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선진국 美 조선업 부활 '마스가' 프로젝트 본격화(종합)

채명석 기자

2026-07-24 11:53:53

J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HJ중공업 등 K-조선업체
23일 미국 ‘한미 조선 협력 파트너십 센터’ 개소식서 제휴 체결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조선협력센터(KUSPC) 개소식에 참가한 한국과 미국 정부, 업계, 기관 관계자들이 미국 사업 관련 협약과 공동연구 협약 등을 체결한 뒤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중공업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조선협력센터(KUSPC) 개소식에 참가한 한국과 미국 정부, 업계, 기관 관계자들이 미국 사업 관련 협약과 공동연구 협약 등을 체결한 뒤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중공업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역사상 최초로 후발국 대한민국이 선진국인 미국 조선산업을 부활시키기 위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본격화한다.

미국은 한때 산업을 재패했지만, 지금은 상선 부문에서 존재감이 없다고 무방할만큼 기반이 없어졌다. 1등의 추억에 빠져있는 비대한 선진국을 되살리는 건 조선업을 해본 적이 없는 백지상태의 개발도상국가에서 키워내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차원이 다르다고 한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가 조선산업 성공의 조건으로 풍부한 인력과 저렴한 인건비, 경영비, 관리비, 인건비와 더불어 항만, 안벽, 드라이도크 등 토목 건축비 부담도 낮아야 한다. 철강산업, 주물사업 등 관련 사업이 뒤를 받쳐주고 금융권의 금융지원 및 정부의 산업 부흥 정책 지원 등이 잘 버무려져서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했는 데, 현재 미국은 이러한 조건이 전혀 맞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만약 한국이 미국 조선업 부활을 이뤄낸다면, 또 다른 협력사례로 다른 국가와 지역으로 성공 노하우를 전수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이 현징 기관들과 제휴한 협력안은 경쟁력 있는 선박 생산을 위한 건조 공정 및 조선소 운영 방안 재편, 기자재의 원활한 공급을 보장하는 공급망 확충과 더불어 확충인력 양성 및 용접 신기술 개발 등 전 분야에 거쳐 체결됐다.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HJ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업체들은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열린 ‘한미 조선 협력 파트너십 센터’ 개소식에 참가해 미국 현지 기업기관들과 다수의 사업 협력 제휴를 체결했다.
HD한국조선해양이 인공지능(AI) 기반 미래 조선소 구축을 통해 조선업 패러다임 전환에 나선다.

업체별 제휴 내용을 살펴보면, HD한국조선해양은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Siemens Digital Industries Software, 이하 지멘스)’와 ‘차세대 마린 플랫폼’ 도입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혔다.

차세대 마린 플랫폼은 선박 설계부터 생산, 공급망 관리, 품질관리, 유지보수에 이르는 전 공정을 AI·디지털 기술로 3D 모델의 단일 데이터로 통합, 전 단계에서 동일한 정보를 활용 가능토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조선소는 설계 변경이나 현재 공정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생산 현장 및 공급망에 전송, 일정 지연 및 품질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HD한국조선해양은 실제 조선소 현장과 동일한 ‘가상 조선소(Virtual Shipyard)’를 구현, 실제 작업 공정과 설비 운영 과정을 시뮬레이션할 계획이다.

특히 로봇과 자율 생산설비가 스스로 작업을 수행하는 미래 ‘피지컬 AI(인공지능)’ 조선소 구현을 위해 학습 및 분석 역량이 필수인 만큼, HD한국조선해양은 차세대 마린 플랫폼을 더욱 고도화해 설계부터 생산, 물류, 검사, 시운전까지 선박 건조 전 공정이 디지털 환경에서 연결되는 자율 제조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은 콘래드조선소(Conrad Shipyard)와 미국선급 협회(ABS)로부터 양사가 공동 개발 중인 1만2000㎥급 액화천연가스(LNG) 벙커링 선박의 기본설계 인증(AiP)을 취득했다.

이는 양사가 지난해 12월 LNG 벙커링 선박 공동 건조를 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한 이후, 미국 내에서 건조하는 LNG 벙커링 선박의 설계를 함께 진행해 얻은 성과다.

또한 삼성중공업은 무인수상정 설계‧제조 분야 스타트업 기업인 사로닉 테크놀러지스(Saronic Technologies)와 전략적 사업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사로닉과는 무인수상정 자율운항 및 AI 디지털솔루션 기술을 함께 연구하고, 로보틱스 기반 공정 자동화 등 생산 인프라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MRO(유지‧보수‧관리) 파트너인 비거마린그룹(Vigor Marine Group)과의 협력도 확대한다. 양사는 미국 북서부 지역에 트레이닝센터 설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트레이닝센터는 선박 건조와 수리에 필수적인 용접과 도장 인력 확보를 위한 시설이다. 특히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기반 용접·도장 시설, 교육 프로그램 등 첨단 기술과 노하우가 적극 활용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미국 UCLA, 용접 장비 제조기업 밀러(Miller)와 ‘AI 기반 스테인레스 스풀 제조시스템 개발’, 텍사스데 달라스 캠퍼스(UT Dallas)·샌디에이고 주립대(SDSU)·캘리포니아 주립 폴리테크닉대(Cal Poly)와 ‘선박 건조 작업자 가상 교육훈련시스템 개발’에 대한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한화오션은 미국 내 주요 파트너들과 △글로벌 전략 수송함 설계 및 개발을 위한 계약 체결 △조선업 인력 양성 △조선업 공급망 구축 등을 위한 양해각서 2건 등을 체결했다.

