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특수 뒤 잃은 경쟁력… 빠른 소비 트렌드 변화에 흔들린 시장
이벤트성 콜라보·편의점 유통 전략, 장기 성장의 발목
수제맥주는 코로나19로 외식 소비가 급감하고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 문화가 확산되면서 성장 기회를 맞았다. 특히 편의점과 대형마트 중심의 소매 채널에서 다양한 신제품이 쏟아졌고, ‘노 재팬’ 운동의 여파로 일본 맥주 수요를 대체하며 소비자층을 넓힐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은 단기간에 만들어진 외부 요인에 기반해 있었다.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외식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고, 가정 내 주류 소비가 감소하자 수제맥주 시장도 급속히 냉각되기 시작했다. 더욱이 최근 몇 년 사이 하이볼, 위스키, 와인 등 색다른 주류가 MZ세대의 관심을 끌면서 수제맥주는 선택지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한정판 콜라보레이션 중심의 마케팅 전략도 장기적인 브랜드 육성에는 오히려 역효과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자, 디저트, 문화 콘텐츠와의 협업으로 일시적인 화제는 만들었지만, 제품 자체의 지속성과 충성 고객 확보에는 한계가 있었다. 대부분이 이벤트성으로 끝나면서 소비자와의 장기적인 관계를 맺지 못한 셈이다.
유통 전략 역시 도마에 올랐다. 수제맥주 브랜드 다수가 편의점을 주요 채널로 삼았지만, 편의점은 유행 주기가 짧고 대체 상품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 가격 주도권 역시 제조사보다 유통사에 있는 구조는 브랜드 입장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했다.
또한 '노 재팬' 분위기가 약화되며 일본 맥주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복귀한 것도 수제맥주에겐 부담이 됐다. 아사히, 삿포로 등 브랜드가 다시 유통 채널에서 활발히 움직이면서 소비자 선택지가 늘어났고, 이 과정에서 수제맥주 일부가 소비자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전문가들은 수제맥주 산업이 팬데믹 특수를 지나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에 더 집중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단기 트렌드나 유통 마케팅만으로는 시장에서 버티기 어렵다”며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과 품질을 중심으로 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학 빅데이터뉴스 기자 lb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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