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째 1위' 아성 흔들리는 삼성 TV
4000만원대 최고급 TV로 '철통 방어'
'세계 최초' 마이크로 RGB TV 선보여
머리카락 굵기 적·녹·청색 광원 적용
"OLED보다 색 표현 뛰어나" 자신감

이종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상무는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 강남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삼성 마이크로 RGB TV는 일반 LED 백라이트나 미니 LED 백라이트 제품보다 한층 미세하게 빛과 색을 제어해 훨씬 더 선명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마이크로 RGB TV는 컬러 필터를 비추는 백라이트로 기존 흰색 발광다이오드(LED) 대신 적·녹·청색 빛을 내는 LED 소자를 사용해 색 표현력을 높인 제품이다. 각 LED 크기는 머리카락 굵기와 비슷한 100마이크로미터(㎛) 이하에 불과해 정교한 표현이 가능하다. 기본 구조는 LCD이지만 스스로 빛을 내서 색상을 나타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보다 선명한 화면을 보여준다는 게 이 상무의 설명이다.
LCD는 크게 컬러 필터와 액정, 백라이트로 구성된다. 컬러 필터는 셀로판지처럼 빛을 받으면 영상 신호에 맞춰 색상을 구현하는 얇은 막이다. 액정은 빛의 양을 조절하는 부품이다. 백라이트는 컬러 필터와 액정을 통과하는 빛을 만들어 내는 광원 역할을 한다. 마이크로 RGB TV는 백라이트 LED가 직접 색을 낸다는 점에서 흰색 LED 위에 퀀텀닷(양자점) 컬러 시트를 추가로 얹은 QLED TV와도 다르다.
이 상무는 "컬러 필터와 별개로 백라이트가 독립적으로 적·녹·청색을 제어할 수 있어 색 재현력과 명암 표현력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삼성 마이크로 RGB TV는 국제전기통신연합이 제정한 색 정확도 측정 지표인 BT2020 면적률 100%를 달성했다. 독일 시험∙인증 전문 기관 VDE로부터 색 정밀도 인증도 받았다.

삼성 마이크로 RGB TV의 차별화 요소는 이뿐만이 아니다.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와 이를 구현할 신경망 프로세서(NPU)를 탑재해 장면에 알맞은 색감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한다. 또한 AI로 저해상도 화면을 고해상도로 높여 주는 업스케일링 기술과 움직임 보정 기술이 적용됐다. AI 음성 비서 '빅스비'와 '클릭 투 서치' 같은 기능도 들어갔다.
여기에 글레어 프리(저반사) 기술을 통해 실내 조명이 밝거나 햇빛이 강한 환경에서도 선명한 영상을 표시한다. 이 상무는 "TV는 블랙(검정)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지가 중요한데 빛 반사를 줄이는 레이어(층)를 추가했다"고 언급했다. 디스플레이 표면을 미세한 요철 구조로 설계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을 분산시켜 반사로 인한 눈부심과 선명도 저하 현상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출시한 마이크로 RGB TV는 화면 크기가 115인치(292㎝)에 달한다. 올해 초 미국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 공개한 75·85·98인치 시제품보다 커졌다. 국내 출고가는 4490만원이다. 삼성전자는 우선 최상위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 뒤 향후 라인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RGB TV를 통해 경쟁사들과 격차를 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기준 TV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8.3%로 가장 높고 LG전자가 16.1%로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19년 연속 세계 1위라는 대기록을 썼지만 점유율은 매년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철옹성으로 여겨지던 프리미엄 TV 시장에서조차 이 같은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 출하량을 기준으로 한 또 다른 통계에선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TV 시장 점유율이 전년 대비 10%p 넘게 떨어진 28%에 그쳤다는 결과도 나왔다. 하이센스와 TCL이 각각 점유율을 20%, 19%까지 끌어올리며 맹추격에 나선 탓이다. 삼성전자로서는 중국 업체와의 격차 확대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손태용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마이크로 RGB TV는 디스플레이 기술의 본질인 빛과 색을 가장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는 제품"이라며 "초대형·초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삼성 TV의 기술 초격차 전략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howing19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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