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람과의 거리두기는 ’자연과 가까이 하라‘는 뜻

2020-09-01 10:00:00

사진 = 남영진
사진 = 남영진
8월말 코로나19 확진자가 300명이 계속 넘어서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제2차 거리두기에 들어갔다. 동창회 친구들과의 모든 공식 모임은 연기 또는 취소됐고 시집간 딸 내외도 집에 오지 말라고 했다.
1달 가까이 집에만 있다 보니 자연히 동네 부근의 공원도 가고 조그만 동산도 올라 다녔다. 다니다보니 보통 때는 보이지 않던 나무, 풀, 꽃들이 눈에 들어 왔다.

산에 올라가 요즘 카톡에서 눈에 띄는 두 글을 읽었다. 하나는 부산 샘터교회 안중덕목사의 ‘코로나 시대가 전해주는 메시지’였고 다른 하나는 인천앞바다에서 ‘진인(塵人) 조은산’이 8월12일에 쓴 장문의 ‘시무7조 상소문’이었다. 안목사의 글은 곧바로 8월24일 문재인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를 언급해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상소문’형식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는데 이를 형식에 맞지 않아 바로 올리지 않았고 공개 후에도 전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해서 우파들에게 오히려 더 관심을 끌었다.

부산의 작은 교회를 이끌고 있는 안목사는 언론에서 “무명목사의 소박한 글에 관심을 갖고 살펴주시는 문재인대통령의 세심함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가명으로 보이는 조씨의 상소문에는 “조정의 대신과 관료들이 국회에서 탁상공론하는 중에 서울 아파트가 11억원이 올랐는데도 세종 천도등 해괴한 말로 백성들에게 찬물을 끼얹는다”며 여권과 정부를 꼬집었다. 2주만인 27일 오전7시 3만5천549명이 이 청원에 동의했다.

안목사의 글은 5가지 메시지를 한 번에 읽기가 편했다.“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것은 잠잠하라는 뜻”이고 ”손을 자주 씻으라는 것은 마음을 깨끗이 하라는 뜻“이며 ”사람과 거리두기를 하라는 것은 자연을 가까이하라는 뜻“이라는 신앙적 해석을 덧붙였다.

나아가 일부 개신교교회가 거리두기 2단계 격상으로 대면예배를 금지한데 대해 반발하는 데도 ”언제 어디서나 하나님을 바라보라는 뜻“이고 집합금지조치는 ”모여서 선동하거나 힘자랑 말고 소외된 자들과 함께 하라는 뜻“이라며 교회의 자숙과 코로나방역에 협조하자는 뜻을 밝혔다. 청와대는 문대통령이 개신교계 지도자들을 청와대에서 만났을 때 교회 측에서 대면예배 허용을 요청한 마당이어서 안목사의 이 글이 반가웠을 것이다.

진인의 시무7조는 ”소인이 피를 토하고 뇌수를 부리는 심정으로 주청해 올리오니 굽어 살펴달라“는 조선시대의 상소조로 정부에 비판적이다. 시무 7조에는 세금을 감해달라, 감성보다 이성을 중히 여겨 정책을 펼쳐달라, 명분보다 실리외교를 펼쳐달라, 인간의 욕구를 인정해달라, 바른 인재 등용, 헌법가치 중시 등 6가지에 ”스스로 일신(一新)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안목사의 글은 바로 마음에 와 닿았다. 코로나 사태로 침울해있는 국민들의 삶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어 심금을 울렸다. 진인의 상소문 형식은 형식면에서 재미가 있었고 내용도 긴 글이어서 꽤 진지하게 읽었다. 문대통령과 정부의 비판과 조언이 날카롭지만 나와는 크게 관련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거리두기가 자연과 가까이하라‘는 지난 3월부터 실천해온 셈이다. 그때부터 시작된 동네 뒷동산을 계속 다니다보니 평소에 관심이 없던 풀 꽃 나무 등이 보이기 시작했다. 꽃부터 눈에 들어왔다, 봄에는 매화 산수유 개나리 목련 벚꽃 복사 앵두 배꽃 진달래 철쭉 등이 한꺼번에 피었다. 이어 작은 잡초에서 피는 꽃을 다음(daum)에서 제공하는 꽃 찾기 앱으로 찍어서 이름을 익히기 시작했다. 이게 신기해 동네 남의 집 앞마당 정원에 핀 꽃까지 찍어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매어있던 개가 갑자기 짖는 바람에 놀라 혼쭐이 나기도 했다.

봄철 꽃은 노란색, 하얀색이나 분홍색등 밝은 색이 대부분이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잎도 나기 전에 꽃부터 피워 빨리 후세를 퍼트리려는 욕심일 게다. 그래서 벌과 나비를 모으기 위해서인지 화사하고 밝게 핀다. 그런데 봄꽃이 다 지고 초록빛 나뭇잎과 풀이 무성해지자 얼마 안 되는 여름 꽃들은 의외로 파랑, 보랏빛 꽃이 많았다. 초하의 청포 꽃부터 비온 후의 맥문동 꽃, 공원의 그늘을 만드는 등나무 꽃과 산의 칡꽃, 밭에서 키우는 작은 도라지꽃, 요즘 무더기로 흐드러지는 비비추까지 온통 보라색이다.

색감풀이에 봄꽃의 주류인 분홍은 활동적이고 명랑하며 가을 국화의 노랑은 행복감이다. 5월의 장미로 대표되는 빨강은 건강과 외향성과 오만, 초록은 이상과 평화와 안정, 파랑은 냉정과 우울 등을 나타낸다.

무지개의 마지막색인 보라(寶羅)는 ’보배같은 비단‘이라는 뜻 그대로 숭고함, 신비, 고귀한 사랑을 의미한다.’코로나 블루‘(우울증)를 완화해주는 색은 화려한 분홍, 빨강, 노랑보다 더위를 식혀주는 숲속 진초록이나 비비추화단의 단아한 연보라색 느낌이 아닐까? 코로나이후 자연스레 자연과 조금 가까워진 것이 나름의 ’작은 소득‘이다.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