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부도 위기 피했지만…'이중 대주주 체제' 한계 드러나

임이랑 기자

2025-08-12 15:15:18

위기 시 빠른 의사결정 내리기 어려워
반복적 갈등에 대주주 간 신뢰도 약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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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뉴스 임이랑 기자] 여천NCC가 부도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이중 대주주 구조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평상시에는 안정성과 리스크 분산이 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 원가 상승 등이 겹친 불황기에는 빠른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보여줬다는 해석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DL그룹은 전날 오후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자회사 DL케미칼의 주식 82만3086주를 약 1778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아울러 이날 오전 DL케미칼은 약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승인했다. 따라서 이번에 확보한 자금은 여천NCC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여천NCC는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지난 1994년 나프타분해시설(NCC)을 통합해 설립됐다. 현재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공동 대주주로 있다. 따라서 대규모 투자·증자·사업 구조조정과 같은 핵심 사안은 반드시 양측 합의를 거쳐야 한다.

앞서 여천NCC는 지난 3월 유상증자를 통해 2000억원을 지원받은 바 있다. 하지만 오는 21일 돌아오는 원재료 매입대금 31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대주주에 자금조달을 요청했다.

여천NCC의 지난해 말 기준 총 자산은 약 3조1000억원이다. 부채는 2조385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331%다. 또한 유동자산은 1조1571억원이지만 유동부채는 1조6578억원으로 재무구조상 부채 비율은 높고 현금 흐름은 악화된 상태다.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은 국제 유가·나프타 가격 상승, 중국발 공급 과잉, 범용 석유화학 제품 가격 하락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노후설비 교체와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해 향후 추가 투자도 절실한 상황이다.

◆ 부도 위기는 피했지만…'대주주간 갈등' 여전

DL그룹이 여천NLL를 지원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여천NCC는 부도 위기를 피했다. 하지만 대주주간의 갈등은 여전한 상황이다. 큰 틀에서 DL그룹은 자구책 점검을 강조했지만 한화그룹 측은 워크아웃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전날 DL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DL케미칼은 한화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태스크포스팀(TFT)을 통해 여천NCC 경영 상황을 분석한 뒤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과 제대로 된 자생력 확보 방안을 도출해 실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3월 여천NCC 시황 악화 등에 따른 요청으로 DL그룹과 한화그룹이 각각 1000억원씩 증자를 진행했고 '연말까지 현금흐름상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받았지만 3개월이 지나자 양 주주사에 1000억원 이상의 증자, 지급보증을 요청한다면 당시 보고가 거짓이든 경영 부실이든 주주와 시장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화그룹은 이날 자료를 내고 DL그룹이 과거 저가 거래로 여천NCC에 큰 손실을 입혔다고 비판했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여천NCC는 올해 초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에틸렌과 C4R1(합성고무 원료) 등을 시세보다 낮게 판매해 총 1006억원의 법인세 등을 추징 당했다.

문제는 거래로 발생한 금액이다. DL그룹과 거래로 발생한 금액은 962억원, 한화그룹은 44억원으로 20배 이상 차이가 난다.

한화그룹은 "국세청이 DL그룹이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고 판단했고, DL케미칼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20년 장기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며 "여천NCC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겠다는 것과 같다. 주주사로서 책임감을 갖고 자금 지원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여천NCC가 부도 위기는 피했지만 아직 남아 있는 재무 리스크를 해소해야하는 상황에서 대주주간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을 경우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중 지배구조로 인해 각 사간 서로 본전 걱정과 책임 회피에 대한 피해는 결국 여천NCC가 모두 입고 있다"며 "여천NCC의 이번 위기는 합작사 모델의 장점과 한계를 명확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 설비 산업에 있어 평상시 리스크 분산보다 위기 시 신속 대응이 더 큰 생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분구조와 의사결정 체계 개선이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임이랑 빅데이터뉴스 기자 lim625@thebigdata.co.kr, iyr6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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