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최근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2023년 10월부터 한국 경찰의 수사 자료 요청에 95% 이상 응답하고 있다. 지금까지 제공된 자료는 수백 건에 달하며, 가입자 정보와 IP 기록 등 주요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성착취물 유포, 마약, 딥페이크 등 텔레그램을 매개로 한 범죄 수사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검거율도 빠르게 상승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가 2024년 8월 프랑스에서 체포된 이후 본격화됐다. 그는 텔레그램 내에서 아동 성착취물 유포, 마약 밀매, 조직적 사기 및 자금세탁을 방치한 혐의로 기소되었고, 이후 텔레그램은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대폭 수정하며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에 적극 응답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경찰이 공식 형식에 따라 요청서를 제출하면, 텔레그램은 내부 검토를 거쳐 대부분의 자료를 수일 내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텔레그램이 수사기관에 실질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텔레그램을 범죄의 피난처로 여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익명성과 보안성이라는 이미지에만 기대어 범죄에 연루되거나 수사 상황을 지나치게 가볍게 여긴다면, 실질적인 법적 처벌과 사회적 낙인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한편, 텔레그램이 수사에 협조하면서 일부 범죄자들이 시그널(Signal), 바이버(Viber), 심플X(SimpleX) 등 다른 익명 메신저로 옮겨가는 '풍선 효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경찰은 다른 메신저 플랫폼들과도 수사 협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논의를 병행하고 있으며, 메신저 기반 범죄 전반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사기관의 디지털 포렌식 기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텔레그램 내에서 주고받은 메시지의 복구나, 가상화폐 흐름 추적, 암호화된 자료의 분석 능력 등이 개선되면서, 과거보다 훨씬 정밀하고 실질적인 수사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 덕분에 향후 메신저 기반 범죄의 검거율이 대폭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법무법인 법승 천안분사무소 이승환 파트너 변호사는 “텔레그램이 더 이상 범죄의 도피처나 수사의 사각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은 명백해졌다”며, “관련 사건에 연루되었을 경우, 익명성에 기대어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반드시 형사전문변호사와 신속히 상담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만 불필요한 처벌을 피하고 더 큰 법적 리스크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병학 빅데이터뉴스 기자 lb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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