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과 철강산업 ‘공급망 금융’ 서비스 프로그램 추진
주문‧출하 통합 플랫폼 ‘My POSCO’에 대출 연동 서비스 공급
경기 불황 속 고객사 유동성 확보, 거래 안정성 지원한다지만
사실상 금전 지원, 통상 분쟁 불거질 가능성 제기될 수 있어

경기 불황에 체력을 소진한 고객사에 현금 동원력을 회복시켜 제품 생산량을 늘리고, 이에 포스코의 철강재 판매망도 유지 확대해 나갈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경기가 침체해 모든 신경이 민감한 상황에서 시장 우월적 지위에 있는 포스코의 금융 지원이 고객사에 대한 제품 할인 판매 효과를 제공해 다른 철강사로의 이탈을 막는 록인(Lock in) 효과를 키워, 경쟁사의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국제 통상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법률적 검토를 모두 마쳤으므로 문제의 소지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등 다른 철강사들도 포스코가 시행하는 프로그램과 비슷한 형태의 고객사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KB국민은행과 철강 비즈니스 생태계 내 고객사들을 위한 ‘공급망 금융(Supply Chain Finance)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과 손잡고 일 밝혔다.
‘공급망 금융’은 제품 생산부터 유통까지 공급망에 참여하는 기업들과 금융기관을 연계해 자금 유동성을 높이는 금융시스템이다. 대금 회수 시차나 담보 부족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사의 자금 순환을 돕는 상생형 모델이다.
이번 협약에서는 포스코와 고객사, 은행이 연계돼 은행이 판매 대금 회수를 전담하고 고객사에는 기업 대출 지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컨설팅까지 각종 우대 혜택을 담은 금융 및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구조로 운영된다.
이를 위해 양사는 연내 공식 오픈을 목표로 ‘My POSCO’ 플랫폼 내에 KB국민은행 대출 프로그램을 직접 연동하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다. 개발이 완료되면 고객사들은 상품 가입 이후에 플랫폼 안에서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 원스톱으로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고객사는 가산금리를 최소화한 업계 최저 수준의 우대금리 혜택을 받아, 철강 경기 불황 장기화 속에서 실질적인 유동성 확보와 금융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철강 산업 공급망 전반의 상생을 지원하는 선도적인 금융 모델을 구축하고, 예금·환전 등 교차판매를 통한 비즈니스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이번 협약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고 포스코 측은 설명했다.
이날 협약식에서 이희근 사장은 “이번 협약은 단순한 금융 협력을 넘어, 고객사와 함께 성장하는 포스코 고유의 ‘상생 협력 모델’을 한 단계 더 격상시키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이번 협력이 대한민국의 제조업과 금융업이 손잡고 만들어낸 가장 모범적이고 대표적인 상생 사례로 기록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포스코와 KB국민은행은 연내 관련 시스템 구축을 차질 없이 완료하고, 고객사를 대상으로 공동 설명회를 개최해 구체적인 금융 혜택과 지원 프로그램을 안내할 예정이다.
한편, 다른 철강사들도 포스코의 공급망 금융 서비스와 유사한 형태의 고객사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제철은 지난 2024년에 온라인 스토어에 입점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신한은행과 공급망 금융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다. 동국제강도 온라인 판매 사이트 스틸샵에서 KB국민카드 연계 전용 카드 서비스와 신용보증기금과 연계해 고객사에 담보 여신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공급망 금융 프로그램은 시황이 원활하지 않게 돌아가는 것을 회복하기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시장에 유동성을 늘려서 거래를 인위적으로 늘려 전체 산업 가치망이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자는 의도다.
그러나, 극심한 불황의 시대에 시장 선도 업체가 이같은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할 경우 한국 에 진출한 외국 경쟁업체로부터 시장 접근을 저해하는 불공정 거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과거 한국 조선산업이 급성장할 때 유럽연합(EU) 회원국 주도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차원에서 우리 정부와 금융기관이 통상 범위를 넘어선 지원으로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다고 문제를 삼았으며, 국내 금융기관이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금융 지원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가구(DSP)까지 끌고 간 바 있다. 이들이 문제를 제기한 가장 큰 이슈는 한국 금융기관이 형식적으로는 민영화했다고 하지만, 행장 등 최고경영진의 선임을 정부가 관리하는 등 사실상 관치금융 체제를 고수하고 있어서 이들의 지원을 정부의 그것과 동일하게 봤다.
통상 분야 전문가들은 포스코가 프로그램 발표에 앞서 법률적 검토를 모두 거친 후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만큼 의도에서 벗어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말도 안 된다고 여길 수 없는 것이 문제로 삼는다면 오해를 살 여지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한 관계자는 “포스코는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철강재 가격을 올리거나 내릴 때 정부와 신고 또는 협의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포스코가 제공하는 공급망 지원 프로그램은 시장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금융 지원을 알선해 자사 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이러면 공정거래법에서 위반 행위로 언급하고 있는 경쟁 제한, 시장 접근 저해, 차별적 대우 등의 소지가 크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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