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와 정치 참여, 경남의 인구 절벽에 직면한 청년 세대가 가야 할 길

이병학 기자

2025-10-29 15:08:00

정세준 경남지방정책연구소장
정세준 경남지방정책연구소장
[빅데이터뉴스 이병학 기자] 경남의 청년 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다. 2000년 79만2천 명이던 청년(19~34세) 인구는 2025년 51만3천 명으로 감소하고, 2050년대에는 20만 명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국가데이터처, 2025). 25년 만에 절반이 사라진 셈이다.

가령, 남해군·하동군 등 서부경남 농어촌 지역은 인구 대비 청년층 비중이 20% 이하로 내려가면서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어 이미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사천시·진주시 등 인접 도심이 그동안 청년 인구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지만, 동남지방통계청(2024년) 자료에 따르면 2030년을 전후로 이마저도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이처럼 경남 전역이 청년 인구 절벽의 현실에 맞닥뜨리고 있다.

이제 지방자치는 행정의 분권을 넘어 참여의 분권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방자치는 단순히 권한을 나누는 제도가 아니라, 지역의 문제를 지역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과정이다. 그러나 청년이 줄어든 지역에서는 이 참여의 주체가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 청년의 시선이 빠진 자치는 활력을 잃고, 행정에서 세대의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면, 청년 인구 소실의 악순환을 계속된다.

지역 청년들이 인식하는 정치참여의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정치란 출마 등 좁은 의미의 공민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문제를 제도 언어로 바꾸는 정책 참여 전반에서의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청년 참여 연대가 교통 불편을 제기하는 것, 청년 공동체가 마을 예산 공개를 요구하고 함께 개선하는 것, 청년 정책 포럼을 통해 지역 정책을 제안하는 모든 행동이 정치다.

청년 참여를 통해 청년 인구 문제와 지역 현안을 연결하는 시도는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스페인은 온라인 공론장 ‘데시딤(Decidim)’을 통해 시민이 직접 제안·토론·예산 편성에 참여하게 했고, 핀란드는 청년평의회를 통해 청소년이 시의회에 정책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청년이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의 동반자로 서야 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남도 역시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경남청년플랫폼’을 중심으로 온라인 청년참여·정보제공의 양방향 시스템을 구축했고, 청년참여예산제와 인구정책 전담팀 운영 등 다양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설계된다면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청년의 정치 참여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청년의 현장 목소리를 행정이 수용하고, 정책을 다시 조합·보완하는 정책 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정책도 정보의 바다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양’이 아니라, 그 정보들을 ‘어떻게 연결하느냐’다. 경상남도 청년정보플랫폼이 그 바다의 중심에서 청년과 행정을 잇는 연결선이 되어야 한다. 지방 의회를 비롯한 지역의 협의체들은 다양한 세대를 대변해야 한다.

경남의 청년 인구 절벽은 이미 진행 중이다. 그러나 그 절벽 앞에서 멈출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길을 낼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지방자치가 행정의 형식이 아니라 참여의 실천이 될 때, 정치는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고 청년은 떠나는 세대가 아닌 머무는 세대로 바뀔 것이다. 청년이 지역의 문제를 제안하고 결정의 테이블에 앉을 때, 경남의 미래는 절벽을 넘고, 다시 길을 찾게 될 것이다.

도움말 : 정세준 경남지방정책연구소장

이병학 빅데이터뉴스 기자 lb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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