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부장판사 고승일)는 2일 영풍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노진수 고문, 박기덕 사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투자,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씨에스디자인그룹 계약에 있어 최 회장 등 경영진이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다. 영풍 측은 해당 의사결정이 충분한 검토 없이 이루어졌거나 사적인 이익을 도모하여 이뤄졌고,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 역시 이날 심리에서 사건의 쟁점을 ‘선관주의 의무 위반 여부’로 명확히 했다. 특히 원고 측이 신청한 사실조회와 문서제출명령에 대해 “배경 사실 확인을 위한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언급하며 상당 부분 받아들일 가능성을 내비쳤다.
쟁점이 된 문서제출명령을 두고 양측의 입장은 크게 엇갈렸다. 고려아연 측은 “요청된 자료 중 일부는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이미 확정된 거래도 포함돼 있다”며 제출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주대표소송의 특성상 절차적 요건이 엄격히 적용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손해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선관주의 의무 위반 입증 자체를 제한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하며, 문서제출명령을 포함한 의사결정 과정 검증 필요성을 요구하는 영풍 측 주장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법원은 양측에 10일 내 추가 서면 제출을 요구하고, 영업비밀 및 개인정보 해당 여부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도록 했다. 해당 요소를 제외한 자료 제출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한편 영풍은 최윤범 회장 등 경영진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영하는 8개 펀드에 이사회 승인 없이 약 5600억원을 투자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또한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업체 이그니오홀딩스를 약 5800억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업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임을 알고도 무리하게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최 회장 부인의 인척이 운영하는 씨에스디자인그룹 관련 일감몰아주기 의혹도 함께 제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재판이 단순한 손해배상 판단을 넘어 고려아연의 투자 의사결정 구조와 이사회 통제 기능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음 변론기일은 6월 18일로 예정돼 있다.
조재훈 빅데이터뉴스 기자 cj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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