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체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내야 하나” 선택 기로에

채명석 기자

2026-04-10 14:01:18

이란, 통행료 부과시 연간 최대 900억 달러 수익 전망
테러단체 이란 혁명수비대에 돈 지원하는 격 되어 문제
후원국의 지원 받지 못하는 독립 선주들의 고민 더 켜져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 인근 해역에 대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 인근 해역에 대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이란이 주장하고 미국이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피력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접근권 확보 비용) 부과가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곳에 선박을 띄우는 선사들의 입장 발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불한다” 또는 “지불하지 않는다”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그 간단한 선택을 위한 고민은 갈수록 쌓이고 있다.

10일 미국의 해운 조선 전문 매체 더 마리타임 이그제큐티브(The Maritime Executive) 보도 및 해운업계에 따르면, 선사들은 호르무주 통행료를 “지불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와 “만약 옳은 일이라고 본다면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할까?”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전쟁이 발발한 3월 이후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선박들의 통행권을 제한하고,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에 공격함으로써 이란에 막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실제 통행료 부과가 이뤄질 경우 이란은 연간 최대 900억 달러(핞하 약 133조 원)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산도 나오고 있다.

알려진 대로 통행료는 유조선의 경우 t당 약 1달러 정도이며, 이란과 무관한 선박일 경우 더 높은 요금이 부과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 이란과 무역 관계를 맺고 있는 일부 국가는 제한된 수의 선박에 대해 무상 통행권을 부여받았다. 현재로서는 각 선박의 통행 조건은 후원국이 협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소규모 독립 선사들은 정상적인 항해가 재개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나을지, 이란에 통행료를 지불하는 것이 나을지를 놓고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IRGC에 고의로 자금을 송금하는 행위는 제재 위반 혐의로 이어질 수 있어, 대부분의 선주들은 제재 위험을 감수할 여유가 없다. 탱커 시장 전문가인 에드 핀리 리처드슨은 “선주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누구도 통행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징후는 전혀 없으며, 심지어 지불을 고려하고 있다는 징후조차 없다”고 말했다. 반면, 로이드 리스트와 블룸버그는 (소식통에 따르면) 선사들이 과거에 위안화와 암호화폐를 사용해 통행료를 지불한 사례가 있다고 보도했다.

보험 시장 상황을 보면 선주들이 통행료 지불 여부와 관계없이 운항을 재개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맥길 앤 파트너스(McGill and Partners) 증권사는 블룸버그 통신에 해협 통과에 대한 전쟁 위험 보험 가입 요청이 “엄청나게 많다”고 밝혔는 데, 이는 항해 재개를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라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했다.

브뤼겔지의 군트람 B. 볼프는 전략적인 관점에서 볼 때, 중립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해서는 통행료 지불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석유 공급이 재개되는 한 세계 경제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 부담은 전 세계 소비자가 아닌,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를 공급하는 걸프 국가들에게 압도적으로 전가될 것”이라며, “하지만 걸프 국가들 역시 석유 수출이 중단된 현재의 분쟁 상황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OS 리스크 그룹의 마틴 켈리는 장기적으로 볼 때 일반적으로 알려진 수수료 체계는 경제적으로 너무 비쌀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배럴당 1달러, 적재된 유조선 한 척당 200만 달러(암호화폐/위안화 기준)는 GCC(걸프협력회의) 회원국가들의 수출, 전 세계 수입,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인, 소비자에게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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