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마스가] 이재용 회장이 보는 마스가는

채명석 기자

2026-04-03 15:47:14

삼성중공업이 MASGA에 진심인 이유 ②
이념‧국경 넘은 삼성이 피아 구분하는 방위 사업은 부담
방산 판 이재용 회장의 결단에 마스가 추진 여부 달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10월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아가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10월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아가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의 시각으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어떻게 정의를 내리고 있을까.

삼성중공업은 지난 1일 전략적으로 준비해 온 대미 사업의 성과로 미국 차세대 군수지원함(NGLC, Next Generation Logistics Ship) 설계 사업 참여 소식을 전했다. 지난해 하반기 제휴를 맺은 미국 제너럴 다이내믹스 나스코(NASSCO), 한국 디섹(DSEC)과 함께 NGLS 프로젝트의 개념 설계를 2027년 3월까지 지원하는 이번 사업 참여를 통해 삼성중공업은 공식적으로 상선과 특수선이 아닌 방위 사업 품목에 포함하는 ‘함정(Naval Vessel)’ 분야에 첫발을 내디뎠다.

NGLS의 미 해군 공식 명칭은 ‘경형 보급 유조선(T-AOL)’이다. 상선 기술을 활용해 미 해군 전방 작전 부대에 연료, 보급품, 탄약 등을 공급하는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이 함정은 소형, 경량, 저비용 유조선으로 구상해 연안 해역과 전투 지역에 배치할 예정이다.

NGLS는 원칙적으로 무장 시스템을 하지 않으므로 모 그룹의 ‘방위 사업 비(非)참여’ 원칙과 관계없이 참여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처럼 국내 방위 사업 면허가 없는 국내 조선소 중에서도 외국 해군용 군수지원함을 건조한 적이 있다. 부산 영도에 소재했다가 최근 다대포로 이전한 중견 조선업체 대선조선은 2013년 페루 국영 시마(SIMA) 조선소와 다목적 군수지원함 LPD(Landing Platform Dock) 2척에 대한 설계 도면과 필요 기자재 등 총 8천만 달러 상당의 조선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뒤, 건조 사업까지 수주해 2018년 1번 함, 2022년엔 2번 함을 건조해 인도했다. 2019년엔 미얀마 해군에 다목적 지원함을 건조해 인도했으며, 2023년엔 이집트 정부 계열 공기업으로부터 다목적선(MPC) 2척을 수주했다. 방산 경험이 일천한 민간 업체인 대선조선이 건조한 함정의 성능과 품질을 페루, 미얀마, 이집트 정부가 인정했을 정도이니 미 해군의 대한민국 조선업계에 대한 기대치는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사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물론, 산업계에서도 삼성의 마스가 흥행을 위해 삼성이 발을 들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세계 최대 기업그룹 중 하나로 세계적으로 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 사이에서도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삼성의 참여는 마스가에 관한 거부감을 낮추고 기대감은 키우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함정을 건조하지는 않았지만, 북극 지역을 뚫고 항해할 수 있는 쇄빙선과 대양 한가운데에도 장기간 원유와 천연가스 채굴 작업을 할 수 있는 해양 플랜트 등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해군이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해양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도 마스가를 전략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달 20일 열린 삼성중공업 정기 주주총회에서 “마스가 프로젝트 추진 기반을 단단히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며 “삼성중공업은 특유의 성공 DNA를 토대로 그동안 축적한 경쟁력을 성과로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나스코(NASSCO) 조선소에서 함정이 건조되고 있다. 사진= 삼성중공업
미국 나스코(NASSCO) 조선소에서 함정이 건조되고 있다. 사진= 삼성중공업
그런데, 의욕적이라는 말고 달리 삼성중공업은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필수적인 자격 요건인 ‘함정정비협약(MSRA, Master Ship Repair Agreement)을 아직 취득하지 못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 해군과 협력 협의 초기인 2024년 7월에 획득해 일부 함정 MRO 계약을 따내는 등 사업을 가속고 있고, 중견 조선사인 HJ중공업이 올 1월, SK오션플랜트가 2월 자격을 획득한 것보다도 늦다. 일부 언론은 올 1월에서야 준비를 시작했다고 보도 했는데, 이러면 실제 획득까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MSRA를 획득하지 못하면 함정 MRO 물량 입찰에 나설 수 없다.

앞선 업체들이 군함을 포함한 함정 건조 경험이 풍부하므로 이른 시일 안에 MSRA를 따낸 측면도 있지만, 마스가를 바라보는 삼성그룹 최고 경영진의 시각이 “이거다”라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어 작업이 더딘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이념과 진영을 넘어선 다국적 기업이 된 삼성으로선 어느 한쪽을 적으로 만들고 이들을 무력화하는 무기를 만드는 방위사업청이 부담스럽다.

군수지원함이 무장 시스템을 장착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대선조선가 기술을 제공해 건조한 다목적 군수지원함 2척은 평시에는 재난 상황 발생 시 인명구조, 긴급구호 물자 수송, 병원선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지만, 전쟁이 나면 수백 명의 병력과 상륙정, 차량은 물론 헬기를 싣고 참전할 수 있다. 미얀마에 인도한 다목적 지원함은 미얀마 해군이 현지에 가져가서 무장을 탑재하는 개조를 한 뒤 해군 기함으로 2021년 미얀마 내전에 쓰이면서 한국이 무기를 불법 수출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미군이 격침한 이란의 드론 항공모함이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인도한 컨테이너 운반선을 개조한 것이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선조선과 HD현대중공업 모두 법률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이 넘어갔지만, 일반인은 브랜드에 관해 불신할 소지를 남긴 것은 사실이었다.

삼성도 삼성중공업이 마스가에 참여하지만,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에 조심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정(Naval Vessel)’이기 때문에 참여하지만, ‘군함(Warship)’으로 뒤바뀔 수 있는 건 한순간이기 때문이다. 계열사의 경영 판단은 계열사가 자율적으로 한다고는 하지만, 삼성이라는 그룹의 정체성으로 놓고 보면 마스가는 기회이면서 위험 요소인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삼성중공업이 마스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려면 이 회장의 결단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014년 김승연 회장과 직접 담판해 삼성의 방산 계열사를 한화에 매각했다. 그랬던 이 회장이 어쨌건 방위 사업에 다시 들어간다는 것이 썩 내키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마스가에 걸쳐 있는 복잡한 관계를 고려할 때, 이 회장이 삼성과 한국 조선업계를 위해 “방산은 무조건 안 한다”는 논리를 전향적으로 바꿔볼 만하다고 말한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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