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재무구조 개선' 역량 집중…발목 잡는 'CJ ENM'

'콘텐츠·쇼핑·배송' 순환구조 꿈꿨지만, 이미 쿠팡이 '선수'
CJ그룹, 외형성장서 재무구조 개선…경영전략 선회

임이랑 기자

2024-09-24 11:17:17

ⓒCJ ENM
ⓒCJ ENM
[빅데이터뉴스 임이랑 기자]
CJ그룹 핵심 계열사인 CJ ENM(035760)이 그룹 내,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하고 있다. CJ제일제당(097950)이 그룹 밸류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에 반해, CJ ENM은 오히려 그룹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 일각에서는 CJ ENM이 콘텐츠(엔터&미디어)를 통해 쇼핑 채널(신유통)로 구매를 유도하고 배송(물류)까지 이어지는 구도지만, 이 사업 모델은 이미 쿠팡에 선수를 뺏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CJ그룹은 지난 2021년 11월 '2023 중기 비전' 발표 이후 대규모 해외 인수합병(M&A) 및 국내외 설비투자 등으로 외형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수익성 및 재무구조 개선으로 전략 방향을 전환한 상황이다.

그룹과 동떨어진 '동상이몽' 될까 '우려'

CJ ENM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서 넷플릭스 독주 체제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적자인 웨이브와 합병에 나서는 등 그룹과 상이한 전략을 펼쳤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 ENM은 올해 2분기 매출액은 1조1647억원으로 전년동기(1조489억원)대비 약 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53억원, 당기순이익은 102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룹 내 CJ제일제당은 같은 기간 매출액 7조2387억원, 영업이익은 3836억원, 당기순이익은 1478억원으로 CJ ENM에 7~10배 수준으로 확연한 차이를 나타냈다.

세부적으로 CJ제일제당과 CJ ENM의 영업이익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우선 CJ제일제당은 지난 2019년 말 896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2020년 말 1조3596억원 거두며 1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2021년 2022년에도 각각 1조5244억원, 1조6674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말에는 1조2916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당기순이익도 꾸준히 증가했다. 2019년 19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이래 2020년 말과 2021년 말 각각 7864억원, 8924억원을 거양했다. 지난해 말에는 559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CJ ENM의 경우 같은 기간 2694억원을 시작으로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2721억원, 2969억원을 기록했으며 2022년에는 137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말에는 146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이익 부진은 당기순이익에도 악영향을 줬다. CJ ENM은 지난 2019년 말 당기순이익 1042억원을 시작으로 2020년 말 65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년 차의 영향을 받았다. 이에 위축된 영화·극장·공연 시장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커머스 성과를 바탕으로 227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2022년 1768억원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아울러 2023년 말 3968억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CJ ENM이 CJ그룹 밸류를 깎아 먹는다'고 평가되는 이유다.

CJ ENM 자기자본이익률(ROE) 또한 지난 2022년 이후 꾸준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 마이너스 9%를 시작으로 올해 2분기에는 마이너스 4.33%를 기록했다. ROE는 경영자가 기업에 투자된 자본을 사용해 이익을 어느 정도 올리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기업 이익창출능력이라는 점에서 CJ ENM의 이익창출능력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이는 올해 초 회사채 수요공모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1월 CJ ENM은 올해 첫 회사채 미달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쓸 뻔했다. 물론 추가 청약을 통해 완판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CJ ENM 신용등급이 'AA'임에도 불구하고 추가 청약에 나섰다는 것 자체가 굴욕이라는 평가다.

AA 등급은 회사채 시장에서 매우 우수한 신용상태로 채무불이행 위험이 매우 낮다고 평가받는 등급이다. 결국 회사채 투자자들 입장에서 CJ ENM 경영전략과 자회사들의 신통치 않은 실적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CJ그룹 지배구조.ⓒ한국기업평가
CJ그룹 지배구조.ⓒ한국기업평가

CJ ENM '티빙과‧웨이브' 합병 추진…독이 든 성배

CJ ENM 자회사는 크게 물류&신유통 분야와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분야 두 개로 나뉜다. 이 중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분야는 CJ그룹 내에서 사실상 콘텐츠를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시장 평가는 냉혹하기만 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CJ ENM 성장에 발목을 잡는 분야가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분야"라고 꼬집었다.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분야는 △스튜디오드래곤 △CJ CGV △CJ포디플렉스가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 2016년 CJ ENM 드라마 사업본부가 물적 분할돼 설립됐다. 드라마와 콘텐츠를 기획·제작해 미디어 플랫폼에 배급하고 VOD·OTT 등을 통한 부가 사업을 영위한다.

앞서 CJ ENM은 지난 2019년 경쟁사라고 볼 수 있는 넷플릭스에 지분 4.99%를 매각했다. CJ ENM은 이를 파트너십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선 경쟁상대에게 지분을 매각한 게 이해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에서도 넷플릭스와 해당 계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8월 KB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스튜디오드래곤에 대해 목표주가를 5만2000원에서 4만9000원으로 5% 낮췄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갭티브(계열사)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논갭티브(계열사가 아닌 고객사) 성장세가 더디다"며 "향후 논갭티브 성장 확보를 위해 넷플릭스와 협상력을 높이고 신규 채널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현재 스튜디오드래곤의 넷플릭스 내 콘텐츠 점유율이 3%인데 비해, 넷플릭스의 연간 투자 금액 대비 비중은 1%에 불과하다"며 "넷플릭스 계약 기간이 끝나는 만큼 해당 계약 조건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CJ그룹이 외형 성장에서 재무구조 개선으로 경영전략을 바꾸고 있는 상황에서 티빙과 SK스퀘어 OTT 서비스 웨이브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지 못하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하더라도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웨이브는 지난해부터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SK스퀘어 미국법인으로부터 250억원 투자를 받았지만, 자본총계는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영업이익을 살펴봐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웨이브는 영업손실 804억원에 순손실 119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드라마 산업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고 있지만 출연 배우들에 대한 비용은 늘어나고 있어 전망과 실적도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

그렇다고 티빙 수익성이 좋은 것도 아니다. 티빙은 지난 2022년 매출 1315억원에서 2476억원으로 88.2%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2021년 762억원에서 2022년 1192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결국 외국 OTT에 대응할 만한 토종 OTT 등장 외에 특별한 이점은 없다고 평가된다. 이에 더해 콘텐츠 투자 계획 등으로 미뤄 CJ그룹에 투자 부담마저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관련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OTT 분야는 사실상 1위 사업자만 살아남는 시장"이라며 "티빙과 웨이브 합병은 CJ ENM 입장에서 독이 든 성배와 같다"며 "CJ그룹은 CJ대한통운이라는 국내 굴지의 택배회사를 가지고 있고, 콘텐츠, 쇼핑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계열사 및 자회사 간의 시너지를 충분히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현실은 쿠팡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CJ그룹 밸류에이션을 사실상 CJ ENM이 깎아 먹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임이랑 빅데이터뉴스 기자 lim625@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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