 어떻게 극대화하느냐는 것이 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라고 말이다.

미래통합당이 기본 소득제를 화두로 띄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말 그대로 보면 다소 편협한 발언이다.

자유란 간단히 말하면 ‘구속되지 않은 상태’인데 물질에 구속되지 않는 것 외에도 신체적 구속으로부터의 자유, 정신적 구속으로부터의 자유 등 자유의 범위와 양상은 다양하다.

오직 물질적 자유에만 치중한다면 정치철학이 빈곤해질 수밖에 없다.

미래통합당이 지난 총선에서 참패하였고 현재 이렇다 할 대권주자도 없다고 하지만 한국의 대표야당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김종인 위원장 역시 현재 한국 정치를 이끄는 핵심 리더 중 한사람임에 분명하다.

그가 미래통합당에서 극우의 색채를 지워내고 새바람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그 영향력과 위치를 감안할 때 좀 더 신중하게 발언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정치인은 그야말로 고도의 전문성이 있어야하며, 정치를 통해 국민에게 헌신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어야 할것이다.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정치를 꿈에서조차 생각해본 적이 없는 이를 대선후보로 거론하는 것은 다시 반복되지 않는 해프닝으로 끝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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