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은 22일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돌이켜보면 민족 명절인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기습적으로 시작된 MBK·영풍의 적대적이고 약탈적인 공개매수 시도 이후 무려 40일 가까이 지났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MBK와 영풍은 추석 연휴 시작 직전인 지난 9월 13일 금요일 공개매수를 시작해 이어진 추석 연휴와 여러 공휴일, 주말 등을 제외하면 영업일 기준 10일만 남도록 함으로써 회사의 대응과 방어를 무력화하고자 했다"고 지적했다.
박 사장은 MBK와 영풍이 추석연휴와 각종 공휴일 기간을 통해 고려아연의 손발을 묶어 주당 66만원이라는 헐값에 경영권을 빼앗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략을 세웠던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공개매수와 동시에 회사의 자사주 취득 금지를 구하는 1차 가처분을 신청해 유일한 대응 수단을 봉쇄하고자 했다"며 "1차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마자 결정 2시간 만에 동일한 쟁점을 주장하며 2차 가처분을 제기하고 자신들의 공개매수로 투자자들을 유인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영풍 측은 법원에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을 각각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한 바 있다.
박 사장은 "영풍이 주당 6만원이나 더 높은(주당 89만원)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청약하는 대신(주당 83만원)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도록 유인하고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은 주가 조작이나 사기적 부정거래 같은 시장 교란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MBK는 마치 자신들이 회사의 사업과 가치를 분석할 능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주당 66만원이면 충분한 프리미엄 가격이라는 근거 없는 호언장담으로 증액은 없다고 시장을 기망하여 투자자를 속인 다음 곧바로 75만원으로 증액했다"고 했다.
박 사장은 강성두 영풍 사장을 향해서도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그는 "강성두 사장은 고려아연 기업 가치가 주당 100만원이 넘는다는 주장을 하는 등 그들 스스로도 일관성이 전혀 없는 뻔뻔한 거짓말과 시장 교란 행위를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정상적인 유인 거래의 결과로 주주들은 결국 손해를 보게 됐다"며 "수사와 조사를 통해 주가 조작과 사기적 부정 거래 등 시장 질서 교란이 규명되면, 영풍·MBK의 공개매수는 적법성과 유효성에 중대한 법적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박 사장은 추가 지분 확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오는 23일 자사주 공개매수가 끝난 후 지분 현황을 파악해 추가 지분 확대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지분을 단순히 수치상으로 계산하면 우위에 있는 것이 맞다. 양측 다 과반수 확보를 하지 못한 상황이기에 추가 대응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고려아연 지분율 상황은 영풍 측이 38.7%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지분율은 15.65%다. 고려아연의 우군으로 평가받는 △현대차(5.05%) △LG(1.89%) △한화(7.75%)로 이들을 모두 합하면 30.25%다.
임이랑 빅데이터뉴스 기자 lim625@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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