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신차 등록 대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어벤저는 올해 1~4월 단 7대를 판매했다. 출시 이후 8개월 동안 총 36대를 판매한 것이 전부다.
월별로 보면 출시 첫 달인 지난해 9월 16대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엔 한 대도 등록되지 않으면서 지프에 굴욕을 안겼다. 그마저도 개인이 출고한 차량은 지난해 2대, 올해 4대에 그쳤다. 판매망에서 고객 시승 용도나 전시용으로 등록한 차량을 빼면 월 평균 판매 대수가 '0'에 수렴한다는 얘기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도 책정되지 않았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당초 국고 보조금으로 200만원 정도가 지급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까지 확정 여부는 감감무소식이다.
지프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21일 현재 한국환경공단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게재된 지자체별 보조금 명단에는 어벤저가 빠진 상태다.
보조금 책정이 늦어진 건 차량과 충전기 간 충전 정보(SoC) 관련 문제 때문으로 조사됐다. 올해 초 발표된 '2025년도 전기차 구매 보조금 개편 방안'에 따르면 SoC 미제공 차량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SoC는 단순히 차량 내 화면을 통해 배터리가 몇 % 남았는지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충전량과 잔존 용량 등 정보를 담고 있다. 환경부는 과충전으로 인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올해부터 차량 SoC를 전기차 충전기에 송신하도록 했다. 지난해 인천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건이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스텔란티스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정부 기준에 맞추려면 본사에서 소프트웨어를 새로 개발해야 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본사와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판매 부진에 더해 보조금 지급 여부마저 불투명해지자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셀프 보조금'을 내걸었다. 자체적으로 예상 보조금에 상응하는 금액을 구매자에게 지원하는 것이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난 2월 보도자료를 내고 "국고 보조금 예상치인 212만원과 더불어 거주 지역에 다른 지자체 보조금 예상치를 모두 지원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고육지책에도 불구하고 차량이 한 달에 10대도 팔리지 않으면서 보조금 자체 지원 행사도 무기한 연장되고 있다. 해당 프로모션을 소개할 당시 '2월 한정'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상시 할인이 진행 중인 셈이다.
경쟁 모델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도 국내 소비자가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로 꼽힌다. 어벤저 기본형 트림(세부 모델) '론지튜드' 가격은 5290만원에 달한다. 고급형인 '알티튜드'는 5640만원이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어벤저는 동급 전기차인 기아 EV3(기본 가격 3995만원), BYD 아토 3(3150만원)보다 최대 2000만원 비싸다. 같은 수입 전기차로 이들보다 한 체급 높은 폭스바겐 ID.4(5299만원)와 비교해도 별 차이 없다.
한편, 지프와 같은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인 푸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푸조가 판매 중인 소형 전기 SUV e-2008도 국고·지자체 보조금이 없다. 다만 e-2008은 지난해 9~12월 한 자릿수에 그쳤던 월 판매 대수가 올해 들어 월 27~48대로 올라왔다. 푸조 e-2008은 차량 기본 가격이 3890만원으로 지프 어벤저보다 1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sy@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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