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 물었던 악재…롯데글로벌로지스 '수요예측' 부진에 상장 철회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부터 재무적 투자자(FI) 부담까지
'상장' 피할 수 없는 선택, 재추진 카드 꺼내나

임이랑 기자

2025-05-08 13:50:04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글로벌로지스
[빅데이터뉴스 임이랑 기자] 롯데그룹 물류 자회사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유가증권상장(코스피)을 철회했다. 애당초 IPO 시장 환경, 중복상장 논란 등의 복합적 악재로 인해 흥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는 평가다.

지난 2일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신고서에는 "대내외 금융시장 환경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회사의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 및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추가적인 수익성 확보 및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을 때 상장 재추진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희망공모가로 주당 1만1500원에서 1만3500원이었다. 공모 예정 금액은 공모가 상단 기준 2017억원이며, 상장 후 시가총액은 최대 5600억이다. 그러나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고평가 논란부터 재무적 투자자 부담까지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상장을 철회한 배경으로 기업가치 고평가가 꼽힌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4789억원에서 5622억원이었다. 이는 동종업계인 한진보다 1.5배 높다. 한진의 경우 시가총액 규모가 3000억원 안팎의 수준이다.

고평가 논란과 함께 따라 붙은 것은 높은 구주매출 비중이었다. 고평가 논란으로 인해 기업가치가 낮게 책정될 경우 롯데지주 등 최대주주에 대한 재무적 부담이 커지는 구조(풋옵션)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PE)가 설립한 유한회사 엘엘에이치(LLH)가 보유한 주식 747만2161주(21.87%)를 구주 매출할 계획이었다. 더욱이 엘엘에이치는 지난 2017년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약 2860억원을 투자할 당시 롯데지주와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결국 공모가 보다 낮을 경우 롯데지주가 차액을 보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이미 상장된 롯데지주가 최대 주주인 상황에서 자회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추가 상장은 '중복상장'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주사와 자회사 가치가 중복 반영되는 ‘지주사 디스카운트'로 사실상 투자 매력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상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풋옵션이 발동됨에 따라 롯데지주 측은 재무적투자자(FI)측 지분을 매수해야 한다. 롯데지주의 재무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상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상장 철회가 케이뱅크 상장 철회의 배경으로 꼽힌 높은 구주매출, FI와의 계약 등을 지적하며 '닮은 꼴'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공모 규모가 크고,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대형 IPO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상장한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부진했던 점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이랑 빅데이터뉴스 기자 lim625@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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