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일정보다 '연동성 상실' 문제 해결 급선무

24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13일, 국내 물리보안 산업을 대표하는 4개 협단체(한국영상보안산업협동조합, 한국영상정보연구조합, 한국재난안전산업협회, 한국첨단안전산업협회) 임직원 30여 명은 긴급 간담회를 열고, 현재의 보안인증 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져 산업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6,300개 모델의 운명, '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정'
지난 2024년 4월부터 국가정보원은 공공기관 도입 CCTV에 대해 ‘보안기능 확인서’ 취득을 요구하는 보안적합성 검증제도를 시행했다. 기존의 공공 조달 인증 수단이었던 ‘TTA 보안인증’은 단계적 일몰 절차를 밟게 되며, 모든 TTA 인증의 효력은 2028년 3월 31일부로 완전히 소멸된다.
현재 조달청에 등록된 영상정보처리기기 모델은 약 6,300개에 달하며, 이 중 95%가 내년 3월 31일이면 TTA 인증 기간이 만료된다. 현재 보안기능 확인서를 발급할 수 있는 시험기관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지난 3월 신설된 한국정보보안기술원(KOIST) 두 곳이지만, 실제로는 TTA가 사실상 유일한 시험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관련 업계 관계자는 “내년 3월부터 전체가 국가정보원 인증으로 바뀌는데 3년이라는 시간을 주었지만 개발후 인증 기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에 업체입장에서는 국정원이 2년정도 인증기간을 연장해주고 시험도 간소화 시켜주길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정보통기술협회에서 3년의 시간을 주었다고 하지만 IC나 칩 개발하는 데만 2년 이상 걸렸고 6천개 이상 인증받으려면 시간에 오래걸리는데 협회에서 모른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이에 업체들 입장에서는 간담회를 통해 연장 유예를 이미 촉구해 온 상황이고 앞으로 더욱더 강하게 국가정보원에 요청을 할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정보통기술협회(TTA) 관계자는 “업계에서 인증을 빨리 해달라고 하지만 순차적으로 시험을 하고 있고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애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업계에서 인증유예를 국가정보원에 요청했다고 하는데 협회차원에서는 알고 있는 게 없고 보완기능 시험제도에 대해서 이미 2023년 말부텨 업체들을 대상으로 공표와 설명을 한만큼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 "인증받으니 연결 불가"… 기술적 호환성 붕괴
인증 일정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연동성'의 상실이다. 현재 NVR(네트워크 영상 저장장치)과 VMS(통합 영상관제 소프트웨어 플랫폼)는 보안기능 확인서를 취득한 제품이 단 한 개도 없는 상태다. 이 상황에서 인증받은 IP 카메라를 기존 NVR이나 VMS에 연결하면 화면이 출력되지 않거나 영상 검색이 불가능한 장애가 발생한다.
기술적 원인은 국정원이 보안 강화를 위해 국제 표준 규격인 'OnVIF(온비프)'의 핵심 기능을 강제 차단하도록 요구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이를 두고 "보안을 강화하려고 인증을 받은 제품이, 정작 그 인증 때문에 기존 시스템과 연동되지 않는 역설적인 상황"이라며, "인증 설계 단계에서 국제 표준과의 호환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카메라만 인증을 받아도 함께 작동해야 할 NVR과 VMS가 인증을 갖추지 않으면 시스템 전체가 정상 기능을 할 수 없는 구조인 만큼, '신·구 인증 간 하위 호환성'을 고려한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3일 영상보안 업계에 따르면, 공공기관 납품을 위한 NVR(네트워크 비디오 레코더) 한개 모델의 보안인증을 취득하는 데 들어가는 실제 총비용은 최소 2,000만 원에서 많게는 3,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공식 시험 수수료 외에도 사전 준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TTA(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등 본시험 탈락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자체 검증용 보안 취약점검 툴을 임대·이용하고 있으며, 이 사전 검증 툴 비용으로만 회당 400만~500만 원을 추가 지출하고 있다.
실례로 A사 관계자는 "NVR 모델 하나를 인증받는 데 컨설팅과 사전 툴 임대, 심사 수수료까지 합치면 2,000만~4,000만 원이 우습게 깨진다"며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이 정도 예산을 감당할 수 있는 영세업체는 거의 없다. 공공 CCTV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중구난방식 인증 가격 체계에 정부는 손을 놓고 있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공공 CCTV 업계 관계자는 "보안성확보는 당연히 중요하지만, 현행 인증제도는 영세기업의 줄도산을 부르는 불합리한 구조"라며 "정부는 보안 정책을 강화하는 만큼 현실을 반영한 인증 체계 개편과 비용 지원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예린 빅데이터뉴스 기자 bamsong2_taptap@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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