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인수 무산 이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까지...재원 설계자 역할 '톡톡'
팜스코서 하림지주로 소속 변경...업무는 30년째 경영지원 '옥상옥' 수문장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업계 등에 따르면 천세기 사장이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한국바이오텍은 직원이 3명뿐인 법인이지만 하림지주 지분 18.51%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한국바이오텍의 지배구조 최상단에는 김 회장의 장남 김준영 팬오션 상무보가 있다. 김 상무보가 지분 100%를 보유한 올품이 한국바이오텍을 100% 자회사로 두고 있는 구조다.
올품 자체도 하림지주 지분 5.78%를 갖고 있다. 한국바이오텍(18.51%)과 올품 소유인 에코캐피탈(0.24%)까지 합친 수치가 앞서 언급한 24.53%다. 이같은 '옥상옥' 구조의 한 축인 한국바이오텍 대표를 천 사장이 도맡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도 그는 팬오션 사내이사(사장), 하림산업 감사, 제일사료 감사, 에코캐피탈 사내이사를 겸하고 있다. 하림그룹의 미국 계열법인인 Allen Harim Foods와 Harim Millsboro의 이사, Harim USA의 감사까지 맡고 있다.
1969년생인 천 사장은 원광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하림 감사실 법무팀으로 입사했다. 2008년 하림그룹이 팜스코를 인수한 뒤 팜스코로 소속을 옮겨 경영지원 업무를 맡았다. 팜스코가 2019년 5월 제출한 분기보고서에는 그가 미등기임원인 상무로 '경영지원'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지주사 통합이 마무리된 2019년 4월에는 하림지주 경영지원실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소속 회사는 팜스코에서 하림지주로 바뀌었지만 담당 업무는 줄곧 '경영지원'으로 일관됐다. 30년 넘게 그룹에 몸담아온 이른바 '정통 하림맨'의 경력이 이번 사장 승진으로 다시 한번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다.
천 사장의 존재감은 하림그룹의 HMM 인수 추진 과정에서 부각된 바 있다. 하림그룹은 2023년 말 당시 팬오션과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와의 본계약 협상은 순탄치 않았다. 1조6800억원 규모 영구채 주식 전환 3년간 유예, 사외이사 임명권 포함 주주간계약 유효기간 5년 제한, JKL파트너스의 지분 보유기간 이견 등 세 가지 쟁점을 끝내 좁히지 못했고 협상은 2024년 2월 최종 결렬됐다. 인수 자금 6조4000억원 중 상당액을 팬오션 유상증자(2~3조원)로 조달하는 방안을 설계한 것도 천 사장으로 전해진다.
6월 22일에는 신설 자회사 '(주)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통해 잔금을 완납하며 인수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3682억원, 이익잉여금 3428억원 규모인 NS홈쇼핑으로선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규모로 보인다. 전국 286개 점포망(가맹점 66곳 포함)을 갖춘 익스프레스 인수로 하림그룹은 사료·축산(팜스코·선진), 가공(하림), 해운물류(팬오션), 간편식(하림산업)으로 이어지던 수직계열화 구조에 오프라인 유통 채널까지 더하게 됐다. 해운업 인수전에서 준비했던 조 단위 실탄이 결과적으로 유통업 M&A로 방향을 튼 셈이다.

천 사장은 2015년 팬오션 인수 이후 김 회장과 함께 하림그룹 출신 인사로는 유일하게 팬오션 사내이사 자리를 지켜온 인물이다. 팬오션 분기보고서에는 그의 직위가 '사장'으로, 담당업무는 윤리경영실장으로 기재돼있다. 계열사 독립경영 원칙에 따라 팬오션의 재무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에서는 핵심적 역할을 조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4년 4월 팬오션 주식 3200주를 장내 매수해 보유 주식 수를 5555주로 늘리기도 했다.
김준영 상무보는 2018년 하림지주 경영지원실 과장으로 입사해 3년간 근무하다 2021년 퇴사,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로 자리를 옮겨 시니어 매니저로 근무했다. 그는 JKL파트너스에서 수석 운용역 타이틀로 하림그룹의 HMM 인수 프로젝트 실무를 직접 이끌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당시 하림 쪽에서 인수 구조를 설계한 인물이 천 사장이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이미 한 차례 같은 딜의 양쪽에서 마주했던 셈이다.
김 상무보는 2025년 2월 3일 팬오션 금융지원실장으로 복귀했고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상무보로 승진했다. 그는 2023년부터 하림지주 100% 자회사인 NS홈쇼핑의 사내이사도 겸하고 있다. 김준영 상무보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첫 부서는 지금 천 사장이 이끌고 있는 하림지주 경영지원실이다. 승계 구조의 핵심 고리인 한국바이오텍을 천 사장이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인연은 조직도 곳곳에서 겹친다.
하림그룹 안팎에서는 천 사장이 스스로를 '전라도 촌놈'이라 부르며 소탈한 태도를 보이지만 인수합병과 지배구조 개편 등 민감한 사안에서는 철두철미하게 실무를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영 상무보의 경영 전면 등장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옥상옥' 구조의 실무 수문장 역할에 오른 천 사장의 행보가 하림그룹의 향후 '관전포인트'란 평가가 나온다.
조재훈 빅데이터뉴스 기자 cjh@thebigdata.co.kr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