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RI 검사를 해보니 회전근개라는 힘줄이 일부 찢어진 것이 관찰됐다. 회전근개는 어깨를 딱 잡아 몸통에 고정하는 힘줄이다. 견갑하근, 극상근, 극하근, 소원근 4개 힘줄이 있는데, 이 힘줄이 끊어지면 통증이 생기고 어깨를 움직이기가 어려워진다.
"힘줄이 찢어졌다고요? 운동을 심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어깨를 많이 쓰지도 않았는데 왜 찢어졌을까요?" 검사 결과 회전근개파열이 생긴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 환자는 깜짝 놀라며 당황했다.
회전근개파열은 95%가 퇴행성 변화가 원인이다. 외상으로 파열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어깨를 잡아주는 회전근개를 오랜 기간 계속 사용하다 보면 힘줄이 약해지고, 어깨관절 안에서 뼈와 부딪치면서 점점 닳다가 파열된다. 단기간에 큰 힘을 쓰거나 잘못해서 파열되는 것이 아니다.
환자분의 경우 회전근개가 완전히 찢어진 것은 아니지만 파열된 정도가 심한 편이었다. 통증도 심해 당장은 아니라도 경과를 보면서 수술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었다. 급한대로 통증을 줄여주는 약물치료, 주사치료를 하고 다음번 외래에서 경과를 보기로 했다.
"선생님, 어깨가 하나도 안 아파요. 약이 좋았는지 저절로 나았나 봐요. 이제 수술하지 않아도 되죠?" 환자는 조금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어깨통증이 사라졌다는 것은 경계해야 할 적신호다. 일반적으로 회전근개가 찢어지면 굉장히 아프고 팔을 못 올릴 것 같지만 초기에는 아프다가도 약물치료나 주사치료를 하면 통증이 금방 가라앉는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회전근개가 점점 더 많이 찢어져 통증이 심해지고 팔을 움직이기도 힘들어진다.
그런데 회전근개가 완전히 파열되면 통증이 가라앉는다. 힘줄이 완전히 찢어져 떨어져 나가 더 이상 당겨지는 조직이 없어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통증이 없다고 회전근개파열이 치유된 것이 아니다. 이미 회전근개가 끊어졌는데 몸은 어깨를 움직일 때 힘줄을 계속 잡아당겨, 결국 힘줄이 말려들어 간다. 이런 경우 나중에 봉합수술을 해도 통증이 심하고, 수술 이후에도 기능이 떨어지고 재파열 위험도 커진다.
회전근개가 아주 조금 찢어졌을 때는 잘 치료하면 다시 붙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술을 고려할 정도로 많이 찢어졌을 때는 절대 저절로 붙을 수 없다. 어느 순간 통증이 없어졌다고 안심하지 말고, 의사와 상담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시기를 놓치면 호미로 막아도 되는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최효경 빅데이터뉴스 기자 chk@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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