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 창업주 박관호, 중국계 자본에 지분 전량 넘겨
10월 말 거래 마무리…최대주주 네오펄스로 교체 예정
K-게임 기술·IP 유출 우려…"산업 경쟁력 흔들릴 수도"
"자본 국적보다 생태계 활성화가 먼저"…의견 분분해

3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박 의장은 보유 주식 1335만 738주(지분율 39.33%)를 중국계 투자 플랫폼 네오펄스(NeoPulse)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거래 규모는 약 9200억원이다. 오는 10월 말 잔금 납입과 주식 이전이 마무리되면 네오펄스는 기존 보유분을 더해 지분 40.25%를 확보하며 위메이드의 새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네오펄스는 홍콩 소재 투자운용사 쉔송인베스트먼트가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 플랫폼으로, 알리바바 등 중국 주요 게임·기술 생태계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형 게임사의 경영권이 창업주 지분 전량 매각을 통해 중국계 자본에 넘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오펄스가 위메이드 인수에 나선 배경에는 '미르의 전설' IP가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0년 박 의장이 위메이드를 창업한 뒤 선보인 '미르의 전설2'는 중국에서 '전기(傳奇)'라는 이름으로 흥행하며 현지 국민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위메이드 전체 매출인 6140억원 중 17.4%인 1071억원이 미르 IP 라이선스에서 나왔을 만큼 여전한 핵심 자산이다. 위메이드는 이번 매각을 계기로 단순 라이선스 사업을 넘어 현지 대형 퍼블리셔와의 협업을 통한 신작 개발과 글로벌 유통 다각화를 추진하고, 게임 개발과 디지털 휴먼, 라이브 서비스 전반에 AI 기술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매각을 바라보는 시선은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박 의장은 사내 메시지를 통해 "한국 시장만으로 미래를 그리던 시대는 지났다"며 "더 큰 시장으로의 확장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지분 매각이 단순한 철수가 아닌 글로벌 영토 확장을 위한 전략적 교두보라는 점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도 자본의 국적을 따지며 경계하기보다 정체된 게임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매각 소식이 전해진 직후 위메이드와 자회사 위메이드맥스, 위메이드플레이 등 3사의 주가가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하며 시장의 높은 기대감을 반영하기도 했다.
반면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국산 IP와 핵심 개발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2025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산업 총매출은 약 23조8500억원 규모로, 정부는 현재 'K-게임 30조원 시대'를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국내 기업의 주도권과 시장 파이가 줄어드는 상황은 산업 경쟁력에 있어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과거 중국 자본에 인수된 뒤 개발 색채를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액토즈소프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부 분위기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자회사 대표들은 각각 분위기 진화에 나섰다. 손면석 위메이드맥스 각자대표는 1일 사내 공지를 통해 "위메이드맥스가 해야 할 일은 달라지지 않으며, 오히려 그룹 내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며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의 안정적인 운영과 신작 개발이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전날 발표된 '나이트 크로우'의 중국 판호 발급 소식을 공유하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위메이드플레이의 우상준 대표 역시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기존과 변함없이 개발과 서비스가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대표는 향후 업데이트할 사항이 있으면 지체 없이 투명하게 소통하겠다며 걱정하거나 동요할 필요가 없다고 당부했다. 다만 매각 규모와 파장이 큰 만큼, 일각에서는 내부 인력 변동 가능성을 비롯한 불안감을 완전히 지우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체 경쟁력이 아쉬운 국내 환경에서 해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는 점차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며 "게임 자본이 해외로 넘어가는 것을 무조건 우려하기보다는 기업이 생존해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글로벌 유통망을 뚫기 위해 중국 대형 자본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 산업적 현실을 감안하면, 자본 잠식을 경계하기보다 국내 기업들이 스스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게임업계는 이번 매각이 국내 게임산업 지형 변화의 신호탄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텐센트 등 중국계 자본은 크래프톤(14.01%), 넷마블(17.52%), 시프트업(34.46%) 등 국내 주요 게임사의 2·3대 주주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시프트업의 경우 최대주주인 김형태 대표와 텐센트 간의 지분 격차가 단 4%포인트에 불과해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유승 빅데이터뉴스 기자 ky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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