한화오션은 함정 설계 명가인 ‘레이도스 깁스 앤 콕스’(Leidos Gibbs & Cox)와 글로벌 전략 수송함 공동 설계를 위한 ‘전문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4월 양사가 체결한 ‘미국 및 동맹국 해군 함정 건조 역량 강화를 위한 MOU’ 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협력 관계 구축이다.

양사는 이번 계약을 통해 글로벌 전략 수송함의 공동 설계에 착수한다. 설계 수행 과정에서 공동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설계 품질 보장을 위한 협력체계도 운영한다. 이를 통해 한화오션의 함정 건조 능력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해군 수상함의 70% 이상을 설계한 레이도스 깁스 앤 콕스의 함정 설계 및 엔지니어링 전문성을 결합해 신뢰성 높은 검증된 플랫폼을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글로벌 전략 수송함은 평시에는 물류 운송 등 상업 목적으로 운용될 수 있으며, 유사시에는 군용 물자를 고속으로 수송하는 전략 수송 자산으로도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이는 국가 안보 차원의 전략적 가치와 경제적 효율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이중용도(Dual-Use) 플랫폼으로, 미국 등 전세계 함정 시장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한화오션 측은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한화필리조선소 및 델라웨어 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Delaware County Community College)와 ‘조선 기술 교육 및 개발 협력을 위한 MOU’도 체결했다. 미국 내 조선업 기술 인력 육성을 위한 강사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숙련 인력 양성을 통해 미국의 조선업 인력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동부 지역에 소재한 델라웨어 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는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인력 양성, 기술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2년제 고등교육기관이다. 한화필리조선소가 운영 중인 견습 프로그램에 연계 기술 교육(Related Technical Instruction) 기관으로 참여해 견습 인력들에게 직무 관련 이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한화오션은 한화필리조선소 및 필라델피아 상공회의소(Greater Philadelphia Chamber of Commerce), 필라델피아 성장 파트너십(Greater Philadelphia Growth Partnership) 등 2개 단체와 함께 조선산업 관련 ‘공급망 협력을 위한 MOU’도 체결했다. 현지 조선 공급망 발굴과 지역 조선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력을 추진해 미국 내 조선업 공급망 강화와 한화필리조선소의 생산 역량 확대를 모색한다.

HJ중공업은 미국 측 공동 연구개발 기관인 샌디에이고 주립대(SDSU)와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과제는 지난 6월 산업통상부가 공모한 조선해양 산업 핵심 기술개발 사업의 일환이다. HJ중공업은 정부가 선정한 한·미 공동 추진 연구개발(R&D) 8개 과제 중 인공지능(AI) 연계 분야인 ‘알루미늄 함정 패널 자율 제조를 위한 피지컬 AI 연계 마찰교반용접(FSW, Friction Stir Welding) 시스템 개발’을 전담한다.

차세대 용접 기술로 주목받는 마찰교반용접(FSW)은 금속을 녹이지 않고 마찰열과 압력을 이용한 접합하는 고상접합(solid state welding) 기술이다. 용접 난이도가 높은 알루미늄 패널에 기존 아크 용접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고강도·고품질 용접이 가능하다. 특히 에너지 효율과 가공 안정성이 뛰어나 선박 경량화를 통한 연비 향상과 저탄소 선박을 선호하는 글로벌 친환경 트렌드에 대응할 핵심기술로 꼽힌다.

HJ중공업은 이번 연구의 주관기관으로서 중소조선연구원, 경북대학교와 함께 AI 기반 마찰교반용접 공정 최적화 기술개발을 담당한다. 샌디에이고 주립대와 국내 기업 상림엠에스피가 시스템 하드웨어 및 공구의 설계와 제작을 맡는다.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강남 등도 수요기관으로 참여해 개발된 기술의 실효성을 높일 예정이다.

회사 측은 이번 조선 핵심기술 공동 R&D는 양국 간 조선 협력 기조인 ‘마스가(MASGA)’에 부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현지 조선소 및 연구기관과의 지속적인 기술 교류의 교두보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중소조선연구원의 기자재 미국 진출 지원사업은 물론, 한·미 조선 협력의 핵심인 미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과의 상승효과도 기대된다.

HJ중공업은 이번 연구개발을 통해 고품질 고상접합 원천기술을 확보할 경우 우주, 항공, 제조업 등 연관 산업으로의 파급효과는 물론, 방산과 조선 분야 중소·중견기업 대상 기술 지원과 제조업 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HJ중공업이 해군의 고속상륙정(LSF)과 다목적훈련지원정(MTB) 등 다양한 알루미늄 합금 기반의 특수 함정 건조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해당 함정들의 창정비와 성능개량사업 등을 통해 MRO(유지‧보수‧관리) 경쟁력을 쌓아온 만큼 이번에 개발될 AI 연계 용접 기술과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관련해 국내 조선업체가 체결한 제휴안의 성과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조선업 경쟁력 강화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비록 한국의 투자액을 사용하는 것이지만, 미국이 범 정부 차원에서 조선산업 부활을 추진하고, 업계, 학계가 보조를 맞추는 형태는 한국이 경험해 보지 못한 모습이다”며 “조선업 부활이라는 대세를 이뤄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순 없지만, 협력 사업에선 다양한 성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한국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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