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마스가] 삼성重 “‘함정’은 일단 괜찮아, ‘함정’은 안 돼”

채명석 기자

2026-04-02 13:44:41

삼성중공업이 MASGA에 진심인 이유 ①
방위사업 안 하지만, 무장하지 않는 ‘힘정’ 대상이라 가능
마스가의 미 해군 지원 대상 선박은 ‘Naval Vessels’ 표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사진=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사진= 삼성중공업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2026년부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준비를 마치고 미약하지만, 첫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한민국의 조선업 기술과 인력을 활용해 미국의 조선업을 재건하려는 초대형 협력 사업인 마스가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금액적인 측면에서 한국 조선업에 200조 원(약 150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수주 및 투자 기회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2025년 우리 정부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제안한 한국의 마스가 프로젝트 투자 규모를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이는 투자가 예정대로 진행됐고, 그 투자를 한국 조선업계가 주도하며, 투자의 결실을 가져온다는 한국이 생각하는 기본적인 상식 구조에서 바탕으로 내놓은 일종의 ‘해바라기식 기대 효과’다. 이미 많은 언론 보도에서 알려졌듯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가와 관련해 한국과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불투명한 미래이지만, HD현대와 한화, 삼성, SK, HJ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업체들은 마스가 참여를 위한 제반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 업체들 가운데 눈에 띄는 업체가 ‘삼성중공업’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HJ중공업, SK오션플랜트는 방위 사업 참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풍부한 트랙 레코드(Track Record)도 쌓았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상위 대규모 조선업체들 가운데 방위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사실상 유일한 조선업체다. 수주산업인 조선업체는 방위 사업을 선호하고 참여하고 싶어 한다. 정부와 거래하는 대표적인 G2C사업인 방위 사업 경력은 해당 조선소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수치다.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삼성중공업은 방위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있다. 한화그룹에 매각한 뒤로 방위 사업 참여를 배제하고 있는 삼성그룹 정책에 따른 것이다. 물론 과거에는 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1990년대까지 삼성중공업은 종합중공업체를 지향하며, 선박과 플랜트, 건설 이외에도 건설장비, 상용차, 원자력을 포함한 발전과 함께 육상용 자주포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방위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다가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삼성중공업은 조선과 건설만 남기고 사업을 계열사에 이전하거나 매각했고 자주포 관련 사업은 당시 출범한 삼성테크윈에 이전했다. 삼성중공업이 고안하고 개발한 대표적인 방산 제품이. 기술을 이전한 삼성테크윈에서 완성했고, 한화그룹에 매각되어 한화테크윈을 거쳐 사명을 바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K-방산 대표 효자종목으로 부상한 K9 자주포다.

삼성이 대외적으로는 공포했지만, 완전히 방위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순 없다. 메모리 반도체 등이 방산 장비에 적용되어 있으며, 정부 요인용 보안을 강화한 스마트폰은 물론 TV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을 포함한 공조 장치 등도 군부대에서 사용하면 방산물자에 포함된다. 비슷한 논리는 삼성중공업에도 적용된다.

즉, 삼성중공업이 마스가에 참여할 수 있는 명분이 된 것은 마스가에서 명기한 선박의 명칭이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마스가에서 ‘군함(Warship, 軍艦)’이 아닌 ‘함정(Naval Vessel, 艦艇)’이라고 표현한다. 군함과 함정은 거의 같은 의미로 혼용되지만, 전자가 전투를 주목적으로 하는 선박을 주로 일컫지만, 함정은 전투함뿐만 아니라 보급, 소해 등 지원 임무를 수행하는 군수지원함을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이다. 한국 국회에서 발의된 ‘마스가 특별법’ 영문 자료는 한국 기업이 참여하려는 미 해군 지원 대상 선박을 설명할 때 ‘U.S. naval vessels’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함정엔 무장을 하지 않는 선박도 포함한다는 점에서 군함과 구분된다. 이 차이가 삼성중공업이 마스가에 참여할 수 있는 틈을 제공했다. 삼성그룹의 정책은 인명을 살상하는 무장을 하는 방위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소비자를 고객으로 하는 B2C 사업을 하는 삼성이 무기를 만드는 사업을 해선 안 된다”며 그룹의 모든 계열사를 한화에 매각했다. 따라서, 삼성중공업 내에서 마스가와 관련한 대화 땐 반드시 ‘함정’이라고 해야 한다. ‘군함’은 금지어다.

물론, 한국 정부와 조선 업계는 함정과 군함을 모두 취급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 정부는 원칙적으로 전투함은 자국 조선소에서 자국 기술로 건조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군함이 함정 범위 안에 들어가는 교집합이지만, 투입 예산 규모는 군수지원함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스가의 지원 대상 선박이 함정에 국한된다면 위에서 언급한 한국 조선업계가 취할 수 있는 이익의 폭은 줄어든다. 마스가가 허황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들이대는 이유다.

다행히, 최근 들어 미국 내에서 군함 자국 건조 주의 정책에 예외를 두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 정부와 업계가 마스가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조선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이바지했다는 것을 구체적 성과로 끌어낸다면 미국 내 정책 기조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이러면 한국 조선업계에는 좋은 일이 되겠지만, 삼성중공업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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